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8 23:12

한진해운 M&A 롱비치터미널도 껴서 판다

28일 예비입찰 마감…5곳 인수의향서 제출

 
 
한진해운 미주 및 아주항로 영업권 인수합병(M&A) 예비입찰에 현대상선을 비롯해 5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흥행을 위해 롱비치터미널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업체 5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았다.
 
현대상선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할 거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실사를 목적으로 의향서를 낸 곳도 많다는 점에서 본입찰까지 이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주간사 측은 구체적인 명단은 함구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대한해운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이밖에 한국선주협회 한앤컴퍼니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상선은 이날 “내부 검토 결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에서 한진해운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현대상선의 입찰 참여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풀이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업체들의 컨설팅을 받는 중”이라며 “한진해운의 자산 인수 및 인력 흡수를 포함한 다각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주협회, 국내선사와 컨소시엄 전략
 
선주협회는 독자적인 인수보다는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 공동인수 방식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의향서를 제출했다.
 
우선 판을 깔아 놓은 뒤 한진해운 투자에 관심이 있는 회원사가 있으면 컨소시엄을 맺어 인수를 추진한다는 계산이다.
 
과거 독일 하파그로이드를 함부르크시정부와 자국은행, 물류기업이 공동으로 인수한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다.
 
하지만 인수 후보군으로 보도됐던 고려해운이나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이 미주항로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주협회의 전략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삼라마이다스(SM)그룹을 대표해 인수의향서를 낸 대한해운은 한진해운 인수를 통해 벌크와 컨테이너를 거느린 종합해운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삼선로직스를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전용선사로 부상한 대한해운은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SM그룹의 전략에 맞춰 한진해운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한 이유는 벌크선 및 LNG선 중심이던 사업구조에서 한진해운의 매각대상인 해외자회사, 물류 운영시스템, 컨테이너선 등을 인수하게 될 경우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물론 외형 확대를 통한 글로벌 종합 해운선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수의향서 제출 배경을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을 한진해운으로부터 인수했다는 점에서 인연이 깊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최근 현대상선 벌크전용선 부문까지 인수하고 잇따라 선박 도입에 나서는 등 해운 불황기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총 43척의 선박을 보유 중인 이 선사는 지난해 13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엔 한진해운으로부터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주·아주+롱비치터미널 패키지 매각
 
법원은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롱비치터미널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원은 한진해운의 미주·아주항로 영업권과 롱비치터미널 매각을 별도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항로 영업권 매각엔 두 항로 영업망과 화주정보, 인력, 6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등만을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수후보들이 자산 가치가 현저히 훼손된 컨테이너노선 운항권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롱비치터미널에 관심을 보이자 미주항로와 터미널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주노선과 롱비치터미널 패키지 매각은 한앤컴퍼니 등의 사모펀드를 입찰로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진해운 자산의 해외 유출 걱정도 없다.
 
이익 창출에만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고용승계 등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항로 영업권 인수보다는 터미널 인수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MSC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롱비치터미널 운영사인 토털터미널인터내셔널(TTI) 지분은 현재 한진해운과 MSC에서 각각 54% 46%를 보유 중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6년 9월 터미널사업 확대를 위해 맥쿼리에 TTI 소수지분을 매각했으며 2012년께 맥쿼리는 지분을 다시 MSC에 팔았다. 한진해운은 지분을 매각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같이 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은 현재 롱비치터미널 매각을 두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MSC에 다수 지분을 매각한 뒤 소수지분을 내놓도록 해 미주노선을 인수한 기업에 되파는 방식이다.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MSC와의 법적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두 번째는 MSC를 제쳐두고 미주노선과 롱비치터미널을 판 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법적분쟁에 대해선 인수기업이 알아서 처리토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 도산법에 따라 MSC의 우선매수권이 효력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MSC의 법적 대응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거래 관계자는 “현재 여러 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롱비치터미널을 함께 파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본입찰 시기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당초 10월31일부터 11월4일까지 5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예비실사를 인수후보들과 협의를 거쳐 기간을 더 늘릴 방침이다. 11월7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던 인수제안서 접수 기한도 같이 연기될 전망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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