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5 12:42

기획취재/ 인천국제공항 '물류허브' 위태롭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만경영 항공산업 경쟁력 떨어뜨려
환승률 하락에도 책임회피 '눈살'
아웃소싱 매년 증가로 조직구조 불안정

우리는 세금을 낸다. 우리의 월급에서 빠져나가고, 핸드폰 요금에도 세금이 붙고, 몇 백 원짜리 사탕에도 세금이 부과된다. 우리가 낸 세금이 투명하게 사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공기업의 방만경영으로 세금이 새나가는 경우가 그렇다. 지난달 1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매년 지적됐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다시 도마에 올랐다. 며칠간 언론의 십자포화를 받고나면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진다. 그들의 방만경영은 그렇게 매년 되풀이된다. 

환승률 하락에도 ‘책임회피’ 

인천공항의 환승률은 2013년 18.7%에서 2014년 16.0%까지 내려갔다. 올 상반기에는 15.7%까지 하락했다. 여객 환승률은 공항 전체 이용객 대비 환승객 비율로써 통상 허브 공항을 판별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환승률 20%이상이면 ‘허브공항’으로 인정된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이 공개한 ‘인천공항 외 7대 경쟁 국제공항 환승률 현황’을 보면 인천공항의 환승률은 2010년 15.7%에서 2014년 16.0%로 0.3% 증가한 반면, 일본 나리타 공항은 같은 기간 6.9%, 베이징·상하이 공항도 각각 5.2%, 3.9% 성장했다. 세계 7대 국제공항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의 환승률 역시 각각 11.1%, 8.4% 증가했다.  

김희국 의원은 “인천공항이 허브공항을 목표로 지방공항 및 인근공항의 국제선을 독점하다시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과는 더 낮게 나오고 있다”며 “인천공항이 세계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환적화물 감소세 역시 두드러진다. 인천공항의 환적률은 2007년 50.1%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화물 운송량은 2007년 128만t에서 2014년 103t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지표는 외국기업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지난 9월 1일 미국 델타항공과 중국동방항공이 ‘전략 합작관계’를 체결하면서 인천공항은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기준 세계 2위 항공사로 지난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합병한 뒤부터 아시아 노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방항공은 중국 내 두 번째로 큰 항공사로 자산 기준 세계 10위다. 자회사로 상하이항공을 두고 있다. 델타항공은 이번 합작관계 체결로 도쿄 나리타 허브를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으로 옮겨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항공시장은 세계 2위며, 2030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이 푸둥공항은 지난 3월 세계 최대 에어버스 A380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제4활주로를 완공한 데 이어 제5활주로를 건설하는 중이다. 베이징 역시 남쪽 다싱구에 신공항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한국 경유가 줄어들었고, 엔저와 한·일 감정이 악화돼 일본 여행객이 급감하고, 일본 정부가 하네다 공항에 국제선을 늘려 인천공항 견제를 지목했다”며 “저가항공사들의 취항이 늘고, 두바이공항에서는 대양주와 유럽 등의 노선을 확대해 인천공항 환승객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국감서 문제점 지적 받아도 ‘매년 반복’ 

국토교통위원회 강동원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직무관련 금품수수, 납품비리, 직무소홀, 성희롱 및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징계받은 직원이 3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유형별로는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4명 ▲감봉 9명 ▲견책 11명이다.

낙하산 사장으로 인해 기강이 해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3년 6월 전문성 논란과 낙하산 시비에도 인사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관피아’ 출신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 차관을 사장에 앉혔다. 그는 취임 8개월 만인 지난해 2월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며 사표를 던졌다. 또 사장이 공석인 사이 사장대행을 맡았던 부사장은 특정업체가 사업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사업자로부터 리스 차량과 향응을 제공받았다가 감사에 적발돼 검찰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새롭게 임명된 박완수 신임 인천공사 사장은 제대로 된 검증 과정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져 ‘낙하산 인사’ 논란에 둘러싸여 있다. 


