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많은 대학생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학을 맞이해 여행을 다녀온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코레일은 2007년부터 만 25세 이하의 성인을 대상으로 ‘내일로 티켓’이라 불리는 무제한 열차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KTX와 전철의 사용은 제외되며 자유석 혹은 입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까닭에 대학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열차를 타고 만나러 갈 수 있는 옛 물류 중심지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교통로 ‘문경새재’
경상북도에 위치한 문경은 경북선을 타고 점촌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점촌역에서 내려 50분 가량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비로소 문경새재를 만나볼 수 있다. ‘새도 날아가기 힘든 고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 만큼 험난함을 자랑하는 문경새재는 삼국시대부터 충청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로로 쓰였다. 특히 조선시대 때에 이르러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양반들이 오가던 주된 길이었다. 상인들도 괴나리봇짐을 지고 이 곳을 통해 물자를 날랐다. 고개를 넘는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주막들도 번성을 했다. 오늘날의 발전된 물류시스템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지어져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현재는 이 3개의 관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약 6.5km에 달하는 문경새재길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 흙길로 조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맨발로 걸으며 과거의 향취를 듬뿍 느낄 수 있다. 무거운 짐을 이고 험난한 고개를 짚신에 의존해 나르던 조선시대의 보따리상의 행렬을 상상하며 길을 걷다 보면 옛길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옛길 박물관은 문경새재 뿐 만 아니라 하늘재, 토끼바리, 유곡역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거리를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길을 포장하는 지 등 과거 길을 닦던 방식들을 단계별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옛길 박물관에서는 지게, 길마, 발구, 수레, 가마 등 길을 오가던 다양한 운송수단을 소개해 길 위에서 물자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이해를 돕고 있다. 이러한 운송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주로 ‘보부상’이라 불리는 상인들이었다. 보부상은 하루 동안 오갈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물자를 유통시키는 한편 대보부상은 물길 등을 이용해 대량의 물자를 한번에 유통시키는 사람을 일컫는다. 옛길 박물관은 이러한 보부상들이 어떤 물건을 짊어지고 다니는지 무엇을 이용해 길을 찾아 다녔는지에 관한 정보들을 각종 문헌과 영상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태백에서 석탄과 철도의 흥망성쇠 느껴
강원도에 위치한 태백은 태백선을 타고 갈 수 있다. 과거에 태백은 전국의 석탄 생산량의 30%를 담당했던 주요 석탄 생산지였다.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에너지자원으로서 역할을 하며 태백의 석탄 산업을 부흥시켰다. 그러나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인해 석탄 소비량이 점자 감소하기 시작하다가 1989년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의 도입과 더불어 석탄 사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1988년 이전 연간 2400만톤까지 생산하던 무연탄은 1989년 이후 1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342개의 탄광이 문을 닫고 5만9155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동시에 석탄을 실어 나르던 열차와 인부들을 싣고 다니던 기차들도 갈 길을 잃었다. 기차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레일 바이크를 타고 기차길을 따라갈 수 있다. 태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하이원 추추파크에서는 레일바이크 외에도 다양한 철도를 체험해볼 수 있다. 스위치백트레인은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부설된 선로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오른다. 스위치백트레인은 증기형 관광열차로 우리나라의 유일한 스위치백 구간인 흥전역과 나한정역을 지나 도계역으로 향한다. 추추파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열차인 인클라인트레인은 와이어로프로 기차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산악열차인 인클라인트레인은 통리선과 심포리역 사이에서 이용됐다. 석탄을 옮기는 화물용 기차로 설계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1963년에 폐지돼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최근 추추파크에서는 인클라인 구간에서 스위스 융프라우의 산악기차를 운행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기차를 타고 인클라인 구간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됐다. 태백산 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석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석탄의 생성과 채굴, 광산 안전사고, 탄광의 생활상, 광산 정책에 따른 석탄 산업의 변천 등 다양한 소주제로 나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석탄 산업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석탄 운반과 관련된 기관차와 광차, 가공삭도 등 다양한 장비들을 전시하고 있다. 가공삭도는 와이어로프를 이용해 운반기를 매달아 원동력이나 운반기를 이용해 화물을 이용하는 장치이다. 이처럼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운송 장비들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석탄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물류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 임수민 대학생기자 lsm030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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