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9 21:35

해운사 신용등급 현대상선↓ 폴라리스쉬핑↑

유가하락 단기 실적 개선, 해운 불투명성은 여전

유가하락을 배경으로 한 해운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해운산업의 불투명성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에 힘입어 단기 영업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선복량 공급과잉으로 운임 하락 압력은 오히려 커지는 실정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벌크선 시장에서의 최근의 운임 흐름은 운임 하락 압력의 크기를 뚜렷이 보여줬다. 선복량 과잉으로 화주에 대한 협상력이 낮아지면서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올해 2월18일 역대 최저치인 509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컨테이너선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존 CKYHE와 G6에 더해 2M과 오션3가 결성되면서 원양항로는 4개의 전략적 제휴(얼라이언스) 체제가 경쟁 중이다. 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한 초대형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유럽항로 운임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건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미주 노선은 하역노조 파업과 파나마운하, TSA(태평양항로운임안정화협정) 등의 요인으로 오히려 운임 상승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하역노조의 파업이 올해 초 마무리됐으며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도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어 이후에는 최대 1만2000TEU 급 선박이 통항할 수 있게 된다. 투입되는 선박의 수가 증가하고 크기도 커지면서 북미항로 또한 운임 하락 압력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진 셈이다. 2008년 EU의 해운동맹 인정제도 폐지 이후 TSA의 운임 지지력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 클락슨, 한국기업평가)
 

탱커 시장의 경우에도 저유가 상황이 안정화되면 원유에 대한 투기수요가 축소되고,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원유 수요도 감소할 수 있어 운임 하락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기평은 이 같은 시장 분석을 토대로 주요 해운업체 신용등급에 대한 정기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떨어졌고 폴라리스쉬핑의 신용등급은 올랐다. 다른 선사들은 기존 등급을 유지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무보증회사채는 BB+(안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은 B+에서 B로 각각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반면 폴라리스쉬핑의 신용등급은 무보증사채는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은 A3에서 A3+로 각각 상승했다.
 
이밖에 한진해운은 BBB-, SK해운은 A-(무보증회사채) A2-(기업어음), 장금상선 현대엘엔지해운 에이치라인해운은 각각 BBB+, 대한해운은 BBB, 동아탱커와 흥아해운은 각각 BBB-를 유지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북미항로에 웃고 울어

한진해운은 최근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줬다. 1분기 영업이익 1550억원(연결기준)은 2010년 이후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하역노조 파업 등의 여파로 운임이 상승한 북미항로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진해운 전체 수송량 중 태평양항로 비중은 41%에 이른다.
 
한진해운은 전용선사업, 노후선박 등 자체 자산매각과 자금대여 유상증자 등 주주사인 대한항공의 지원 등에 힘입어 총 1조2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3년 말 1460%를 넘어서던 부채비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910%대까지 낮아졌다.
 
현대상선은 2011년 1분기 이후 17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별도 기준)를 지속하는 등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특히 경쟁사인 한진해운이 북미 동안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에 대응해 적극적인 노선 조정으로 이익을 실현한 반면 현대상선은 노선조정 지연 등으로 북미항로 운임 상승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누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상선도 지난해 이후 LNG 전용선 사업 매각,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등 당초 발표한 자구계획의 상당부분을 이행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말 별도 기준 4579억원 수준까지 축소됐던 자기자본은 올해 3월 말 현재 8359억원으로 늘어났다. 14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도 660%대로 떨어졌다.
 
(자료 : 각사, 한국기업평가)
 
폴라리스쉬핑, 장기계약 배경 안정적
 
SK해운은 유가하락으로 가장 큰 실적 변화를 보여줬다. 연료유 매입가에 일정 수준 마진을 붙여 판매가 이뤄지는 벙커링 부문은 유가 하락으로, 가스선 부문은 유가 하락과 체선, 선박 매각 등으로 큰 폭의 외형 하락을 맛봤다. 벌크선 부문도 용선대 축소와 운임하락으로 19.5%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가하락에 따른 탱커 수요 증가로 운임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에 11%까지 향상됐다. 다만 탱커와 벌크선대 상당량을 스폿 시장 영업에서 운영하고 있어 시황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폴라리스쉬핑은 2012년 말부터 브라질 광산회사 발레(Vale)와 대규모 장기운송계약을 개시한 이후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엔 45% 이상의 성장폭을 그렸다.
 
3월 말 현재 총 32척의 운항선대(사선 26척, 장기용선 6척) 대부분이 발레,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등 우량화주들과 9~20년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장기계약 대부분이 2010년 이후 시작돼 2021~2035년까지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총차입금은 1조3496억원으로 2011년 말 이후 8500억원이 증가했다. 전체 차입금의 80%가 선박금융에 따른 장기차입금으로, 장기운송계약의 현금흐름과 연결돼 있어 상환 부담은 크지 않다.
 
(자료 : 각사, 한국기업평가)

장금・흥아, 유가효과 컨부문 개선
 
장금상선은 지난해 중국과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한 운임 상승과 하반기 이후 연료유 가격 하락의 효과로 컨테이너 부문에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됐으나 벌크선 부문에서 인하된 운임 조건으로 신규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체 수익성도 동반 하락했다.
 
장금상선 계열 선사들은 최근 셸(Shell) 발레 허베이강철(Hebei Steel) 등 세계적인 화주들과 거래를 지속하며 벌크선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근해항로 운임 하락과 용선 추가 도입에 따른 용선료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세를 띠었으나 유가하락을 배경으로 다시 이익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을 넘겨받은 에이치라인해운은 2020년까지 일부 계약이 만료되지만 이미 확보한 한국전력 장기운송계약 5건과 기존 계약의 연장 가능성 등으로 실적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의 LNG 전용선사업을 인수한 현대엘엔지해운도 지난해 10월 한국가스공사의 사빈패스 프로젝트 LNG선 운용선사로 선정돼 2017년부터 운항에 들어간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확대된 스폿 운영선박의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다만 매출의 80% 이상이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창출되고 있어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이익) 마진은 30% 이상의 우수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동아탱커는 2013년 이후 영업이익률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신규 도입한 자동차운반선을 현대글로비스에 장기대선한 데다 유조선도 GS칼텍스, 엑슨모빌(Exxon Mobil), 셸 등 우량화주와 체결한 중장기 운송계약에 취항 중이어서 안정적인 실적이 전망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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