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6 15:00

송년특집 기획/ 시황부진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듯

미서안 항만적체 물류시장 변수
유가하락에 원가 절감 기대


●●●올 한 해 해운물류 시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부진한 시황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운 시장은 벌크선의 수요 둔화와 컨테이너선의 공급과잉이 시황 부진의 배경이 됐다. 정기선 시장에 나타난 4강 구도의 얼라이언스 체제는 향후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물류시장에선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등 미 서부항만의 심각한 적체가 큰 화두가 됐다. 하반기 항만노동자의 태업으로 표면화된 이들 항만의 적체로 화주들은 납기를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항만 물동량은 3%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부산항은 환적수요 성장에 힘입어 8개월 연속 150만TEU를 돌파하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해운·물류·항만·조선·항공산업의 2014년 한 해를 결산했다.

예상밖 불황에 선사들 실적 개선 안간힘

올해 정기선 시장은 고질적인 선복과잉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벌크선 시장은 중국경제의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6.1%에 이른다. 2012년의 2.9%, 지난해의 4.9%에서 상승 폭이 부쩍 커졌다. 북미항로와 유럽항로, 대서양항로 등 주요 간선 노선와 중남미항로 아프리카항로 등 남북항로 모두 물동량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의 1996~2008년 연평균 증가율인 8.7%을 크게 밑돌고 있다.

장기간의 컨테이너선 시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복량은 꾸준한 성장세를 띠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대는 6%대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며 1800만TEU를 넘어섰다. 8000TEU 아래의 컨테이너선은 감소하거나 정체상태이지만 원가경쟁력 개선을 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효과를 배경으로 8000TEU 이상 컨테이너선은 연간 100만TEU  안팎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은 유럽항로는 롤러코스터를 탄 반면 북미항로에선 동안지역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유럽항로 운임은 6.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1500달러에서 700달러대를 오르내리는 등 불안한 시장상황을 연출했다. 북미항로의 경우 서안은 항만적체 후유증으로 7.4% 하락한 반면 동안은 3.4%의 상승세를 띠었다. 근해항로는 동남아시장의 신규선사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 수준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벌크선 시장은 시황 부진으로 신조 발주가 줄면서 선복량 증가율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원재료 수입국인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물동량 증가율도 낮아져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벌크선 시장 물동량 증가율은 2011년 이후 6% 내외의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중국경기 둔화와 환경규제에 따른 중국의 석탄 수요 감소와 인도네시아의 미가공 광물 수출제한 조치의 영향으로 4%대로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도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호주와 브라질의 철광석 증산이 불러온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철광석 물동량 증가율이 양호하게 나타났으나 중국 철강 산업이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한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철광석 물동량 증가율은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초호황기에 축적된 발주로 2008년 이후 매년 10~17%에 이르렀던 벌크선 선복량 증가율은 올해는 6% 이하로 둔화됐으며 공급부담도 완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수요부진으로 벌크선 운임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하락한 후 등락을 반복하면서 상승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평균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1106을 기록, 지난해의 1205보다 부진했다. 당초 시황이 호전될 것으로 봤던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보기 좋게 비켜간 셈이다. 최저치는 7월24일의 723이었으며, 최고치는 연초(1월2일)의 2113이었다. 2000포인트대로 기분 좋게 출발한 BDI는 5~7월 사이 곡물, 석탄 수요 감소로 700대까지 하락한 이후 철광석 해상수송 증가를 등에 업고 11월께 1300대로 회복했으나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수요가 둔화되면서 연말 들어 다시 700선으로 하락했다.

