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호 칼럼에서 일부 물류업계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정도의 대혼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었지만, 이제는 국가 전체가 그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한 상황에 처하다 보니 앞으로 우리 앞에 또 어떠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필자도 갖은 걱정으로 잠을 설치기도 하고 정신인지 혼인지가 유체 이탈해 우주 어디엔가 붕 떠다니는 것 같아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지하고 마음을 다잡곤 했다. 또 만나는 물류기업 임원들과도 엄청난 혼란 속에 빠져 있는 이럴 때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구성원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나누곤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 문제로 엄청난 영향을 받고 국가적인 대혼란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국가와 고객들을 위해서 차질 없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물류업계의 모든 구성원들, 백만명이 넘는 분노하고 충격받은 국민들이 모여서 그 아픈 마음을 삭히면서 평화로운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했었지만 정치는 4류를 넘어 끝없이 곤두박질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기업들은 이제 1.5류 정도로는 발전하고 그나마 나라를 버티고 있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막장 드라마와 코미디 작가들의 상상 세계마저 넘어섰다는 헛웃음밖에 안나오는 현실 속에서도 분노의 마음을 냉정을 유지한 채 인내심을 가지고 표현하고 있는 국민들을 보면서 이 엄청난 국가적인 위기가 미래를 위한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
우리의 나라도, 산업도, 물류기업들도, 꽤 오랜 기간 동안 선진국 그리고 선진기업으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진입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시련과 위기를 밟고 넘어감을 통해, 선진국, 선진기업으로 가는 길을 마침내 뚫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가 저 윗분들의 영도와 공헌에 크게 힘입어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닌 것 같고….
지난 칼럼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결국 믿을 것은 우리자신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듯이 우리 학부 학생들에게, 나라가 이렇게 어려운데 너희가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가, 국가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하면 요즘은 매우 공감하는 눈치이다. 또 얼마 전 우리 대학에서 개최하는 중학생 항공캠프에서의 인사말에서 이럴 때일수록 각자가 정신 바짝 차리고 미리미리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거라고 겁을 좀 줬더니 고객 불만이 바로바로 날아와서 우리 택배업체 사장님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겁 없는 중학생들이 이전 기수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대학전공 및 장래직업으로서의 항공분야 소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질문들을 쏟아냈다.
몇 달 전에 우크라이나에 물류시장 관련 조사를 하러 방문했을 때 도움을 받았던 그 국가항공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인 고려인 교수가 생각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갈등과 내전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우려해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조국인 우크라이나를 떠나 조상의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합상사인 포스코대우는 우크라이나 경제의 침체가 심각하고 내전 등 여러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본격적인 진출 및 확대의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보다는 여러 측면에서의 전환추세가 보이고 있는 현재의 시점이 진출 및 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포스코대우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었다.
즉 아직은 우크라이나 시장의 리스크가 크지만 경제 및 시장의 불확실성이 감소돼가고 있고, 경제회복이 시작될 1~2년 후에는 경쟁이 심화될 것이므로, 지금을 투자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었다. 불확실성 감소의 근거로는 올해 1% 정도라도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외환보유고 및 환율이 안정화 되고 있으며, 내수의 활성화를 보여주는 선행지수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진출 전략은 단순히 수출입, 환적, 내수 물량을 위주로 하는 물류중심의 진출보다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가장 취약점인 최종가공, 상품화 등과 연계해 제조-유통-물류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모델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남들이 아직이라고 생각할 때 기회를 발견하고 치고나가려 하는 우리 종합상사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가진 것도 없는 우리기업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세계시장에 겁 없이 도전하고 정복해 나가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들 간 공동대응으로 위기 극복해야
특히 집안이 더 불확실하기도 하지만 불확실하다고 집안에만 앉아 있을 수 없는 우리기업의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시장에서의 막대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러한 심각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동반진출, 공동투자, 공동마케팅과 같은 공동대응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공동대응은 기업 간에도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항만공사, 공항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의 중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리적인 요충지에 입지한 강점을 활용해 환적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항만 간, 공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항만과 공항 모두 ‘입주 및 이용기업들이 원하는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라는 수준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 이후로 물동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부산항의 경우 훨씬 더 적극적인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부산항만공사와 상해항(외고교보세물류원구) 간에 물류거점시설 교차투자를 포함한 합작 노력이 협의되고 있는 것처럼 양 항만 간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을 둔 얼라이언스 체계 구축 및 협력 비즈니스 모델의 활성화는 양 항만의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지속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물량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부산항과 상해항을 거점으로 하는 공급망 사이를 흘러가는 물량은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특히 한-중-일 더 나아가 동남아를 연계하는 공급망 및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될 경우 파급효과가 더욱 클 것이며 중국 내 항만 간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는 상해항이 부산항과의 연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얼라이언스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 항만의 시설을 이용할 물류 및 화주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며, 이러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협력모델을 창출하고자 하는 양 기관 간의 접근방식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항만공사 등을 중심으로 해 물류 및 화주기업들이 공동 대응하는 방식은 각 기업이 져야하는 위험 및 투자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대응은 항만과 공항 간에도 적용된다. 부산항과 상해항 간의 대표적인 협력모델 중의 하나가 한중간 전자상거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양 항 간의 B-C(기업 개인 간) 전자상거래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초기에는 부산항 배후경제권의 제조업체와 중국의 제조 및 유통업체를 연결하는 B-B(기업 간) 중심으로 시작해 B-C 부분도 확대해 나가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는 김해공항을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 또한 B-C는 인천항 및 인천공항과 연계함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대중국 역직구 및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종합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쇼핑협회와 같은 기관과의 협력사업 등을 통해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대 중국 역직구 시장 활용을 위한 효율적인 채널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상해 보세물류원구에 부산항만공사의 물류센터가 입지하게 된다면 이 물류센터와 프랜차이즈협회와 같은 기관이 협력함을 통해 콜드체인 물류의 효과적인 지원 부족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이는 규모의 경제 및 지역적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의 물류를 종합적으로 지원해줌을 통해 중국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의 경우 온-오프라인 물류, 현지유통, 현지마케팅, 금융, 반품물류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위해 부산항만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중기청, 코트라, 무역협회, 중소기업유통센터, 지자체, 지자체의 경제통상진흥원 등이 협력하는 종합 비즈니스 지원체계의 구축이 가능하다.
평범하게 한해가 지나갔던 기억이 없기는 하나 올해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고 마무리하는 12월이 아니라, 누가 저질러 놓은 엄청난 쓰레기를 치우고 아직 끝을 알 수 없는 이 위기를 기회로 대 반전시켜야 하는 멀고 험한 길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누구도 평온하기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모두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는 다 같이 바닥에 떨어진 나라의 명예를 회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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