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최초의 컨테이너선 출현 이후로 선박의 크기와 속도는 빠르게 증가해 왔지만 과연 이것이 해운업계에 좋은 영향만 끼치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작년 기준으로 1만80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크기 단위)급 이상 초대형 선박의 경우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011년 1만8270TEU급 20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했고, CMA CGM과 MSC·에버그린 등의 글로벌 업체들도 최근 2~3년 사이 전 세계 조선소에 1만8000TEU 이상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주문하고 있다. 프랑스 해운컨설팅업체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1만8000TEU급 이상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은 31척이다. 또 그 2배가 넘는 68척이 건조 중이다.
초창기 컨테이너선(500~800TEU급) 에 비해 현대 초대형 선박(1만8000TEU급) 의 경우 선복량에 있어서 25배 이상 커졌다. 앞으로도 선박의 대형화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흔히들 커다란 컨테이너선을 떠 올릴 때면 거북이처럼 아주 느린 속도로 항해를 한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컨테이너선은 보통 18~26노트로 운항한다. 이는 최대시속 50km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이다. 쉬지 않고 목적 항구까지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의 특성과 기술발전으로 인해 선박이 낼 수 있는 최대속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다른 운송수단과의 속도 경쟁에서도 충분히 대등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같이 해운업계가 계속해서 더 크고 그리고 더 빠른 속도의 선박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컨테이너를 더 많이 운반하면 할수록 비용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를 선박의 규모의 경제라 한다. 선박의 속도 또한 빠르면 빠를수록 화주에게 높은 서비스 만족도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라도 더 많은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해운업계는 빠른 속도의 선박을 추구한다.
선박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하루기준 컨테이너 당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 예를 들어, 1만4000TEU급 선박은 2000TEU급 선박에 비해 40%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컨테이너를 운반 할 수 있다. 이는 초대형선박을 많이 보유한 해운회사가 결국 해운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국적선사들이 오늘날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1만8000TEU급의 선박이 단 한 척도 없다는 사실이다.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의 중요성 무시 못해
선박이 커져서 컨테이너 당 운반비용이 줄어든다고 해도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없는 크기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모두 과거에 비해 항로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운하들이다. 이 두 운하를 빼놓고서는 세계 해상무역을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과거 최대 5000TEU급의 선박만 통과할 수 있었지만 올해 6월부터는 확장공사로 인해 최대 1만3000TEU급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최대 1만5000TEU급의 선박이 통과가 가능하다. 혹자는 선박들이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를 꼭 통과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하를 통과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도 저렴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항해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부산항 출발 뉴욕 도착 기준으로 파나마 운하 통과 시 35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에 반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리오데자네이루, 아르헨티나를 경유할 시에는 58~63일이 소요된다. 즉 최소 23일, 최대 28일의 항해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속도, 딜레마에 빠지다
물동량만 받쳐준다면 선박의 빠른 속도 운항은 화주뿐만 아니라 선주 모두에게 이득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물동량보다 공급이 더 많은 경우 즉, 해운시황이 나쁜 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선박의 빠른 속도 운항은 선주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18노트로 운항하고 있는 선박이 20노트로 즉, 11%만큼 속도를 올리려고 한다면 30%의 더 많은 연료가 소비돼야 한다. 이는 곧 18노트의 선박이 25노트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3배나 더 많은 연료가 소비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요즘 같이 해운시황이 나쁜 경우에는 선박의 빠른 속도 운항은 해운회사 입장에서는 비용만 초래할 뿐이다. 해운회사 입장에서 물동량이 충분히 많은 시점에 더 빠른 속도로 운항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속도를 높임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상쇄시킬 정도로 충분할 경우에만 선박의 고속 운항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송재호 대학생기자 thdwogh88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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