올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 국적선사들은 적자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진해운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연간 실적 흑자 전환의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현대상선은 원양항로 성수기인 3분기마저도 흑자재정 달성에 실패하면서 고강도의 구조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이밖에 팬오션이나 SK해운,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 등 대부분의 주요 선사들은 흑자 재정을 일군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해운시장은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시장은 선박대형화와 이에 따른 캐스케이딩(선박 전환배치)이 시황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IMF OECD에 따르면 내년 유럽경제 성장률이 1.3%에 불과해 물동량 전망도 밝은편이 아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내년 북미 및 유럽항로 운임은 1%대의 인상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큰 폭으로 급락한 유가는 선사들의 실적 개선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t당 선박연료유 가격은 올해 12월 중순 이후 400달러선이 무너졌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600달러대를 호가하던 연료비는 반년 만에 반토막났다. 선사들은 운항원가의 큰 폭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반값으로 떨어지자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대 얼라이언스 출범, 선복량 증가 불가피

내년 동서항로는 4대 얼라이언스 체제로 재편된다. 선복량 기준 컨테이너선사 1, 2위인 머스크라인과 MSC의 2M, CMA CGM과 UASC, 차이나쉬핑이 결성한 ‘오션 쓰리(O3)’가 내년 1월부터 출범한다. 아시아-북미·대서양 노선 협력에 대해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의 승인을 받은 CKYHE는 내년 봄부터 미주 노선 협력을 시작한다.

아시아-북유럽·지중해 노선에선 2M과 O3가, 아시아-북미노선에서는 CKYHE와 G6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드류리의 예측에 따르면 2M의 경우 아시아-북유럽 노선에선 32%의 점유율을, 아시아-지중해 노선에선 39%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O3는 지중해 노선에서 27%의 점유율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CKYHE는 아시아-북미 노선에서 30% 넘는 점유율을 보인다. 북미서안에선 34%, 북미동안에선 30%로 예상됐다. G6 역시 북미서안과 동안에서 각각 32%, 36%의 높은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머스크, MSC, CMA CGM이 결성키로 했던 ‘P3 네트워크’는 지난 6월17일, 중국 상무부(MOFCOM)의 승인 거부로 출범이 좌절됐다. 중국 상무부는 P3 네트워크의 기업 결합이 해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승인 거부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세 선사는 P3 계획을 백지화했으며 2M과 O3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머스크와 MSC는 여전히 같은 길을 가지만 CMA CGM은 O3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동서 항로 외에 아시아 역내 노선에도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중국선사 코스코, 차이나쉬핑, 시노트란스는 중국-일본 노선에서 선복 공유와 슬롯 교환 내용을 포함한 서비스 협력 계약을 맺었다. ‘C3’로 불리는 세 선사의 계약은 중국 동북부와 일본의 간토, 간사이, 규슈 지역 노선에서 적용된다.

4대 얼라이언스에 속하지 못한 선사들의 경우 동서항로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얼라이언스 비참여 선사들의 아시아-북미 노선 점유율은 서안이 6%, 동안이 4%로 한 자릿수 대로 나타났다. 아시아-지중해 노선도 5%대였으며 북유럽 노선에서는 아예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에 얼라이언스 비 참여선사들의 향후 동서항로 영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얼라이언스 체제를 통해 선사들은 공동운항으로 선복량을 줄이며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선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복량 증가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MI가 집계한 원양항로의 내년 수요·공급 증가율에선 수요가 공급을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미세한 수준에서 초과해 소석률(선복 대비 적재율) 개선효과는 있지만 상승 효과는 1% 미만으로 운임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사들은 곧 1만8000TEU급을 넘어 2만TEU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는 내년 초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총 1만9224TEU급 컨테이너선을 인도받는다. 앞서 차이나쉬핑이 현대중공업에게 현존하는 선박의 최대 크기인 1만9000TEU급 을 인도받았다. 아울러 머스크라인과 MSC 에버그린 MOL OOCL 등이 2만TEU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 중이다. 특히 머스크는 내년부터 2019년 사이 30억 달러를 선박 건조에 투자해 총 42만5000TEU의 추가 선복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선사들의 잇따른 선대 확장은 정기선 시장의 선복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 머스크의 최고경영자(CEO) 쇠렌 스코는 5년 후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9000~1만TEU급 선박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 판단했다. 동서항로의 선박이 대형화되면 기존에 동서 항로를 취항하던 선박들이 남북 항로로 캐스케이딩 돼 전 노선에 연쇄적인 선복량 증가를 불러오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정기 선사들의 운임 인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기 선사들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기도 했다. 독일선사 하파그로이드는 칠레선사 CSAV와의 컨테이너선 부문 합병을 완료했다. 합병을 통해 하파그로이드는 200척의 선대와 750만TEU의 수송량으로 세계 4위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CSAV는 합병을 통해 하파그로이드 주식을 34% 보유한 대주주로 올라섰다. 하파그로이드 측은 정기선 사업부문 인수를 내년 2분기까지 마무리할 것이라 밝혔다. 또 다른 독일선사 함부르크수드 역시 칠레선사 CCNI와의 컨테이너선 부문 합병을 진행 중이다.

