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6 15:49

자동차 항만, 평택항의 미래 논하다

항만경제학회, 5일 토론 세미나 개최

국내 항만들이 시설 과잉공급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수출 1위 항만인 평택항이 개항 30주년을 맞았다.

2007년 자동차 부두를 개장한 이후 자동차에 특화를 꾀한 평택항은 2011년 이후 매년 자동차 수입이 두 자릿수의 성장을 보이며 승승장구해왔다. 지난해에는 150만대의 자동차 수출실적을 올렸고, 수입차 물동량이 전년대비 40%나 급증하는 등 평택항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평택호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평택항 개항 3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는 특화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평택항의 경쟁력에 대해 집중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세션에서는 자동차 수출항만의 운영효율성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자동차 항만으로 거듭 중인 평택항은 자동차 하역을 위해 4개의 선석을 사용하고 있다. 동부두 2,3번을 사용 중인 PIRT부두는 5만t급 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선석 2개를 갖췄다. PIRT부두는 주로 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수입차와 인천에서 미처 선적하지 못한 중고차를 선적 및 하역하고 있다.

반면 동부두 4,5번을 사용 중인 기아차 부두는 3만t급, 5만t급 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선석을 각각 1개씩 갖추고 있다. 기아차 부두에서는 기아차의 K시리즈와 같은 중형 세단과 모닝과 같은 경차가 주로 선적되고 있다. 지난 10월말 누계 기준 기아차는 49만6000여대가 실려 가장 많은 수출량을 기록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목포해양대의 김화영 교수는 “연구 분석 결과, 평택항 광양항 울산항은 규모의 비경제효과가 일어나 운영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평택항 PIRT 부두에서 BMW와 벤츠 등의 외산차를 수입할 시 야드 면적 부족으로 입고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평택항, 수입차 인증문제로 골머리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면서 평택·당진항의 수입차 물동량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평택해수청)에 따르면, 2011년 10만7000여대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26만6000대를 처리해 연평균 26%씩 증가했다.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로 불리던 디젤차의 배기가스 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부가 수입 디젤차의 국내 판매를 금지했다. 이로 인해 최근 수입된 차량들이 평택·당진항 부두에 겹겹이 쌓이면서 야적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평택해수청에 따르면 평택항에 쌓인 차량들은 1~2년전 주문된 제품들로, 주문량만 월 4만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평택해수청은 수입차 야적장으로 사용할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항만내 운영사들을 대상으로 부지전환 접수를 받았다.

수입차 야적장을 신청한 곳은 컨테이너·철재·잡화부두 운영사 3곳으로 모두 자동차 야적장으로 사용하기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급한대로 넘치는 자동차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부두 운영사까지 야적공간을 수혈하고 있지만, 계약 물량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평택해수청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다른 화물들이 처리되지 못해 항만 운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평택해수청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의 취소인증이 연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처리과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 쌓인 차량들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회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對中의존도 90%이상…항로 다양화 필요

한편, 이날 토론자들은 평택항이 입지 상 중국과 인접한 점을 꼽으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양창호 원장은 “평택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대중국 의존도가 2015년 95% 이상을 기록해 60%에 불과한 인천항 대비 여전히 높은 편이며, 지역 거점 항만 수준에 그쳐 국제 상업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로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카페리선이나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한중 해상배송으로 전자상거래를 확대하고, LNG 벙커링 등의 항만서비스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해상수송을 통해 중국의 철도수송 서비스인 TCR을 활용하는 서비스는 상용화가 어렵다고 지적됐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것은 해상수송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이청환 부장은 “한중 화물 수송은 해상수송을 통해 상하이 닝보항 등을 기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철도 수송을 이용하는 것은 채 1%도 되지 않는다”라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중국 시장을 두고 인천항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토론자들은 경쟁으로 내몰리는 두 항이 상생으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항만연수원 인천연수원의 김병일 교수는 “평택항의 입지가 인천항과 비슷해 경쟁이 가열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 및 발전모델이 안 나오고 있다”며 “카페리선의 발달로 컨테이너선의 항로 개발에 한계를 맞고 있는 만큼, 항로가 개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재능대의 박창호 교수는 “평택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역항으로서 우위에 있는 산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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