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5 18:23

장기적 관점의 해운 지원책 필요하다

인터뷰/ 법무법인 세창 김현 대표변호사
농협 택배 진출은 시장 교란 뻔해


20여년간 해사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대해  독자적인 법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경쟁은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농협의 택배 진출은 심각한 단가인하 경쟁을 야기해 시장을 교란시킬 뿐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 세월 >호 보상안에 대해선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최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대 확보 지원 등 장기적인 관점의 금융 지원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Q. 해상법 전문 법무법인 세창이 올해로 창립 23주년을 맞았다.

설립 10주년을 맞아 세창 변호사 전원이 진지한 토론 끝에 작성한 ‘적극적이며 신속 친절 정확한 서비스로 의뢰인을 행복하게 하는 미래의 동반자’라는 세창 사명 (mission statement)의 마음으로 의뢰인에게 봉사하다 보니 23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세창의 강점은 풍부한 업무경험에서 나온 업계 최고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선하증권(B/L), 용선계약 분쟁, 해사중재, 화물 손해배상, 해상보험, 해양오염, 선박금융, 선박충돌, 선상 화재, 예선과 도선, 여객운송, 선원 산재, 해양안전심판 등 다양한 해상 관련 분쟁 중 다루어 보지 않은 사건이 없을 정도다. 경험 많은 최고의 해사변호사팀이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있다.

Q. 최근 확정된 정부의 <세월>호 배상 및 보상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세월>호 배·보상안은 지난 3월29일에 시행된 ‘4·16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마련됐다. 일반적인 배상절차에 따를 경우 책임이 있는 청해진해운 등이 배상 여력이 없어 피해구제가 불확실하고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우선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려는 취지다.

희생자의 유족과 생존자에게 배상금과 위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배상금은 피해자들에게 적정한 금액의 일실수익과 위자료를 지급하게 된다. 희생자의 경우 위자료 1억원이 지급된다. 위로지원금은 국민성금을 관련 법률에 따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어서 피해구제 및 지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거다.

또 일정 범위 내에서 배상금 임시지급도 인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게 된다. 9월28일까지 배상금 신청기간인데 이 기간 내에 신청서를 내고 소득자료를 첨부하면 소송을 하는 것보다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어서, 정부 보상안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반대 성명 발표에 참여했다. 농협의 택배 진출은 어떤 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보나?

공공기관인 농협이 민간택배시장에 진출할 경우 민간택배사와의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택배사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적용을 받아 영업용택배차량의 엄격한 제한을 받지만 농협은 농협법의 적용을 받기에 여러 가지 차별적인 법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편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우체국택배가 일반차량으로 택배물량을 배송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심각한 단가인하 경쟁을 야기해 택배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고, 치열한 과당경쟁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민간택배사는 더 힘들어지게 될 거다. 농협이 민간택배시장에 진출해 초기물량 확보를 위해 가격경쟁을 촉발시키고 이로 인해 큰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의 혈세로 그 틈을 메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당경쟁의 희생자는 결국 민간택배사와 사회적 약자인 4만여 택배기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농협은 민간택배시장 진출의 정당성을 “우체국택배가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동의하기 힘들다. 중단되는 우체국택배의 토요일 물량은 전체 물량에 비해 극히 소량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물량은 전국 택배서비스망을 갖춘 민간택배사가 더 나은 서비스로 소화할 수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가운데 자산 290조원에, 44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기업 농협이 민간택배시장에 진출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일감 몰아주기가 될까 우려된다.

이는 물류강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물류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매년 7%에 가까운 성장을 보이는 택배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거다.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기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택배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농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도소매 판매시설의 활성화를 위한 협업체제 구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Q. 해운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해운지원책이 가동 중인데,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게 있다면?

해운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물동량의 감소다. 그런데 물동량 감소로 국적선사들이 도산하거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도 머스크 같은 경쟁력을 갖춘 외국 대형선사는 흑자를 기록해 오지 않았나? 결국 국적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운 지원 정책인 셈이다.

세계 각국이 이자율을 내리고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해 선사들을 지원하는 반면 우리는 최근에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금융조달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국적선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국적선사들이 도산의 위험 속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어서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투자를 바라기 어렵다.

