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택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이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도전한다. 해운물류산업 연합체인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정기총회에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IMO 사무총장 후보로 임 사장을 공식 추천했다.
170개 정회원국과 3개 준회원국을 두고 있는 IMO는 해양산업에서 국제연합(UN)과도 같은 조직이다. 1959년 UN의 12번째 전문 기구로 런던에서 출범했으며 해상에서의 안전과 보안, 선박에서 기인하는 해양오염 방지를 책임지고 있다.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등이 IMO가 제정한 주요 협약들이다. 특히 항만국통제(PSC) 제도를 통해 기준을 지키지 않는 선박에 대해선 출항정지라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IMO의 수장인 사무총장을 일컬어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4년 전에 후보를 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채이식 후보는 40개 이사국으로부터 최저득표수인 2표만을 얻는 데 그치며 1차 투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1표만을 받은 셈이었다. 일본 후보였던 세키미즈 고지 현 사무총장이 1차 19표 2차 과반수 득표를 얻어 당선된 것과 비교되는 결과였다. 후보자의 낮은 경쟁력과 함께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최악의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국토해양부는 선거 과정에서 담당 실장만을 파견해 득표 활동을 벌였으며 외교부는 후보 지원요청을 위한 특사파견, 외국정부와의 교환지지 확보 등 외교자원을 활용한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IMO 사무총장 배출을 고대하던 선주협회 조선협회 한국선급 등 민간에서 4천여만원을 지원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반면 세키미즈 후보는 사무국 직원들 사이에서 업무에 지나치게 꼼꼼한 데다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영어에 서툴러 의사소통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동북아 출신으로는 첫 IMO 사무총장이란 쾌거를 이뤘다.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는 2년간 IMO에 해적퇴치기금 1400만달러를 출연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앞으로 있을 선거는 전망이 비교적 밝은 편이다. 현 사무총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한 임기 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몫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임기택 후보의 자체 경쟁력도 높은 까닭이다. 임 후보는 과거부터 IMO 사무총장 후보 적임자로 평가받아 왔다. 해수부 공무원 시절 3년간 IMO 주재관으로 근무했으며 이 기간 IMO 회원국 런던주재관 모임인 해무관단의 의장을 맡아 일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IMO 협약준수전문위원회 의장을 6년간 지냈으며 2006년부터 3년간 주(駐) 영국대사관 국토해양관으로 파견 나가서도 꾸준히 IMO와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가 전담팀을 구성해 IMO 선거 준비에 돌입하는 등 지원에 적극적이란 점도 고무적이다. 유기준 장관이 직접 대표단을 꾸려 선거를 챙기는 모습도 그려 볼 법 하다.
강력한 경쟁상대는 덴마크 해사청장인 안드레아스 노르셋(Andreas Nordseth)이다. 덴마크는 차기 선거를 겨냥해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후보를 냈다. 세계 1위 선사를 두고 있는 해운강국의 후보로서 유럽권 이사국의 지지를 배경으로 임 후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이종욱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조선 1위 해운 5위의 해양강국이기도 하다. IMO 사무총장의 자격은 충분하다. 해수부 외교부 등 정부 당국과 해사업계의 적극적인 지원, 후보자의 투혼이 어우러져 오는 6월30일 치러질 IMO 사무총장 선거에서 우리나라가 웃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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