총인건비를 초과집행하고 외주용역을 확대하는 구조도 비판거리다.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급과 복리수행비 등이 포함된 액수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인천공항공사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인천공항공사의 총인건비는 170억원 가량 초과집행됐다. 강 의원은 기재부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지침’을 근거로 2006년도 기본급을 재산정해 적용했다. 강동원 의원은 “직·간접적으로 재정이 투입되는 공기업 방만경영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민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며 “상식밖으로 과도한 공사 보수와 복리후생비를 조속히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여기다 각종 탈세의혹도 제기된다. 변재일 의원이 ‘인천공항공사 최근 5년 복지포인트 지급액’을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복지포인트 지급액이 500만원 이상인 자가 802명으로 전체 공항직원의 80%에 달했고, 700만원 이상인 경우도 631명에 육박했다. 국세청은 복지포인트가 10년 동안 1000만원이 이상 지급된 경우 이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변 의원은 “국세청이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한 만큼 복지포인트 지급액이 1년 평균 200만원 수준인 인천공항의 세금탈루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은 이미 2008년 이후 2차례 걸친 국세청의 정기세무조사에서 5년 동안 법인세, 부가세 등 총 2288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다. 당시 세무당국의 과세내용을 보면 ▲상업시설 사용료 379억원 ▲감가상각 내용연수 203억원 ▲2~9공구 매립공사 158억원 ▲교통센터 철도시설 135억원 ▲BOT 임대수익 106억원 ▲기타 2단계 준공 세금계산서 작성시기 부적정, 협력업체 지원비용 접대비 등 239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적인 조직구조도 논란거리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정규직원은 1032명, 외주용역 비정규직은 6469명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6배 가량 넘어서는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외주용역 분야를 2011년 39개에서 올해 45개 분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11년 39개 분야 5960명이던 외주용역은 2015년 8월 기준 45개 분야 6469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역금액도 2903억원에서 339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윤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과 정규직은 억대 연봉과 각종 복리후생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지적을 받고도 오히려 외주용역 비정규직을 확대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인천공항 육성정책 타당성 없다”

인천공항의 방만경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육성정책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이헌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인천공항은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돼 허브공항 육성정책은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인천공항 마스터플랜은 2015년 환승률 59.4%, 국제선 총수요 5745만3천명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환승률은 10%대에 그쳤다. 부진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을 이유로 국내 공항시설투자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국내 공항의 여객 운송을 제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6~2010년 사이 국내 공항에 투자된 총 2조4661억원 가운데, 1조9691억원이 인천공항에 투입됐다. 특히 인천공항은 저조한 환승률 지표를 ‘환승시장 점유율’로 대체하는 등 꼼수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변재일 의원 역시 지난 2012년부터 인천공항 허브화가 지방공황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은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중추공항의 위상과 동북아지역의 허브공항임을 명시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5대 허브화 핵심과제 중 하나로, 환승여객 증대를 선정해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인천공항공사가 유치한 외국항공사는 76개사다. 이들이 인천공항의 환승에 차지하는 비중은 6%로 매우 저조하다. 환승객 수송 점유율의 94%는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차지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싱가포르 68.9%, 홍콩 76.6%의 자국 항공사의 환승객 수송 점유율과 비교하면, 인천공항의 자국항공사 환승 의존도는 20% 가량 높다. 

