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6 15:09

기획/ 포워더 업계, 미 서부항만 적체에 루블화 폭락 ‘설상가상’

LCL 마이너스 운임 확산, 업계 “해도 너무 하네”
포워딩 사업만으론 부족···창고업 ‘대세’ 부상

연초부터 정기 선사들은 비용 효율화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공동운항에 나섰다. 1월부터 머스크라인과 MSC가 손잡은 2M과 CMA CGM, 차이나쉬핑, UASC 세선사가 힘을 합친 O3가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노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양항로는 기존 CKYHE, G6 얼라이언스에 2M과 O3 얼라이언스가 새롭게 결성되면서 4대 얼라이언스 체제를 확립했다.

원양항로 해상운임도 호조세를 그리고 있다. 아시아-유럽노선은 1월 말 1000달러 초반에서 운임수준을 유지하다 2월1일에는 성수기할증료격으로 운임을 인상하면서 1000달러 중반 대까지 운임이 상승했다. 북미항로 취항선사들도 1월 운임인상 성공에 이어 2월 성수기할증료까지 적용되면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000달러대의 운임수준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운임인상에 나서고 있다. 

선사들이 살기 위해 뭉친 반면, 국제물류업계는 뿔뿔이 흩어진 모양새다. 무선박운송인(NVOCC)으로 불리는 화물혼재기업(콘솔사)들의 LCL(소량화물) 유치 경쟁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중국과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마이너스 운임이 최근 유럽항로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유럽항로 운임은 급전직하의 내림세를 보이긴 했지만 마이너스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몇몇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가 고객사에 보낸 요율표를 보면 우리나라발 상하이, 자카르타, 싱가포르행 화물은 1CBM(=1㎥)당 -50~-60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로테르담은 0달러의 요율이 제시돼 있었다. 당시 원양항로에서 0달러 운임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시장마저 마이너스 운임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든 셈이어서 콘솔시장은 근심의 시선이 짙게 드리워졌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안돼 유럽항로는 온전한 마이너스 운임이 출현하면서 그야말로 ‘이전투구’ 양상이다. 콘솔업계는 마지막 보루로 평가되던 유럽시장마저 마이너스 운임이 출현하자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원양항로에서 0달러도 아닌 마이너스 운임이 나온 걸 믿을 수가 없다. 업계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수화인이 다 (운임 지불을) 떠안는 꼴인데, 자유경쟁시장에서 운임을 규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운임”이라며 “일부 화주에게 제시했던 운임이 거론되고 있는데, 실제 그렇게 주는 경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콘솔사들이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사인 프레이트포워더에게 영업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마이너스 운임으로 이목을 끌어 이동이 쉬운 이른바 ‘뜨내기 화물’을 끌어오거나 운임에 BL(선화증권) 건당 환급금(refund)을 주는 식이다. 파격적인 마이너스 운임은 물동량 유치보다 기존 콘솔사의 운임만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 중에는 운임은 운임대로 마이너스로 제시하고 BL건당 1만5천원씩 보전해주는 식으로 물량을 끌어 모으고 있다. 수입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수익이 남는 콘솔업계 특성상 현재의 마이너스 운임 시장구조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고 있지만 점차 가속도가 붙고 있는 운임 하락세에 콘솔사들의 시름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미 서부항만적체로 포워더 ‘가슴앓이’

지난해 수익을 낸 포워더는 프레이트포워더 콘솔사를 모두 합해 손에 꼽을 정도다. 미주 서부항만적체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국제물류업계는 대외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미주 주력 포워더와 북방물류업체들은 타격이 컸다.

미주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한 포워더 관계자는 “미주에서 수익을 본 업체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항만적체가 장기화 되면서 온 신경을 세우느라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 서부항만적체는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 해를 넘기면서 지속적으로 포워더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항만 적체가 심화되자 미주 지역 바이어들은 필요한 물품만 구매했고, 선사들은 화물을 반도 못 채우고 선박을 운항하면서 입항대기로 인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을 올렸다. 포워더는 이래저래 양쪽에서 ‘외줄타기’를 해왔지만 몇 개월이면 해결될 것 같았던 적체는 2015년 들어서도 포워더의 목을 조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하락은 10월 이후 진행됐지만 그 파급력은 서부항만적체에 버금갔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러시아의 체감경기도 악화됐다. 수입업체들이 수입물량을 대거 줄였고, 최근 몇 년간 한러항로 취항 물동량은 바닥을 쳤다. EU가 러시아 제재 연장을 확정하면서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북방물류의 경우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수입화물이 대폭 줄어들면서 거의 빈 배로 운항하고 있는 꼴”이라며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이 상황이 속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개최저입찰에 남는 것 없다

대외적인 악조건에 포워더들은 화주에게만 유리한 공개입찰과 선사 운임인상에 대해 화주 운임전가가 힘들어지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화주기업들이 포워더 선정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공개입찰로 돌리면서 운송단가는 포워더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대폭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너무 낮은 운임을 제시하다보니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 대형화주의 물량을 확보하면 선사와의 운임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얼마 전 A기업의 공개입찰에서 쿠바지역 최저운임은 컨테이너 1대 당 1500달러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미지역의 일반 해상운임이 최고 4천달러에서 낮을 때도 족히 2천달러 대에 머문다는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입찰가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 입찰에 참여하면 다음 입찰에 유리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포워더가 많다. 기본적인 운송사의 수익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화주들의 공개입찰 카드는 포워더에게 남 주기엔 아깝고 먹자니 별 볼 일 없는 ‘계륵’과 같이 변질됐다.

