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와 용선주간 계약 해지로 외국항에서 반선을 기다리던 선박에서 임금을 못받은 채 유기 위험에 처해 있던 21명의 선원이 전국선박관리선원노동조합(이하 ‘선박관리노조’)의 도움으로 전원 본국으로 송환됐다.
3만8000t급 벌크선 <로터스선>(LOTUS SUN)호는 지난 2월 경영악화로 용선사인 로터스상선이 선주인 국내 은행에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자 계약 해지와 함께 외국항에 체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선박에 타고 있던 한국인 선원 2명, 필리핀 선원 19명 등 총 21명의 선원들이 모두 3개월 이상 임금을 못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달 3일 선박의 관리회사를 통해 상황을 처음 파악한 선박관리노조는 주 채권단이자 실선주인 은행을 방문해 선원들의 기본적인 인권보호를 위해 채권단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으며, 선원들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이미 발생한 선원들의 체불 임금을 선박우선특권에 따라 최우선 변제해 줄 것은 물론 선박에 머무르고 있는 선원들을 위한 주부식과 연료유, 청수의 조속한 보급도 요청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선원들은 같은 달 30일 체불된 임금 전액을 받고 이튿날 전원 본국으로 귀국했다. 선박관리노조 박성용 위원장과 집행부는 선원들의 귀국길에 마중나가 그간 겪은 고초에 위로의 말을 전했다.
본선의 이 모 선장은 “장기간의 임금체불과 불확실한 상황으로 극도로 예민해진 선내 분위기 속에서 홀로 모든 것을 처리하느라 많이 힘들었지만 노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마무리돼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간단하게 소회를 밝혔다.
선박관리노조 박성용 위원장은 “선원 기본 근로조건 향상 정신에 입각한 2006 해사노동협약이 올해 1월9일 우리나라에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주에게는 선원들의 생계, 생존과 직결되는 임금 및 필수부양비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선원의 유기보험 및 재정보증에 대한 법 제정 등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2013년에도 한국인 선원 4명, 필리핀 선원 16명 등 선원 20명을 태운 범영해운 벌크선 <팬블레스>호(1만6000t급)가 선주의 파산으로 선박연료 대금 50만달러를 내지 못해 5월20일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항에 억류됐다가 두 달여 만에 본국으로 송환된 바 있다. 당시 선원들은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전기와 식량 지원이 끊긴 채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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