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0 11:21

韓-中 조선업, 고부가선종 경쟁 치열해진다

제5차 나이스신용평가 포럼 개최

●●●중국 조선업의 성장세가 연일 거세지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풍부한 저임 노동력 등을 바탕으로 중소형 범용선박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009년 조선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된 이후, 중국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고부가선종 및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으나,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우리아트홀에서 열린 제5차 나이스신용평가 포럼에서 조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중국 조선업 성장으로 조선시장 ‘공급과잉’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조선업 호황을 바탕으로 선박건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중국의 선박건조능력은 2000년대 초반 200만CGT(수정환산톤수) 내외였지만, 2010년 이후 2000만CGT 수준으로 올라서 그 성장세가 매섭다. 물론 여전히 국내 조선과는 상당한 기술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상위권 조선사를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추진 중이다.

이 날 ‘중국 조선업 성장의 영향과 국내 조선산업의 주요 이슈’란 주제를 발표한 나이스신용평가 이영규 책임연구원은 중국 조선업 성장에 대응해 국내 상위권 조선사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LNG(액화천연가스)·LPG선종 위주로 수주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고부가선종 발주규모는 연평균 200억달러 내외로 국내 조선사의 건조능력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영규 책임연구원은 “한국 및 중국 조선소의 확대된 선박건조능력으로 인해 범용선박 시장의 공급과잉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조선사가 고부가선종 시장으로 진입함에 따라 수주경쟁 또한 심화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해양프로젝트 발주가 위축되고, 국내 조선사의 수주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조선업은 중국조선의 추격과 별도로 해운 불황이 불러온 시황 악화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조선업은 호황기를 맞았지만, 2009년 이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해 조선업 전반의 수주경쟁이 심화되고 선박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서 대형조선사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선종, 해양플랜트 수주 확대를 통해 범용선박 경쟁심화에 대응한 반면, 중소조선사는 수주경쟁 심화와 미흡한 재무여력 등으로 인해 대부분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조선사들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설계 및 관리역량 미흡으로 과도한 수주경쟁이 일어나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손실 프로젝트들이 대체로 2016년 중 인도 예정임을 고려할 때, 2017년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공정 초기단계인 프로젝트의 경우 향후 예정원가 추가상승 여부에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4년 하반기 유가하락도 해양플랜트 발주에 영향을 줬다. 유가는 2015년 중 배럴당 50달러 내외를 유지 중이며, 현 수준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 해양 유전개발 위축에 따른 해양프로젝트 발주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조선, 차별화전략으로 경쟁력 제고

뒤이어 중국 다공국제신용평가(Dagong Global Credit Rating Co.)의 슈 리앙쯔(Chu Liangzi) 애널리스트는 중국 조선·자동차업계의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조선업은 1950년대 유럽에서 처음 부흥해, 70년대 한국을 거쳐 지금은 중국이 급성장기에 들어섰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원자재 및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슈 리앙쯔는 한·중·일 3개국이 각기 다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생산 능력 확충과 설비 갱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생산에 집중하고, 한국은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높은 기술력, 고부가가치 선박에 강점을 보인다. 중국은 종합적인 실력이 안정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선적화물선과 컨테이너선에 집중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중국이 한국·일본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조선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복합중량화물의 시장집중도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조선소와 20개 조선소의 시장집중도는 10년간 각각 26.88%포인트 18.59%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과 중국의 시장집중도를 비교했을 때, 지난해 중국의 수주 잔량은 세계 1위지만, 단일 조선소를 기준으로 한국 13개 조선소의 수주량은 중국 130개 조선소의 수주량을 뛰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글로벌 조선사 순위에서도 한국이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중국은 하위권에 랭크돼 중국 선박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채율이 높고 현금흐름의 격차가 큰 것도 중국 조선업의 문제다. 원가와 임금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를 관리할 능력이 부재해 중국 조선업은 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대해 슈 리앙쯔는 “중국 조선업은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그 과정이 급격히 이뤄져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조선업을 10대 발전 사업에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자동차업계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21.6%를 차지하며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연비 등 성능 면에서 외국 및 중국 국내 브랜드보다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지만, 내년 신차 출시와 중국 내 높은 인지도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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