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4 09:24

기획/ 中 부대할증료 규제, 선사·포워더 온도차 커

선사들, 운임 올려 활로 모색
포워딩 업계 "기본운임 상승 영향 체감도 커"

●●●최근 중국 정부가 꺼내든 부대할증료 규제 정책이 해운물류업계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수출 장려를 위해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에게 EBS(긴급유류할증료), CIC(컨테이너불균형) 등의 부대할증료를 폐지하라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통보로 현재 해운물류업계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부대할증료 폐지는 中을 위한 정책”

지난 10월 중국 교통운수부는 자국의 화주협의회로부터 민원을 받았다. 협회가 제시한 내용은 EBS(긴급유류할증료), CIC(컨테이너재배치비용) 등 불필요한 부대할증료를 폐지하라는 것. 자국의 수출 장려와 물류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부대비용을 없애야 한다는 게 중국 화주업계의 입장이다. 국수국조 등 자국산업 육성정책에 적극적인 중국 당국은 화주의 의견을 수용하고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에게 부대할증료를 폐지하라고 통보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당 정책은 현재 북중국에서 남중국 등지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곧 중국 전역으로 퍼질 예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EBS, CIC 용어자체를 아예 쓰지 말라고 할 정도로 부대비용 폐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곧 중국 전역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제물류주선(포워딩)업계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특히 EXW(공장 인도조건), FCA(운송인 인도)를 제외한 FOB(본선 인도)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수입 업체들에게 많은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게 포워딩 업계의 중론이다.

통상 FOB 방식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EBS, CIC 등의 부대할증료는 수출지에서 낸다. 하지만 부대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중국 화주업계의 반발이 있어 수입자인 우리나라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비용부담을 떠안는 일도 있다. 이번 부대할증료 폐지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수입을 진행하는 업체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갈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중국 정부의 결정에 의해 몇몇 업체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달부터 선사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조건으로 FCL(만재화물)을 처리하는 프레이트포워더들에게 기본운임이 인상될 것이라고 알렸다. 포워딩업계는 갑작스러운 운임인상 통보에 당황한 모습이다.

변동된 운임인상 가이드라인을 화주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대비용 발생보다 기본운임 상승이 화주들에게 체감상 더 크게 작용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0피트 컨테이너당 마이너스였던 기본운임이 200달러 이상으로 뛰는 바람에 FOB 방식으로 수입을 진행하는 업체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운임인상이지만 현 상황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포워딩업계의 전언이다. 채산성 확보를 위한 선사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포워딩업계 관계자는 “운임인상이 안 된 선사들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아직도 종종 오고 있다”며 “알만한 화주는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화주들 입장에서는 없던 운임이 생겨난 것이라 우리가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취항선사들, 마이너스 운임 돌파구 마련

기본운임이 오르는 것은 한중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이라면 일단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마이너스 운임을 받아온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은 마음고생이 꽤나 심했다. 마이너스 운임은 적자운항의 원인이 되곤 했었다.

이번 부대할증료 폐지로 선사들은 채산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뜩이나 내려간 해상운임을 부대할증료로 보전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받지 못하면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이너스 운임으로 제대로 된 해상운임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상황이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운임 인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라진 부대할증료를 기본운임에서 모두 다 받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당장 부대할증료를 보전키 위한 운임을 고객들에게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12월 초부터 변경된 운임을 적용하는 선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을 뺏기지 않기 위한 선사들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선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낮은 해상운임을 형성하고 있는데, 부대비용 폐지로 올린 운임마저 받지 못한다면 수익을 보전키가 어렵다”고 밝혔다.

부대비용 규제는 마이너스 운임을 없애며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오랜 기간 거래를 계속해 온 고객들에게 운임 전가를 갑자기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거래를 하던 특정 화주에게는 네고(운임협상)를 해주는 몇몇 선사들도 있을 테지만, 신규 화주에게는 제 값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힘들다”며 “부대비용이 없어진 비용만큼 오른 운임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대할증료 폐지를 발단으로 향후 중국 정부가 자국을 위한 해운물류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입김이 세진 중국 화주들이 자국 정부를 등에 업고 이번 건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자국민은 살리고, 대신 부담은 타국에 전가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제조업체들의 입김이 현재 정부에 먹히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유사한 물류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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