근시안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국적선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질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예를 들어 최근 수출입은행이 중고선 도입 관련 8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했는데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인 대책이고 우리 해운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장기 정책이 되기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선대를 갖출 수 있는 효과적인 금융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 세계 화물의 흐름을 파악해 선사들에게 제공하는 등 화주와 국적선사간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Q. 한 세미나에서 국내 물류산업의 세계화, 글로벌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전자상거래업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경쟁력 있는 전자상거래업체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물류기업들이 장기적인 시야로 공동출자를 하든지 적극적으로 협력해 거대 전자상거래업체를 탄생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항공 운송 산업에서 10개 이상의 항공사가 팀을 구성해 공동운항을 하고 마일리지를 서로 인정해 주는 사례, 해상운송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월드와이드로 컨테이너선을 공동운항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업체를 새로 출범시키는 것이 힘들면 기존 전자상거래업체와 업무제휴 관계를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특정 품종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전자상거래기업도 틈새시장을 잘 공략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세계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에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여럿 있지 않나? 이들이 소규모 전자상거래업을 창업해 외국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대금결제 제도 등 정부가 획기적으로 규제를 줄여 이들을 도와야 한다.

물류시장이 아무리 과점화된다고 해도 대규모 전자상거래업체가 시장을 100% 석권할 수는 없다. 젊은 신흥기업의 패기로 대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섬세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일정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우리 물류산업을 보호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물류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물류단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뿐 아니라 자연환경이나 법률적 문제에 대한 정보제공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몽골 광물자원 물류기지 건설사업이나 미국 롱비치항 곡물터미널 건설사업에 정부가 적극 지원한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특히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동반진출을 꾀해야 한다. 가능한 한 관련 분야의 기업들을 모두 참여시키는 정책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그리고 법령은 현실에 뒤처질 가능성이 많으므로 정부 법무담당관실은 이미 발생한 법적 문제만을 해결하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현실에 부적합한 법령을 찾아내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과 수시로 회의를 하고 각 부처마다 ‘법령개선위원회’를 설치해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민간 전문가를 대거 위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원회에서 제기된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Q. 해운업계 내에서 해사중재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런던국제중재재판소, 런던해사중재원, 국제상공회의소, 싱가포르국제중재원, 홍콩국제중재센터 같이 국제적인 권위를 가지고 많이 이용되는 중재원을 가지는 것은 우리 해운업계의 꿈이다. 현재 대한상사중재원이 잘 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해사중재원을 설립하면 해운계와 무역업계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문적이고 우수한 중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다.

우리 해사변호사들의 실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해사변호사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해사중재원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본다. 런던이나 홍콩과 같이 존경받는 실력있는 해사변호사들이 은퇴 후에 전업으로 해사중재인으로 활동할 것이 기대된다. 해사중재원의 설립과 운영의 과정에서 대한상사중재원과의 원만한 협력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신 데다 최근엔 도로공사 안전경영위원장, 해양생물자원관 비상임이사에 취임하셨다. 어떤 역할들인가?

국토교통부는 1999년부터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건설과 주택, 교통, 물류, 도로, 철도, 수자원 전반에 걸쳐 광범한 자문을 하고 있다. SOC(사회간접자본) 민간투자에 관한 자문도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제가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해상법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1991년부터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해양정책과 수산정책에 걸쳐 수많은 의견서를 작성해 해양수산정책 결정에 도움을 드렸다고 자부한다. 특히 부산신항 건설 때 정부협상대표를 맡아 건설회사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억은 매우 뿌듯하다.

최근 한국도로공사 안전경영위원회가 발족했고 초대 위원장을 맡게 됐다. 안전경영위원회는 고속도로 재난안전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개선의견을 수렴해 높은 고속도로 안전수준을 달성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재난안전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교량이 123%, 터널 154%, 비탈면이 142% 증가했다. 30년 이상 구조물이 현재에 비해 2020년에는 2배, 2030년에는 12배로 증가하게 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츌,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사이버테러, 전산망 마비 등 새로운 유형의 재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유독물질 사용량 급증으로 운반차량에 의한 유출위험이 증가했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좀 더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안전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을 생각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비상임이사도 맡게 됐다. 4월30일 개관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국내·외 해양 생물자원의 국가자산화와 지속적 이용을 목표로 한다. 충남 서천군에 자리해 2030년까지 2만종 350만점의 해양생물자원을 국가자산화하고 10만 건의 유전자원 발굴과 400만 건의 자원정보를 구축하게 된다.

해양생물자원에 대한 주권 행사를 위한 연구, 유전체정보 활용을 위한 포스트게놈 유전체 사업 등 해양수산 관련 국가 연구개발 과제도 수행한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해양생물자원관이 잘 자리잡도록 적극 돕겠다.

Q. 끝으로 해운업계 및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제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해운업계를 사랑한다. 해운업계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금 우리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이번에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한 유기준 장관은 해운에 대한 이해도 깊고 능력과 정무감각이 뛰어난 분이다.

유 장관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해양수산부가 국민과 해운업계의 발언을 경청하고, 투철한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돼 우리 해운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과제들을 가까운 시일 내에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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