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0 18:26

“은행권 ‘해운 몰이해’ 선박금융 빗장 닫아”

김영무 한해총 부회장, 마리타임코리아포럼서 주장
국내 해운ㆍ조선ㆍ금융ㆍ화주 상생협력 절실
2자물류기업, 3자물량 제한 제도화

 
국내 해운기업들의 금융 환경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마리타임코리아 세미나에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 김영무 부회장은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조건이 강화되면서 실적이 양호한 선사도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선주협회에서 전수조사를 해 본 결과 금융권이 해운기업에 대해 소극적인 금융행위로 일관하고 있으며 신규 대출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대출 만기 연장도 안 해주거나 해주더라도 금리를 인상하는 식으로 선사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실정이다. 또 값어치가 없다는 이유로 선박을 담보물에서 제외하거나 과도한 LTV(담보인정비율)를 요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실제로 실적이 상당히 좋은 대형 또는 중견 벌크선사들도 은행차입이 안돼서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해운사 실적을 보면 팬오션 대한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주요 중견벌크선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12개 아시아역내선사도 견실한 실적을 신고하고 있다. 선주협회에 가입한 외항해운사 151곳 중 99곳이 지난해 흑자를 거뒀다. 흑자 규모는 컨테이너 11곳 1154억원, 벌크 88곳 9986억원 등 총 1조114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적자를 낸 곳은 52개사로, 그 규모는 컨테이너 2곳 6265억원, 벌크 50곳 9458억원 등 총 1조5723억원이었다. 151개 선사의 전체 부채비율은 2014년 378%에서 지난해 288%로 크게 축소됐다. 흑자를 낸 곳이 월등히 많은 데다 부채비율이 호전됐음에도 양대 국적선사의 대폭적인 적자로 말미암아 금융권에서 곳간을 닫아버린 셈이다.
 


은행권, 선박 도입 자담비율 50% 요구

김 부회장은 선박을 도입할 때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새로 선박을 짓거나 중고선을 도입하고자 은행 문을 두드리지만 자담비율을 50%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예전엔 선박 도입 시 선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많아야 20% 정도에 불과했다. 또 정책 및 시중금융기관에서 RG(선수금지급보증) 발급을 거부해 국내 조선소에서 배를 짓지 못하는 것도 해운업계 현안 중 하나다.

김 부회장은 해운업계가 원하는 건 실적이 양호한 중소·중견선사에 대한 금융거래를 정상화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원활한 RG 발급으로 국내 조선소 신조를 지원하는 한편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50%를 국내 선사에 지원해 달란 요구다. 이럴 때 해운·조선 상생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해운과 조선의 상생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국내 해운이 금융 지원을 받아 최소 50%까지 국내 조선 이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박금융의 국내 해운사 지원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면 선사들의 국내 조선소 이용도 덩달아 상승할 거란 논리다.

국내 해운기업들은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해 국내 조선 수주량의 5%만을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책금융의 국내 선사 지원 비중은 10%를 밑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일본은 해운·조선 협력 구조로,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선사들이 자국 조선소에 수주물량의 50% 정도를 맡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국내 조선 기자자업체에서 공급받는 내수비율 70%를 일본처럼 100%로 확대하고 조선기자재 국산화율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화주들의 국적선사 이용비율을 크게 늘리는 것도 과제다. 현재 전 세계 무역량 105억t 중 우리나라 물동량은 10%에 조금 못 미치는 10억t 가량이다. 이 중 국적선사가 국내 화물을 싣는 비중은 20% 이하다.

김 부회장은 “국내 해운사가 국내 물량 적취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면 금융지원 없이도 선박을 국내에 발주할 수 있다”며 “화주가 국내 해운사를 이용하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자물류 슈퍼갑질 심각

재벌이나 대기업 물류자회사에 대한 제재도 해운물류시장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으로 제시됐다. 중소선사와 중소형 포워더들은 2자물류기업들의 ‘슈퍼갑질’이 심각하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2자물류기업들은 불합리할 정도로 운임 인하를 요구하거나 운송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다시 재협상해 운임을 깎는 식으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운법 개정 등을 통해 2자물류기업은 계열사 물량만을 취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아울러 환적물동량 제휴나 과도한 덤핑영업 자제 등 컨테이너선사들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수덕목이란 진단도 이날 나왔다.
 
김 부회장은 해운물류시장의 정상적인 거래 분위기가 조성되기 위해선 이 같은 현안과제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자원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조선 1위, 해운 5위, 무역과 금융 10위인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각자도생하다보니 해운과 조선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며 “서로 협력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우리나라는 섬나라나 다름없는 데다 국토면적이 109위에 불과할 만큼 좁기 때문에 바다에서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 우리 선배들도 바다에서 먹거리를 찾아 조선 1위 해양강국을 이뤄냈다”며 “거친 파도가 유능한 선장을 만든다. 현재의 위기를 해운·조선이 협력해 극복하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수산부 출신의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어려운 해운산업을 정부와 산업계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 도와줘야 한다”며 “우리나라 무역입국의 견인차 역할을 한 해운업계는 주눅들지 말고 이 위기를 극복하고 돌파하자”고 했다.
 
해운산업을 비롯한 국내해양산업의 동반발전과 현안사항을 공유하기 위해 발족한 마리타임코리아포럼은 지난 2월23일 첫 행사 이후 이날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포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정유섭 의원, 한해총 이윤재 회장, 한국해사문제연구소 박현규 이사장,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정영섭 회장, 한국도선사협회 나종팔 회장, 한중카페리협회 윤수훈 회장, 한국선주상호보험 박정석 회장, 한국해기사협회 임재택 회장ㅡ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 고려해운 신용화 사장, 태영상선 박영안 사장, 화이브오션 조병호 사장, 코리아쉬핑가제트 김명호 회장 등 해양산업 각계각층에서 70여명이 참석해 국내 해양산업 상생 발전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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