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1 16:37

반복되는 선상살인사건



우리나라 국적의 선장이 외국인 선원들에 의해 살해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6년 <페스카마>호 사건 이후 20년 만에 원양어선 ‘선상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6월20일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에서 베트남 선원 B(32)씨와 C(32)씨가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베트남 선원들은 다른 선원 10여 명과 양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선원이 가장 먼저 발견해 항해사 이모(50)씨에게 알렸다. 항해사 이씨는 곧바로 선장 등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배에 숨어 있는 가해자들인 베트남 선원들을 찾아냈다. 이씨는 몸싸움 끝에 흉기를 빼앗고 가해자들을 선실에 격리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선장은 배 위의 최고의 권력자이자 의사결정권자이다. 대표적으로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고, 항해 중 선박에 있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장(水葬)할 수 있으며, 해난 사고가 발생하거나 항해 중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선적된 화물을 버리는 행위 등을 할 수 있는’ 배 안에서는 제왕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또한 선장은 선원이 배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선원을 징계할 수 있고, 사안이 무거운 경우에는 해당 선원의 상륙을 제한하거나 강제 하선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권한을 가진 선장이 살해당했다는 것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십개월을 먼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원양어선 특성상 경험이 풍부한 선장의 결정이 시시각각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외국인 선원과의 선상 갈등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해당 부처와 기관은 제대로 된 가이드북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6년 선원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선원은 총 6만1600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3만6976명(60%), 외국인은 2만4624명(40%)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이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외국인 선원 대부분은 각자의 모국어밖에 구사할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원활한 의사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박 내에서 발생하는 선원들 간 크고 작은 다툼이나 안전사고 상당수가 말이 통하지 않아 발생한다는 게 원양어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 이번 <광현>호 사건의 화근도 의사소통의 부재 때문이었다. 선장은 모처럼 선원들을 격려한다면서 회식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장은 계속 “요~요~”라고 말하는 베트남 선원 B씨와 C씨가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것으로 여겼고 베트남 선원에게 경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어로 “요(yo)”는 건배를 뜻하는 단어였다.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는 선사나 선주는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을 상대로 관련 교육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교육이 제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우리나라 선원법은 선원 징계 규정은 담고 있지만, 선상살인이나 반란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치사항 등은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이번 같이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간부급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국적의 선원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원양어선들이 외국인 선원을 제대로 대우하고 인격적으로 다루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상 반란이 거듭되는 것은 근무 환경부터 인력 채용, 처우까지 운항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송재호 대학생기자 thdwogh88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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