국제물류주선업계, 미 서부항만 적체로 발동동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 서부항만적체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미주향 수출물량이 항만에 쌓여 화물을 하선해 반출하는 데에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2주일 이상이 걸리면서 화주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6월부터 시작된 운송차질은 여름 성수기에 극에 달하다 연말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다소 줄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LA 항만적체는 트럭킹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보통 터미널에서 하루 3~4번 셔틀 운송이 가능하지만 항만 적체로 처리가 늦어지면서 트럭수배가 어려워졌다. 트럭운송기사들이 2배 이상의 운임을 요구해도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그 비용을 떠안고 화주들의 화물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컨테이너야적장(CY)에 무료장치기간(프리타임)동안 화물을 맡길 수 있지만 체화로 반출 시간이 길어지면서 선사에 체화료(demurrage charge : CY에서 주어진 기간을 초과하면 내는 비용)를 내야하는 문제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 화주들의 물량이 체화료를 내지 않기 위해 속속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반면 선사들이 주요 화주와 대형 화주에게 프리타임을 길게 주면서 섀시 로테이션이 늦어져 중소 포워더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미주를 주력으로 삼았던 포워더들은 7~9월 미주항로에서 최악을 운송차질과 하루 3~4천 달러의 비용(트럭수배 비용)을 떠안으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콘솔사(화물혼재업체)들의 LCL(소량화물) 화물 유치 경쟁이 극에 달해 날이 갈수록 수익내기가 어려워졌다. 운임 정상화는커녕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콘솔사들은 부대비용 안정화로 운임회복에 나섰다. 콘솔사들은 2월부터 선하증권(B/L) 발급 건당 받아오던 1만9천원의 서류발급비(Documentation fee)를 3만원으로 올렸다. 선사들이 3만원을 부과해오던 서류발급비를 3만5천원으로 올리자 콘솔사들도 부대비인상에 대해 고객에게 통보했다.

정당한 비용 인상분이었지만 일괄적으로 합의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상콘솔업체 25개사에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대한 법률 위반행위로 1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책정했다. 결국 업체들은 합의로 진행된 서류발급비 인상 건은 철회하고 회사마다 자체적으로 비용인상에 나섰다.

포워더 통관용역 세금계산서 발급 ‘적법’

‘통관용역 세금계산서 발행’을 두고 빚었던 국제물류업계와 관세사간의 갈등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포워더가 발급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포워더는 화주와 수출입화물 운송을 포괄계약하고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를 직접 발급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관세청은 통관수수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실제 용역을 공급받는 자(수출입화주)에게 발급하도록 하는 ‘관세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를 내놨다. 관세사는 무조건 포워더에게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금지하고, 실제 용역을 공급받은 자인 화주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것을 지시했다.

