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파나마운하가 올해 6월 말 개통한다. 당초 이달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누수가 발생한 갑문공사가 진행되며 개장이 지연됐다.
파나마운하 개통에 해운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운하 확장으로 투입 선박의 대형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아시아-북미동안 항로에서의 선박 대형화가 예상된다. 기존 6000TEU급 컨테이너선의 통항이 가능했지만, 개통 이후에는 최대 1만4000TEU급 선박 배선이 가능하다.
파나막스급 컨선, 동남아로 몰려
아시아역내항로 취항선사들에게도 파나마운하 확장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운하가 확장되면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 통항이 가능해져 기존에 배선됐던 4000~6000TEU급 선박들이 동남아항로로 전환배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계선율이 높은 상황에서 파나마운하가 확장·개통하면 동남아항로에서는 선복과잉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3월21일 기준 전 세계 계선 컨테이너선은 1000~1999TEU급이 44척, 2000~2999TEU급이 52척, 3000~5099TEU급이 97척, 5100~7499TEU급이 55척, 7500TEU급 이상이 50척이다. 지난해 8월과 1000~1999TEU급 48척, 2000~2999TEU급 28척, 3000~5099TEU급 17척, 5100~7499TEU급 23척, 7500TEU급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선형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배를 운항하는 것보다 계선(선박을 매어두는 일)을 택하는 선사들의 판단 하에, 놀고 있는 선박이 늘고 있다.
선박들의 캐스케이딩(전환배치)에 대해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선사 관계자는 “파나마운하 확장과 관련해 아직 국내 선사들간 협의된 내용은 없다”며 “뚜렷한 대응방법이 없어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한진해운, 현대상선, 범주해운, 인터아시아라인 등 선사들의 잇따른 서비스 강화로 동남아항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운임이 하향곡선을 그린 와중에도 물동량 신장세가 계속되면서 숨통을 틔울 수 있었던 선사들이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입 물량 상승세가 둔화되며, 화물유치를 위한 선사들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러한 상황에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으로 인한 대형선 유입은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일부 선사들은 파나마운하 개통에 발 맞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장하는 컨테이너 터미널을 언급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글로벌터미널 운영사 PSA인터내셔널은 올해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에 U터미널을 오픈한다. U터미널은 수심이 깊고, 항만 인프라가 우수해 6000~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입항이 가능하다. 현재 동남아항로에서 파나막스급(4000~4500TEU급) 이상의 선박 기항이 가능한 항만은 홍콩, 포트클랑, 싱가포르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파나마운하 확장에 맞물려 파나막스급 선박들이 U터미널로 입항하게 되면 아시아역내항로의 선박 대형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선사 관계자는 “6000~8000TEU급 선박의 입항이 가능해지면 물량이 많은 중국발-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항로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화물 집하경쟁이 올 들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선 투입 소식은 선사들에게 비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1000~2500TEU급 컨테이너선의 입항이 가능한 항만은 인도네시아, 방콕, 하이퐁 등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대형선의 입항이 가능한 터미널이 개장하면서 뱃머리를 댈 선박들의 대형화가 예상돼 선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선박을 소유한 오너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배를 돌려야 하는 실정이라 파나마운하 확장 이후 동남아항로의 선복량은 선박 대형화로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박을 계선하는 것보다 해체를 택하는 것이 시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이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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