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본지 독자들에게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를 소개해 달라
한국교통연구원은 교통·물류정책과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교통·물류와 관련된 각종 국내외 정보를 수집·조사·분석해 보급함으로써 교통·물류 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물류연구본부는 물류정책·인증, 물류시장, 첨단물류연구센터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며 각 부서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물류산업 추진정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관련 기초자료 구축 및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첨단물류센터를 새롭게 개편하여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 발굴·개발·보급 사업까지 역할을 확대했다.
Q. 지난해 개원 30주년 국제세미나에서 물류분야의 30년 뒤 미래모습은 IoT(사물인터넷) 기술로 모든 물류자산이 끊임없이 연계되는 피지컬인터넷(Physical Internet) 시대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이 궁금하다.
세미나 연사로 나섰던 에릭 발로우 교수 발표에 따르면 피지컬인터넷시대가 되면 컨테이너 등 물류용기는 더욱 소형화·다양화되고, 개별물류망 간의 막힘없는 연계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물류망의 디자인 및 운용, 정보·데이터의 처리 및 공유방식, 재고 및 물동량 규모 등에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피지컬인터넷시대를 가정한 실험 결과, 운송거리와 공차율이 각각 15%, 35% 감소하고 운송수단 전환에 따른 CO₂ 배출도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에릭 발로우 교수는 미래물류산업은 IoT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강조하며, 산업관계자의 인식전환, 혁신활동, 표준화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Q. 세계 각국에서 지난해를 4차 산업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물류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은 개인 맞춤형에 더욱 특화된 생산, 유통, 거래, 물류서비스 등에 있다. 이를 빠르게 실현하기 위한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의 IoT기반 초연결 생산성과 서비스가 핵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물류산업의 변화를 예측해 보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보의 공유를 기반으로 한 개별 소비자 요구가 모든 생산과 물류서비스 형태를 빠르게 바꾸고 이러한 요구를 대응하기 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생산·물류 체계의 변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최근 ‘라스트 마일’ 서비스가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여전히 2차 3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대량 생산이 필요한 품목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개인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세상이 도래한다.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박람회의 변화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전 단순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소비자 맞춤형 전자기기의 개발로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운송수단에 접목한 전자기기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오디오와 커넥티드카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등 전장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전자의 변화에서도 볼 수 있다. 개별 개인을 맞추는 서비스와 생산제품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경제 기반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대표적 예로 O2O 플랫폼을 장악한 카카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물류산업도 플랫폼을 장악하는 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대량 생산으로 일원화된 생산체계도 바뀌고 있다. 하물며 가장 끝단에서 대응하는 물류산업은 더욱 고도화된 형태로 변화되어야 한다. 더욱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와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화하여야 한다.
Q. 일부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나?
쿠팡, 롯데, 신세계 등 온라인 쇼핑 급증에 대응하는 유통업계의 자동화된 첨단물류센터를 보고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시험대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와 기술적 진보가 진행되고 있다. 입출고 과정을 제외한 전반적인 과정은 이미 자동화되어 인력이 마트에서 하던 역할이 기계적으로 대체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유경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동차를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유물로 취급하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고, 이와 유사한 다양한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물류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로 인해 서비스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산업과 기술을 무시할 수도 없다. 오히려 기존에 존재했던 범용기술에 대한 중소기업 육성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도 동반되어야 한다. 즉 기존의 기술과 새롭게 변화되는 기술의 공존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Q. IT를 기반으로 물류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존 물류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다양한 물류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우리도 산업간 융복합과 새로운 서비스의 급증을 막을 수 없다. IT기업의 문제는 자신들이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이 부재하단 점이다. 자신들이 물류산업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이륜차 배달기사가 자신을 물류산업의 일원이라고 생각할까?
소비자가 중심인 형태로 시장은 바뀌었고, 앞으로 물류기업은 여기에 대응해 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와 유통이 요구하는 물류의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존 물류기업들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의 기술적 한계와 시장의 수용 가능성에 따라 해외에 비해 변화의 속도는 다소 느릴 것으로 예측된다. 전통적인 물류기업 입장에선 기존의 고착화된 사고를 바꿔 보다 유연하고 원활한 소통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스마트 팩토리 시대에 있어 산업현장에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귄터 클롭쉬 지멘스코리아 디지털팩토리 사업본부 대표는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적 분야와 기술을 다루는 IT 분야 모두를 아는 사람이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한 인재라고 강조한 바 있다.
Q.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미래물류기술로드맵을 발표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2016년에 수행한 정부지원 R&D 과제로 국토교통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상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미래물류기술의 로드맵을 다양한 분야별로 구분지어 필요성과 시급성 및 중요도를 정리한 것이다. 사회 및 경제, 환경, 기술 등의 변화에 따른 물류의 미래상을 담았고, 다시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했다. 또한 운송, 보관/하역 등 각 분야별 최신 기술개발 동향을 분석했다. 이밖에도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Q.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하나 드리겠다.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2016년에 물류산업 전반의 정부의 역할과 수행내용을 담은 국가물류기본계획을 연구하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급변하는 물류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전망하고 이에 근간한 기술 로드맵을 설정하고, 정부정책을 지원한 점이 매우 보람되다. 제 개인적으로 한국교통연구원 소속으로 제 역할에 충실했던 한 해였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다양한 대안을 반영하고 그중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력했는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음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다. 이러한 결과가 물류산업 발전과 중소기업 육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바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해 저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물류분야에 입문하고 재미를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