2017-02-09 09:33

‘일감증발’ 현대중공업, 日 기업에 뒤져 3위 추락

1년새 366만CGT 감소…대우·이마바리 1~2위 도약
유럽조선소 크루즈 앞세워 승승장구

지난해 전 세계 조선소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일감 감소가 일제히 진행됐다는 점이다. 한두 조선사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빠르게 비어가는 선거(독·Dock)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선소 통합을 결정하며 수주잔량 부문에서 세계 5위에 올라선 코스코조선과 크루즈선 건조 물량을 쓸어 담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등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일감 공백이 현실화됐다.

‘너도나도’ 일감부족으로 발동동

지난해 일감이 가장 많이 빠져 나간 조선사는 현대중공업이다. 2015년 그룹별 수주잔량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마크했던 현대중공업은 수주잔량이 빠르게 감소하며 정상 자리를 대우조선해양에 내줬다. 2015년 1000만CGT(수정환산톤수)를 목전에 뒀던 이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2016년 595만2천CGT를 기록, 전년 대비 38.1% 급감한 실적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건조물량을 가진 대우조선해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1년새 200만CGT 가량이 넘는 일감이 빠져 나갔다. 이마바리조선과 삼성중공업 역시 약 100만CGT의 건조 물량이 사라졌다.

 


이밖에 재팬마린유나이티드,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 등도 수주잔량 감소를 맛봤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일감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자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가열되면서 저가 수주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도 “그래도 기업들이 피해를 본 선례가 있어 기존보다 낮은 선가 계약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20대 조선사에서 순위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미포는 전년 340만5천CGT 대비 약 39.6% 급감한 205만5천CGT의 수주잔량을 기록했다. 현대미포조선과 더불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순위도 동반하락했다.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조선사들의 일감이 줄어든 건 아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선박 건조 물량을 늘린 기업이 있었다. 일감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조선사는 크루즈선을 중심으로 독을 채운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다. 이 조선사는 지난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주된 크루즈선 물량을 대부분 흡수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크루즈 건조에 특화된 이 조선사들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제치고 건조 계약을 따냈다.

조선소별 수주잔량에서도 모든 야드의 일감 감소가 진행됐다. 이마바리 사이조조선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건조 현장에서 일감이 줄었다.

지난달 수주실적 달랑 4건…3년뒤 남은일감 ‘제로’

일감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는 와중에, 수주 가뭄은 끝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높은 수주목표를 내건 조선사들이지만 스타트는 좋지 않았다. 지난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의 수주 실적은 달랑 4건에 불과했다. 재작년 ‘가뭄 속 단비’처럼 여겨졌던 유조선은 물론 컨테이너선 발주도 주춤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DHT홀딩스로부터 31만9000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한데 이어 터키 선주와 FSRU(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성사시켰다. VLCC의 인도일은 2018년까지이며, 척당 선가는 8100만달러로 알려졌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은 2건의 해양플랜트 건조 계약을 따냈다. 영국 BP가 발주한 1조5000억원 규모의 FPU(부유식 해양생산설비), 노르웨이 호그와 계약한 약 2700억원의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 등이 올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실적이다.

일감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이후 수주잔량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남은 일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과 코스코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 등은 2020년 수주잔량이 사실상 ‘제로’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클락슨에 따르면 향후 3년 이후 500만CGT의 이상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는 기업은 이마바리조선, 핀칸티에리, 독일 메이어넵튠 정도다. 크루즈 발주 수혜를 입은 핀칸티에리와 메이어넵튠의 건조 물량은 2020년 이후에도 넉넉한 편이다.

일감 급감에 국내 조선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과 환경 규제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향후 신조선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점쳤다. 올해 9월과 2020년에 발효되는 평형수처리장치와 황산화물 규제 등이 신조선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폐선 규모가 증가해 2017년부터 신조선 시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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