국내 포워더단체인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는 그동안 화주에게 포워더가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서 어떤 제재도 받아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관세청이 문제를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협회는 관세청의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에 세금계산서 발행 대상을 가려 줄 것을 요청했으며 기재부는 포워더의 손을 들어줬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에도 관세청은 세금계산서 발행을 놓고 이견을 다투다 국제물류협회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 신문고에 억울함을 호소하자 관세청과 관세사 이익단체인 관세사회에서 세금계산서를 포워더에게 발급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국제물류협회와 관세청 관세사회가 1년여를 끌었던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분쟁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한편, 올 하반기부터 우수 포워더 인증제가 도입됐다. 정부는 수출입화물의 수송 정보를 체계적으로 화주에게 제공하고 서비스 향상, 국제물류네트워크 시설 확충 등에 기여하는 포워더에게 우수 포워더 인증서를 수여키로 했다. 그동안 물류업계에는 종합물류기업인증제, 우수화물운수업체인증제, 우수물류창고인증제 등 여러 인증제가 도입됐지만 정작 물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물류주선업에 대한 인증제는 없었다. 대부분 화주와 선사, 육상운송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도만이 도입된 터였다.

정부가 올해부터 우수 국제물류업체 인증을 도입키로 하면서 정부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국제물류업계도 관심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동안 수천 곳의 포워더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화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들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이번 우수 포워더 인증제 시행으로 정부의 인증을 받는 포워더들은 화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색 맞추기성 인증제 도입이라는 쓴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13년 국토교통부가 ‘우수물류창고업체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국제물류주선업에서도 인증제를 만들어 물류산업의 형평성을 맞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업계는 우수 포워더 인증 도입으로 우수한 국제물류업체들이 인증을 받고 이로 인해 더 나아가서는 또 다른 정부의 지원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마크로 인증만 하고 관심을 접을 것이 아니라 국제물류주선업계도 끌어안고 물류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 바라봐 주길 요구하고 있는 것. 인증제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겹치지 않고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인증제를 만들어 물류산업의 밑거름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다사다난했던 한해 내년에는 ‘홀가분’

국제물류업계의 내년 시황은 올해보다는 밝을 것이란 전망이다. 물동량에 대한 기대가 아닌 시장 환경에 대한 얘기다. 올해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정말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일본세관 출항전 보고제도(ARF) 도입으로 포워더들은 분주한 2월을 맞이했으며,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외국환거래 상계 미신고 조사에 관세사와 포워더간의 세금계산서 발행 갈등, 하반기 공정위의 콘솔사 서류발급비 담합 과징금,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 준비 등 업계는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 수익성 내기에 고군분투해야했다.

업계는 올해 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 만큼 내년에는 홀가분하게 일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내년 선사들의 운임 고공행진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포워더와 콘솔사들은 회복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항 ‘컨’ 처리량 목표달성 ‘청신호’

올해 전국 주요 항만은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물동량 유치에 나서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올해 1~10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미국 및 유럽경기 회복지연으로 증가세가 둔화돼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2039만6천TEU로 집계됐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환적화물 증가에 힘입어 월간 개별실적에서 8개월 연속 150만TEU를 넘어섰다. 환적화물은 올 들어 부산항 물동량의 50%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적화물의 증가세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2002년 환적화물 증가세는 32%에서 2011년 17.1%, 2013년 7.4%로 증가해 전체 화물 물동량 증가세를 앞지르고 있다. 2013년 부산항의 전체 환적물동량은 874만TEU를 기록, 893만TEU의 수출입 물동량과 불과 19만TEU 차이가 났다. 3년 전인 2010년만 하더라도 수출입 물동량과 환적 물동량의 차이는 150만TEU 이상 차이를 보였으나 이후 환적물동량은 큰 증가세를 보였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환적화물이 930만TEU를 기록해 수출입화물을 약 30만TEU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항은 올해 컨테이너 목표 처리량인 1820만개를 무난히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항과 북항의 물량 처리비율은 약 65대 35로 신항으로의 물량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10월 북항의 처리 물량은 57만5815TEU로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한 반면, 신항은 103만1338TEU를 기록해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에 이어 세계에서도 세 번째로 많은 환적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환적항만 1위항인 싱가포르항의 환적비율은 지난 2010년 84%에서 2012년 86%로 높아졌으며, 2위항인 홍콩항은 24.5%에서 58.6%로 크게 확대됐다. 부산항 역시 44.2%에서 47.9%로 소폭 확대됐다.

