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2 09:21

논단/ 선박의 국적, 선박의 등록, 등기와 나용선등록제도

나용선등록의 경우 사법관계에 관한 준거법 결정은 원등록 선적국법을 기준으로 해야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 변호사/법학박사
< 2.2자에 이어 >
나. 현황

나용선등록제도는 국가간의 나용선에 따르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편리한 수단으로서 이미 국제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으며, 1986년 선박등록조건협약의 선박등록요건에서도 일정한 조건하에 용인되고 있다.

실질적 의미의 나용선등록제도의 기원은 1951년 독일의 기국법(Flaggernrechtsgestetz)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은 원래 자국의 선복을 확보하고 선대 재건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그 상황이 바뀌어 높은 선원비로 인한 자국 선주의 비용절감을 위한 방편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나용선등록제도는 독일, 필리핀, 멕시코 등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아일오브만(Isle of Man), 파나마 등 편의치적국 대부분이 이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다. 효력

나용선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국기는 국제공법상 그 선박의 국적으로 취급되며, 따라서 나용선등록에 따라 선박이 외국기를 게양한 경우 그 기간 동안 선박은 완전하고 유일하게 그 외국의 주권에 따르게 되며 기국의 공법만이 거기에 적용되게 된다.

그러나, 나용선의 기초 위에 국기의 변경이 행해졌다 하더라도 선박소유권, 선박저당권, 선박우선특권 등 사법적인 문제까지 선박의 국적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관해는 여전히 기등록된 원등록국,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 등록을 한 선적국법이 적용되게 된다. 따라서, 국제사법상 준거법의 결정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나용선등록국법이 아닌 원등록국법이 그 기준이 되게 된다.

3. 나용선등록과 선적국

가. 나용선등록과 준거법 원칙

해상사건에 있어서도 섭외사건의 경우 준거법이 무엇인지가 선결돼야 하며,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는 해상에 관한 준거법으로서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및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선박의 소유권,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물권의 성립여부 및 그 순위는 원칙적으로 나용선등록국법이 아닌 선박소유자의 원등록국법, 즉 선적국법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박우선특권있는 채권의 인정범위에 대해도 선적국법에 따르도록 하는 소위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선박우선특권에 기해 외국선박을 어레스트하고자 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선박소유자의 선적국법인 원등록국법이 해당 채권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 준거법 원칙의 예외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은 준거법 지정의 예외로서 “이 법에 의해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관행인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의 경우, 이러한 준거법 지정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가 문제된다. 편의치적에 있어서 선적이 선적국과의 유일한 관련인 경우 위 예외조항에 의해 선적국법 대신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편의치적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국제사법 제8조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 관련 대법원 판례

(1) 대법원 2007년 7월12일 선고 2005다39617 판결 요지

1) 배당이의소송에 있어서의 배당이의사유에 관한 증명책임도 일반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에 따라야 하므로, 원고가 피고의 채권이 성립하지 아니했음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채권의 발생원인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고, 원고가 그 채권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거나 변제에 의해 소멸됐음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그 장해 또는 소멸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2) 선박우선특권은 일정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법률에 의해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일반적으로 그 피담보채권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이전되기는 어려우므로, 선박우선특권이 유효하게 이전되는지 여부는 그 선박우선특권이 담보하는 채권의 이전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논할 수 있는 것인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에서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는지 여부,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 선박우선특권의 순위 등으로서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 자체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석되므로, 그 피담보채권의 임의대위에 관한 사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35조 제2항 에 의해 그 피담보채권의 준거법에 의해야 한다.
3)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이 선원근로계약에 의해 발생되는 임금채권인 경우 그 임금채권에 관한 사항은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에 의해야 하고, 선원근로계약에 관해는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어 선원근로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임금채권에 관한 사항에 대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 에 의해 선적국법이 준거법이 되므로, 결국 선원임금채권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그 선원임금채권을 담보하는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사항과 마찬가지로 선적국법에 의한다.
4)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해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소송 과정에서 그 외국의 판례나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해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 법원으로서는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

(2) 대법원 2014년 11월27일 자 2014마1099 결정 요지

1)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船籍國)의 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한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 것이고(대법원 2007년 7월12일 선고 2005다39617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선박이 나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위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이 사건 선박의 ‘나용선등록국법’인 ‘마샬아일랜드법’이 아니라 ‘소유권등록국법’인 ‘독일법’이고, 독일 상법에 따르면 이 사건과 같은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에 의해 담보되지 않는 다고 판단해, 선박우선특권에 기초한 재항고인의 이 사건 임의경매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은 정당하다. 거기에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어

위 대법원 판례들은 나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도 섭외적인 사법관계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은 선적국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 등록을 한 국가의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용선등록 선박에 있어서도 편의치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용선등록국법은 그 나용선등록국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 국제법 제8조 제1항의 준거법 결정의 예외로서 준거법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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