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1 10:06

부산북항 부두운영사 하나로 통합된다

부산북항 4개 부두운영사 내년 7월 단일 부두운영사로 통합
지난 4일 BPA 및 4개 부두 운영사 대표 전격 합의 마쳐

그동안 선대 이탈로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부산북항이 재도약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만인 부산북항은 지난 2006년 부산신항 개항 이후 차츰 주도권을 빼앗겨 최근 항만 기능 전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북항 위기설에 대해 부산항만공사(BPA. 사장 우예종)는 북항 경쟁력 강화 및 부두 효율성 제고를 통해 부산의 중심인 북항을 다시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그 첫 조치로 북항 내 부두운영사 통합을 추진해 왔다.

지난 4일 해양수산부 김영석 장관은 취임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해 BPA 회의실에 마련된 부산북항 통합운영사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날 김 장관은 북항내 4개 터미널운영사(TOC) 대표들과 만나 단일 부두운영사 설립을 매듭지었다.

한국허치슨터미널㈜(자성대터미널, 5부두),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감만부두),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신감만부두),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신선대부두) 등 4개 부두운영사는 내년 7월 단일회사 출범을 목표로 북항 운영사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경제위기로 그동안 성장세를 지속하던 국내 선사를 비롯한 해운항만물류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2006년 부산신항 개장 이후 2009년 신항 내 한진터미널의 개장은 승승장구하던 북항 내 TOC에 큰 시련을 안겼다.

부산신항 개장 이후 강세 지속

신항 역시 개장 초기에는 기항 선사가 없어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에 신항은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역료를 대폭인하하는 등 미끼로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원양선대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 신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들 선대의 기항을 적극 유도했다.

신항은 기존 북항에 비해 깊은 수심과 넓은 항만배후물류부지, 편리한 교통 및 철송 시스템 등의 장점을 앞세워 글로벌 선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으며 북항은 하나둘 떠나는 선사를 바라만 봐야 했다. 

신항과 북항의 희비교차는 연간 물동량 처리량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전 4.4%에 불과하던 신항의 물동량 점유율은 2009년 22.5%, 2010년 38.6%, 2011년 47.9% 등으로 매년 급속히 늘어났다.

특히 2012년에는 처음으로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과반을 넘어선 뒤 2013년 62%, 지난해 64%를 기록하는 등 불과 10년 만에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북항내 TOC들은 기항하는 선박수의 급감과 낮은 하역료로 이해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실정에 이르렀고 결국 BPA와의 길고 긴 협의를 거쳐 오늘의 운영사 통합에 이르게 됐다.

북항의 TOC 역시 자구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존 중소형 선사들과 터미널 우선체계에서 선사 중심으로 기업 마인드를 전환하는 등 조금씩 개선책을 마련해 왔다. 무엇보다도 터미널 경쟁력과 서비스, 생산성 등의 향상을 위해 자율적으로 단계적 통합을 추진해 왔다. 2013년 12월 감만부두 3개 운영사 통합을 시작으로 2014년 2월 신선대와 우암부두 통합을 거쳐 이번에는 북항의 모든 터미널운영사를 단일화하는 운영사 통합을 성사시키게 된 것이다.

이번 통합은 부산항의 개발, 관리,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항만당국인 BPA가 북항 통합운영사의 주주로 참여하여 추진하기에 향후 북항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단일 부두운영사는 북항의 경쟁력과 부두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사간 불필요한 과당경쟁 여건을 제거해 경영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경기의 악화와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부두운영사들이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이번 통합을 계기로 북항이 다시 부산의 중심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역 항만업계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다만 모두가 이번 통합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선사 측에서는 상당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안이 시장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과 북항이 다시 예전의 고압적인 자세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그 이유다. 벌써부터 단일 TOC 출범이 급격한 하역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한 선사 임원은 “현재 북항 내 TOC 역시 물량 확보에 목을 내 놓고 있는 실정이라 지금은 중소형 선사가 이용하기에 큰 문제는 없으나 향후 단일 운영사로 되고 원양선사가 본격적으로 재진출하게 된다면 과거와 같은 폐해가 재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상황과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감소로 인한 경영위기는 비단 부산북항과 신항 두 항만이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1974년 허치슨 부두개장 이래로 우리나라 컨테이너 항만을 대표하던 북항이 불과 몇 년 만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됐으니 부산시 및 북항 인근에 종사하던 항만물류 관계자들의 허탈감은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 7월부터 하역료 인가제 시행과 일부 부두운영사들의 통합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으나 아직까진 큰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마지막 내놓은 카드가 북항 내 4개 부두운영사들의 통합이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무척이나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부두운영사의 통합에 따른 인력 감축이다. 4개의 부두가 하나로 통합이 되기에 어느 정도의 인력 정리는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화주인 선사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시행돼 많은 불협화음을 냈던 하역료 인가제(6.9% 인상)와 맞물려 북항 TOC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해주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BPA와 4개 부두운영사들은 이러한 우려 해소와 부정적인 이미지 해소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가뜩이나 어려운 선사 및 물류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항만물류업계의 상황은 어렵다는 말을 떠나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 우대정책에 힘입어 각종 지원 대책에서 해운항만물류분야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조선 3사 위기에 따른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들 수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엔 4조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하면서 해운업계에는 자구노력만을 강요해 원성을 사고 있다. 이번 통합도 해운업계에 또다른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통합안을 주도한 BPA 우예종 사장은 “북항의 4개 터미널은 600만TEU에서 700만TEU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의 국가시설이기에 이번 통합안을 계기로 기존 북항의 재부흥과 운영사 경영난 해소에 최상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부산의 입장에서는 부두운영사의 건재는 바로 항만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부산항의 성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성공적인 통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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