지난해 개항 이후 최초로 200만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한 인천항은 올해도 물동량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1월 200만TEU를 넘어선 인천항은 지난해 보다 돌파시점을 1개월 앞당겼다. 1~10월 인천항의 누적 컨테이너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193만7075TEU로 집계됐다. 9월을 제외하고 월별 실적에서 20만TEU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인천항은 목표 달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현재와 같은 물동량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8%대 수준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를 기록해 총 235만TEU 안팎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치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달성한 광양항은 올해 목표달성을 향해 순항 중이다. 이처럼 물동량이 증가한 요인은 광양항이 신재생 바이오 에너지 관련 물량의 수입기지로 이용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글로벌 경기 상승에 힘입어 광양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머스크사의 환적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17만6400TEU를 처리하면서 수출입 고정화물 중심이었던 광양항이 수출입 및 환적의 복합항만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측은 밝혔다. YGP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광양항의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194만2639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컨테이너 물동량은 228만4835TEU로 올해 11~12월 두달간 최소 35만TEU를 달성하면 역대 최다 물동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항의 화물처리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항의 주력 화물인 액체화물은 올해 10월까지 1억2817만t을 처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억2815만t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컨테이너 화물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10월까지 울산항에서 처리된 화물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32만6357TEU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 무역항에서 처리한 항만물동량은 총 10억3665만t으로 전년 동기 10억894만t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9월 항만물동량은 1억816만t으로 전년 동월 1억851만t 대비 0.3% 감소했다. 물동량 증가세를 주도한 주요 항만은 부산항, 평택·당진항, 광양항, 포항항, 대산항 등이며, 수출입 및 환적 물동량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1267만2천 t), 10.3%(815만9천t), 1.7%(308만1천t), 5.9%(269만7천t), 3.9%(198만6천t)의 증가세를 보였다.

항만물류기업 실적 ‘희비교차’

올해 항만물류기업의 성적표는 제각각이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세방, 인터지스는 비약적인 성장을 일궜으나 나머지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실적을 기록한 4개 기업 중 CJ대한통운은 올해 매출액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진은 3분기와 누계 실적에서 개선된 실적을 보였으며 세방과 인터지스도 영업이익 부문에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실적을 신고했다. 3분기까지 순이익 부문에서 동방은 55억원, 국보는 2억원의 적자를 낸 반면 CJ대한통운은 224억원, 한진은 94억원, 세방은 257억원의 흑자를 냈다. 인터지스와 KCTC 역시 각각 78억원 125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 전망과 관련해 항만물류기업 관계자들은 올해 수준의 시황만 유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항만하역에서 매출이 좋지 않다면 다른 부분에서 그 부분을 보전하기 위해 신사업 등 여러 사업에 노력을 펼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올해 수주량 국내 조선 추월

조선부문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수주량 부문에서 한국을 크게 앞서며 올 한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한국의 수주량은 1020만CGT(수정환산톤수)로 시장점유율 28.4%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1459만CGT로 40.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세계 3위 일본은 906만CGT를 기록하며 17.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주량에서 중국이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는 이유는 자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한 중국은 2013년 이후 해양 관련 부문에서 성과가 가시화됐다. 지난해 잭업리그 시장을 단기간에 주도하면서 기존 강자였던 싱가포르를 추월한데 이어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시장도 빠르게 진입했다.

잭업리그는 대륙붕 유전개발에 투입되는 시추설비를 말한다.

