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8 09:27

여울목/ 위기의 한국해운號 혁신해야 산다

최근 들어 국내 해운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은 둔화되고 있고 선사들의 경영난은 심화되는 형편이다. 외국 해운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지사화하면서 해운대리점업체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 정체로 국내 해운시장의 위상도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부산항은 세계 6위항에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무역산업을 배경으로 하는 수출입 물동량은 성장 둔화에 신음하고 있다. 수출입화물은 우리나라를 거쳐가는 환적화물에 역전 당했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물동량을 배경으로 세계 해운시장에서 넘볼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미항로와 유럽항로에서 중국 기점의 물동량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벌크선 시장에서도 중국발 수요는 시황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다. 중국의 철광석 및 석탄 수입량에 따라 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요동치는 모습은 해운시장의 일상이 됐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해운시황의 바로미터로 자리잡았다. 세계 10대 컨테이너항만에 중국 항구 6~7곳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에서 중국 해운시장의 높은 지위를 엿볼 수 있다.

해운 불황과 물동량 정체는 국적선사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대보인터내셔널쉬핑 삼선로직스 등 올해 들어 3곳의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된 외항해운기업은 100곳을 넘는다.

국내 양대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알짜사업인 전용선부문과 해외 터미널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매월 조사하는 해운 경기실사지수(BSI)는 조사 이후 줄곧 불황 쪽에 치우쳐 있다. 

국제해운대리점산업도 저물고 있다. 수십 년간 국내 해운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해운대리점업체들은 외국 본사의 현지법인화 전략으로 말미암아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아랍 선사 UASC가 지난달 한국법인을 설립해 영업에 들어갔으며 독일 함부르크수드는 칠레 CCNI를 인수하며 내년부터 국내 시장을 지사화할 예정이다. 세계 20위권 선사 중 국내에서 대리점 계약으로 화물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일본 MOL 한 곳만 남게 됐다. 이 선사도 대리점을 맡고 있는 범주해운과의 사업 시각차로 조만간 계약 해지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맞아 해운산업에 대한 혁신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해운기업들이 창의적 사고와 발상의 전환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라인은 우리 해운기업이 벤치마킹해야할 훌륭한 본보기다.

덴마크 선사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0년을 이어온 기업문화를 벗어버리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거듭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소통 체계를 쇄신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토록 구조화한 것은 경쟁선사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고도화된 의사 결정 시스템 구축은 불투명한 시장 환경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해운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박금융이나 선박관리, 해운중개 및 컨설팅 등 해운부대업 활성화와 출중한 어학실력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 해운세제 선진화 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서울 정도의 면적에 불과한 싱가포르가 과감한 육성정책을 무기로 일약 아시아의 해운물류허브로 도약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불안한 시장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 선사와 화주 양쪽에 모두 도움이 되는 운임공표제 도입 등이 빠른 속도로 추진돼야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해운시장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해운산업이 한계 상황까지 다다랐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뼈를 깎는 노력과 혁신만이 침몰 직전의 ‘한국해운號’를 구할 수 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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