포워더가 공개입찰로 따낸 화물은 콘솔사들도 반기지 않는다. 포워더가 최저가로 입찰을 따오면서 콘솔사에게 더 낮은 수준의 운임을 요구하는 건 불 보듯 뻔한 까닭이다. 한 콘솔사 임원은 “고객사인 프레이트포워더가 화주와 터무니없는 입찰을 따오고 LCL 운임을 깎아왔는데, 최근에는 거래선을 정리하고 수익성 되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콘솔사들도 외형 확대에만 골몰하다 채산성이 크게 나빠지자 아예 돈 안 되는 거래를 끊고 있는 상황이다. 선사들이 운임보전을 위해 물량이 없어도 운임인상에 나서는 것과 비슷한 행보다. 수천 개나 달하는 포워더들이 경쟁을 하는 만큼 시장의 흐름에서 한 발 물러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결단을 하지 않고서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에 이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물동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혹’ 같았던 화물을 정리하면서 다른 곳에 여력을 둘 수 있게 됐다는 후문이다.

해상운임 인상에도 콘솔사들은 프레이트포워더에게 운임인상을 적용하기 어렵다. 프레이트포워더는 화주에게 바로바로 적용이 가능하지만 프레이트포워더를 상대하는 콘솔사들은 운임인상 적용이 쉽지 않다. 지금 같이 해상운임이 오르고 있는 때는 더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미주향 LCL화물을 40피트 컨테이너(FEU) 한 대에 50CBM가량 적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상운임이 400달러 인상될 경우 콘솔업체들은 CBM당 8달러의 운임을 올려야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해상운임 인상 폭에도 콘솔사들은 3~4달러 올리기도 힘든 데다 인상 폭이 작다는 이유로 오히려 올린 운임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콘솔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우물 파서 살아남는 말은 ‘옛말’

갈수록 경영환경이 팍팍해지자 그 동안 하드웨어 없이 운임 경쟁력으로만 영업하던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최근 하드웨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인프라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워더업계는 회사설립에 인력 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진입이 쉽지만 영업사원이 영업선을 가지고 다른 회사로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영업 인력에 따라 기복이 심한 시장이다. 더군다나 갈수록 콘솔 수익성이 악화되자 콘솔사업에서 다른 사업으로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특히 그동안 국제물류에만 주력해오던 포워더들은 창고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창고를 통해 국제물류, 운송, 보관 등의 일괄된 작업을 가능하게 되면서 회사의 매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모락스는 1999년 양산에 보세창고를 시작으로 2010년 부산신항 북측배후부지 보세창고를 운영중이다. 오는 3월에는 웅동배후단지에 물류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어 주력사업이던 국제물류에서 창고로 사업을 대거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은산해운항공은 2002년 양산 CY/CFS(컨테이너화물작업장)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부산신항 인근에 2만 2천㎡의 신항만CY/CFS를 개장해 부산신항의 본격적인 가동에 맞춰 발 빠른 변신을 꾀했다. 2011년에는 부산 화전산업단지에 대단위 CY/CFS를 개장하고 지난해 7월에는 인천 경인항내에 CFS 겸 위험물 창고를 개장해 수도권 물류시장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포워더 시장을 선두로 이끄는 콘솔사들이 창고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 나머지 후발업체들도 창고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모집을 끝낸 웅동배후단지 1-3단계 입찰에서도 입주를 희망하는 포워더의 신청률이 높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페어콘과 은산해운항공 등 포워더가 선정됐다. 북컨테이너 배후부지 입주가 마무리됐지만 BPA가 하반기 남컨테이너부두 항만배후단지 조성사업을 앞두고 있어 향후 포워더의 창고업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화물운송실적신고제에 대한 포워더의 부담이 줄어드는 건 고무적이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에 대한 포워더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에서도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포워더를 화주로 인정해 실적신고 의무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지난해는 외국환거래 상계처리, 관세사와 통관수수료 발행 갈등, 공정거래위 서류발급비 담합 제재 등 누가 작정이라도 한 듯 국제물류주선업계를 쥐고 흔든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2015년은 상대적으로 먼저 매(?)를 맞았기 때문인지 홀가분하다. 국제물류업계는 올해야말로 본업에만 집중하며 수년간 침체에서 벗어나 매출성장을 꾀할 수 있는 해로 볼 수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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