올해 국내 대형조선사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 수주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플랜트와 상선시장의 동반침체가 실적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에만 LNG운반선 28척의 건조 계약을 따내며 LNG선 분야에서 사상 최대 연간 수주 기록을 세웠다. 올 3분기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누계실적은 영업이익 3183억원, 매출액 12조2465억원, 순이익 811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뒷걸음질쳤다.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높은 매출액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진 반면 순이익 감소는 지난해에 비해 환율 변동폭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누계수주액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의 1~11월 신조선·해양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한 105억원을 기록했다. 1~11월 수주액 중 상선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77억달러로 확대됐다. 일반 상선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급감했다. 1~11월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27억달러를, 특수선 수주 역시 75% 감소한 1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1~11월 신조선·해양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나 감소한 66억달러로 떨어졌다. 수주 척수는 총 29척으로 선종별 비율은 생산설비 24%, 드릴선 20%, 컨테이너선 16%, LNG선 15%, 탱커 14%, 기타 11%다. 수주 잔량은 355억달러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구체적인 선종별 내역은 생산설비 36%, 시추장비 30%, LNG선 18%, 컨테이너선 9%, 탱커 4%, 기타 3%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의 신조선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5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해외 엔지니어링은 13% 감소한 56억달러에 그쳤다. 1~11월까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신조선은 LPG선 26척, 탱커 18척, 컨테이너선 5척, LNG선 6척, 벌크선 3척, 특수선 1척 등 총 59척이다.

올해 11월까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9포인트로 전년 133포인트 대비 소폭 감소했다. 11월까지 전세계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587만CGT를 보이며 좋지 못한 시황을 연출했다. 같은 기간 수주액 역시 21% 감소한 901억달러로 집계됐다.

내년 조선시장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유가하락과 해양플랜트 침체 지속 등으로 내년 선박 수주량은 올해와 큰 차이가 없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내년에는 LNG선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3년전인 2014년 말부터 LNG선 발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4년 하반기 들어 4개의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가 승인됐고 2015년까지 추가로 2개의 프로젝트가 승인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108척의 LNG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유가 하락으로 쾌재 불러

올 한해 항공운송 시장은 전반적 호조를 맛봤다. 여객 수송은 3분기 이후에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으며 화물 운송 시장 또한 미국 노선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수송량이 증가했다. 4분기가 항공화물부문의 계절적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항공 운송 시장은 연말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11월 인천공항의 화물 운송은 23만3034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했다. 여객수송은 362만7465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8% 증가했다.

하반기부터 시작된 저유가 현상으로 항공업계는 큰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배럴당 105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두바이유)는 12월 기준 6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항공 업계는 유가 하락에 가장 큰 특혜를 보는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항공사의 운영 원가에서 유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유류 소모량은 3117만 배럴로 유가가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연간 3254억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유류비를 987억원 절감했으며 영업 이익을 2407억원 올릴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연평균 제트유가 배럴당 1달러 하락 시 135억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유류할증료 효과를 제외하면 1달러 하락 시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저유가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공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하락의 영향과 더불어 내년 양대 국적 항공사의 실적 전망도 밝다. 대한항공의 경우 중장기 영업실적 개선과 함께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른 수혜 폭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저비용항공사 항공수요 증가와 운항 비용 절감으로 수익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여객수송 호조와 유류비 절감으로 항공 업계 영업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4년과 2015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을 기존 대비 각각 11.6%, 20.5% 상향조정 했다. 2014년 대한항공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12조1018억원, 영업이익은 371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 예측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또한 2014년, 2015년 각각 기존 대비 7.8%, 15.3% 상항조정했다. 2014년 매출액의 경우 전년 대비 1.5% 증가한 5조8068억원,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 전망했다.

항공 화물 시장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올해 2월 에어부산이 국제항공화물운송 면허를 취득하면서 진에어,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국내 5대 LCC가 모두 항공화물운송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모두 흑자를 올리며 양호한 경영 실적을 달성한 LCC들에게 화물 운송은 또 다른 부대 수익 창출 방안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기존 운항하던 여객기 화물 칸에 화물을 채워 넣는 식으로 수송하며 아직까지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또 화물 노선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총판매대리점(GSA)에 아웃 소싱 형식으로 화물 노선 운영을 맡기기도 한다. 큰 비용을 창출하지 않고 최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 창출은 최소한으로 막지만 공신력 확보에는 소홀하지 않는다. LCC들은 IATA(국제항공수송협회)의 IOSA(IATA Oprational safety audit) 화물 부문 인증으로 공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내년 초까지 모든 LCC가 인증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희 정지혜 최성훈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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