또한 2011년 말 기준 인천공항의 취항 노선은 174개로 나리타공항(91개)의 약 2배에 달하지만, 환승률은 약 4% 뒤진다. 인천공항은 외양상 다수의 외항사 유치와 다양한 노선의 확보로 허브공항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나, 환승률은 정체된 상태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도 문제다. 변 의원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는 대형항공사와 비교해 낮은 비용구조로 혼잡한 주요공항을 피해 교외의 제2공항이나 지방공항을 사용함으로써 다빈도·단거리 운항에 의한 효율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는 국제선 운영을 위해 인천공항 노선을 이용해야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저비용항공사의 최대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과 일본의 피치항공의 성수기 인천-간사이 간 노선운임을 비교했을 때, 약 10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쟁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은 허브화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다. 2012년 기준 4개 저비용항공사의 인천공항 국제선 운항횟수는 1만1330회인 반면, 김포공항의 저비용항공사 운항횟수는 2011년 대비 3.4% 감소한 1407회로 나타났다. 변재일 의원은 “이는 저비용항공사의 성장과 지방공항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정책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환승객 증대를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LCC 환승 연계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어 지방공항의 국제공항화를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방국제공항의 경우 LCC노선 확대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하는 구조에서 ‘LCC 환승연계강화 정책’은 치명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변 의원은 인천공항은 허브공항 기능강화를 위한 환승률 강화에만 목매지 말고, 지방공항 활성화라는 대의적인 차원,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공항 LCC 국제선 노선 확대는 국내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일본은 2012년 8월 ‘항공자유화’를 통해 2013년 3월부터 수도권을 제외한 노선 자유화에 합의했다. 일본의 나리타와 하네다공항, 중국의 베이징과 상항이 공항 등 주요 공항은 항공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혼잡도가 낮은 지방공항으로 항공노선 개발 및 빈도 증가를 합의했다. 항공자유화협정은 협정대상국과의 대상 노선에 대한 진입을 개방해 노선 취항전에 거쳐야 하는 주무부처의 ‘항공협정’ 없이도 항공 운항 편수를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변재일 의원은 “인천공항은 개방이후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운항노선 수, 운항빈도 등에서 허브화를 달성할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으나 환승률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허브화란 미명하에 제시된 환승률 올리기에만 급급, 지방공항의 수요까지 인천공항으로 집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허브화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지방공항과 상생발전할 수 있는 거시적인 항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국가의 중추공항인 인천공항은 지금의 자국항공사 위주, 지방공항과 경쟁하는 정책에서 탈피해 나리타 공항과 같이 외국항공사 지역 거점 유치를 적극 추진해 국제적인 허브공항으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3단계 확장공사 ‘공역확보’ 어려워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인천공항이 4조930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추진하는 ‘3단계 확장공사’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3단계 확장공사는 부족한 터미널 공간을 확충해 현재 63회로 제한된 슬롯을 90회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슬롯이란 특정 공항에서 1시간 동안 운항할 수 있는 공항 항공편의 횟수를 뜻한다. 

신기남 의원은 인천공항이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슬롯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터미널과 활주로, 계류장 등은 이미 조건을 만족했거나 자체적인 보완이 가능하지만 공역과 서울접근 관제용량은 외부적 요인이 충족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인천공항은 슬롯 확장을 위해 이미 5조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제2터미널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기남 의원은 “이미 2008년 공역 17회 확장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축소했으므로 재축소는 불가능하다”며 “김포공항의 기존 항로, 청와대의 인근항로, 국방부의 훈련공역과 겹치고,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과 불과 15km거리이기 때문에 인천공항 공역확보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휴전선 비행금지구역 조정, 중국 및 북한 항공로 신설, 관제용량 확대 가능성 여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 ‘환골탈태’ 절실  

다수의 국회의원은 인천공항이 대대적인 조직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동북아의 허브공항이라 불리는 인천공항의 환승률이 매년 하락하는 이유는 저가항공사가 직항을 띄우면서 환승수요를 빼앗기고 김포공항이 국제선을 유치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가항공사와 김포공항의 국제선 유치 때문이라면 인천공항공사의 무능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승객은 매년 증가하는데도 환승률이 오히려 하락하는 것은 그만큼 인천공항의 대외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천공항을 효율적으로 건설 및 관리·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환승률 하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일본은 국내선인 하네다 공항의 운항거리제한을 폐지하고 국제선을 전면 허용했다. 중국은 미주와 유럽으로 가는 직항노선을 대폭 늘리는 등 경쟁 국가들이 공격적으로 허브공항 전략을 추진했다. 이에 반해 인천공항공사는 전직 정창수 사장은 지자체장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사장직을 버렸고, 이후 8개월 동안이나 사장이 공석 상태에 있었다. 이 기간 부사장은 특정업체 납품비리에 연루됐다. 

인천공항공사의 낙하산 인사와 간부 간 갈등, 각종 비리연류 등은 경영부실로 이어져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의 조직과 인력으로 동북아 허브공항 선점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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