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發 물류대란은 일단락 됐지만 한국해운은 새로운 출밤점에 놓여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해운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해 한국해운의 위상을 되찾으려 하고 있고 현대상선은 근해선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경쟁력을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민간단체들도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해법학회,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 해사문제연구소 3개 단체는 지난 12일 고려대학교에서 ‘외항정기선해운 재건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위축된 해운을 살리기 위한 법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글로벌 선복량 상위 20대 선사가 오는 4월부터 전략적제휴를 맺고 새로운 공동운항에 나선다. 얼라이언스는 점차 소수대형화체제로 접어들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됐고, 현대상선이 2M과 전략적 협력을 맺었지만 기대했던 완전한 얼라이언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원양항로의 입지는 약화됐다.
이 날 한국 해운위기의 본질과 해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민현 박사가 “한진해운이 쓰러지고 나서 정부의 해운경쟁력방안이 나와 씁쓸한 시선도 있었지만 한진사태를 떠나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추진돼야한다”고 말했다.
해운시장도 승자독식의 시장으로 변했다. 대형 얼라이언스에 속한 선사들과 속하지 않은 선사들은 양극화됐으며, 1만4천TEU급 이상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을 확보한 선사들과 그렇지 않은 선사들로 나뉘고 있다. 해운시장은 경쟁력 없는 선사들을 배제시키고 있으며, 한진해운 사태 이후로 선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중요시하게 된 화주들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 박사는 “한국 정기선 해운에서 원양은 끝났다”라며 “대한민국 국력으로는 벌크선사는 1,2년 내에 세계 유수 선사를 띄울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원양항로에서는 20년이 지나도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서는 만용에 가까운 과감한 개혁 처방을 내려한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의 정책지원이 위기의 해운산업을 구해야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했지만 관련당사자와 업계의 입장차로 실효성에서는 부족했다.
윤 박사는 “한국 컨테이너 선대를 국가 필수선박과 일반상선으로 양분화해 필수선박에 대한 정부지원을 대폭 확대해야한다”며 “필수선박에 대해 정부가 1차 지원에 나서고 2차로 일반상선 지원을 펼쳐지도록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근본적으로 해운기업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고 정부의 책임과 민간 영역도 구분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황진회 해운산업연구실장은 '해운산업의 주요정책'에 대해 발표하며 과거 해운산업 구조조정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황 실장은 "금융위주로 추진된 구조조정과 중장기 발전대책이 미비한 구조조정이 해운기업 위기의 핵심요소"라며 "재무환경 개선보다 사업구조 재편에 중점을 두고,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해운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구조조정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가 12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외항정기선해운 재건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는 ‘해상법의 관점에서 본 한국 정기선 해운 발전 방향’을 발표하며, 정부의 해운경쟁력강화 방안에 포함된 한국선박회사(가칭) 설립이 가져올 변화와 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선박회사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적 선사로부터 선박을 매입, 다시 용선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선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을 갖고 설립이 추진 중이다.
김 교수는 한국선박회사를 통한 국적선사 육성시 추가적인 제도개선작업이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한국선박회사가 도입되면 많은 선박이 한국선박회사의 소유가 되고, 선사들은 선박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 더 이상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더이상 국취부 나용선자가 아니므로 도선법상 적용되던 강제도선 면제와 국제선박등록법상 외국선원승선, 조세, 필수선대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한국 선박안전법 및 선박직원법도 적용되지 않아 한국선원들을 의무적으로 승선시켜야하는 선박의 수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 교수는 “나용선등록제도를 도입해 해사행정법상 한국선박임을 인정받아 정부가 관리할 명분을 만들어야한다”며 “우리 법만 단순 개정하면 선박에 적용되는 국가의 법률이 2개 국가에 동시에 존재해 국제법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기선사의 대 화주 신뢰회복을 위한 법적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하역회사들의 작업거부로 화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제 때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 클레임을 당하는 등 금전적인 손실이 컸다. 선사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도 마지막 항차의 적재화물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화주들이 국적선사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김 교수는 “회생절차개시신청 항차의 하역비를 보험이나 공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기선사들이 P&I보험이나 공제를 결성해야한다”고 밝혔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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