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1 14:14

기획/ 동북 3성, 늦기 전에 선점하자

훈춘-자루비노·나진항 통관 문제 해결 시급
한·중 FTA 국내 물류기업 진출 여건 개선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체결되면서 13억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 내수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제조기업과 물류기업들의 진출 의욕은 더욱 뜨겁게 달궈진 상태다. FTA 발효 즉시 對중 수출 연간 87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가 철폐돼 수출 활로가 개선되면서 시장진입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수출입총액은 4조1600억달러(약 25조4527억위엔)로 전년대비 7.6% 증가했다. 사회물류총비용(국가물류비)은 전년대비 9.3% 증가한 10조2천억위엔을 기록, 국내총생산(GDP) 대비 18%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거대한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동북아 물류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동북 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진출 여건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동북 3성의 수출입총액은 1790억달러로 중국 전체 수출입총액의 4.3%를 차지했다.

지리적 입지가 양호한 동북 3성은 풍부한 천연지하 자원을 바탕으로 중공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잠재력이 큰 산업기반을 확보한 중요 원자재 생산지로 석유화학공업, 야금, 운송기계, 장비제조업, 곡물, 목재석탄 및 가공업이 발달한 곳이다.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모두  높은 소득수준과 풍부한 자원으로 한일러 주변국가의 진출지역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동북 3성 중에서도 중공업 기지와 자동차공업이 발달한 지린성은 중국 전체 면적의 2%를 차지하는 18.74만㎢ 크기다. 창춘(長春), 지린(吉林), 퉁화(通化), 리아오위엔(遼源市), 바이산(白山), 옌벤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가 주요 도시로 2013년 기준 2,7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린성은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석유, 석탄 등을 남방지역으로 운송하고 있다. 러시아, 북한 등의 국경무역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훈춘시와 연계한 동해연안(북한의 나진항 이용) 진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북 3성의 소비·유통·물류의 중심축인 랴오닝성은 중국 전체 면적의 1.5%를 차지하는 약 14.8만㎢ 규모로 한국의 1.5배 크기다. 인구 약 4390만명에 선양(沈陽), 다롄(大蓮), 단둥(丹東), 잉커우(營口), 차오양(朝陽), 후루다오(葫芦島) 등을 주요 도시로 두고 있다.

랴오닝성은 다롄 등 연안을 중심으로 중공업기지가 들어서 있다. 다롄동북아국제항운센터, 선양경제특구 등이 들어서 동북 3성과 중앙아시아지역 해상운송의 결절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중장기적으로 북부연해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선양에 대한 투자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최대의 석유공업기지인 헤이룽장성은 중국 총면적의 4.9%인 47.3만㎢ 크기로 2013년 기준 약 3834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석탄, 임산물 등 천연자원뿐만 아니라 농산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향후 1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가공 사업이 유망한 지역이다. 중국내 주요 중공업기지지만 최근 경공업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경공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내륙에 위치하면서도 러시아와 접하고 있어 국경 중심의 변경무역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동북 3성 진흥 10년, 연간 GDP 8%대 성장

동북 3성은 중국 중앙정부에서도 2003년부터 동북진흥정책을 통해 지역경제부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의 동북진흥정책은 주강삼각주, 장강삼각주 개발과 서부 대개발 전략에 이어 채택된 네 번째 국가전략(제4세대 개발전략)으로 종전 공업지역의 구조개혁을 통해 동북 3성을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동북진흥을 통해 동북 3성을 중화학공업 거점이자 식량공급 기지로 육성하고 철광석, 구리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10년간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또한 대형 국영기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첨단산업 및 금융, 물류 등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동북 3성 육성은 경제수준을 끌어올려, 동북 3성의 성장률은 중국 전체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을 이끌고 있다. 중국 전체 인구의 8.1%를 차지하는 동북 3성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8781억달러를 기록하며 중국 전체 GDP의 9.6%를 점유하고 있다.

동북 3성의 교역액은 1790억1300만달러로 중국 전체 교역액 4조1600억달러의 4.3%를 차지한다. 특히 랴오닝성은 1142억8천만달러로 대외교역액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국과 동북 3성의 교역액은 對중 교역액의 3.8%로 105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의 對동북 3성 투자액은 49억6천만달러로 대중 투자액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지린성의 2013년 GDP는 1조2981억5천만위엔으로 전년대비 8.3% 성장했으며, 연간 GDP 성장률은 8.3%를 기록했다. 교역규모는 지난해 약 258억5천달러로 전년대비 5.2% 성장했으며 한국과의 교역액은 총 6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한국기업 약 450개가 진출했으며, 그 중 80%가 창춘지역에 진출했다. 대부분이 수출가공형 중소기업규모로 경기변동 및 사업성이 낮을 경우 진출기업들의 철수가 빈번한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CJ, 포스코 등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성의 2013년 GDP는 2조7077억위엔으로 전년대비 8.7% 성장해 중국 전체 성장률 7.8%를 크게 웃돌았다. 교역규모는 1142억8천만달러로 전년대비 9.8% 증가했다. 랴오닝성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3900개로 이 중 80%가 다롄에 집중돼 있고 수출가공형 중소기업으로 최근 삼성, LG, 만도, CJ 등 대기업에서의 진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헤이룽장성의 2013년 GDP는 1조4000억위엔으로 연간 GDP성장률은 8.0%로 정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교역액은 389억달러로 전년대비 7.3% 증가했다. 특히 식량생산은 연간 약 6004만t을 생산하며 중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150곳으로 농산물 1차 가공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국내기업으로는 만도자동차, CJ사료, 동부한농 등이 진출해있다.



창-지-투 개발로 동북 3성 교역 확대

동북 3성은 국경지역을 통해 활발한 교역을 펼치려고 한다. ‘창-지-투 개발계획’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인 훈춘·지린·두만강 일대를 동북아 물류기지로 개발해 주변 국가와의 교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발사업’은 동북진흥계획 중 가장 핵심적인 계획으로 교역확대를 위해 북한의 나진항, 러시아 자루비노항을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북 3성과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발생하는 대외화물운송의 약 96%를 처리하는 다롄항은 랴오닝성 선양과 385㎞, 지린성 창춘과 680㎞, 헤이룽장성 하얼빈과 1200㎞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교역창구로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 동북 3성은 추운지역으로 겨울에 해당하는 4~11월에는 육상운송(트럭킹)이 어려워 운송에만 2~3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런 운송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 3성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북한 나진항을 이용해 대륙에서 동해로 연결되는 운송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몽골까지 연계하는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포화상태인 다롄항 등 중국 동남부 항구 대신 러시아와 북한의 항만을 이용하면 물류비용과 운송기간을 육로에 비해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자루비노항은 러시아 국경 내에 있는 천연 부동항으로 중국 국경에서 18㎞, 훈춘시에서 60㎞ 위치해 있다. 자루비노항이 2018년 완공되면 연 물동량 6천만t의 동북아 최대 항구가 될 전망이다.

‘창-지-투 개발개방 선도구’ 사업에 따른 자동차, 석유화학, 농산물 가공, 전자 등 새로운 공업기지 건설에 따른 물동량 창출 외에도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지의 자원을 훈춘 및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통로를 이용, 확장시킬 계획이다.

지린성은 옥수수 등의 곡물을 연간 600만t 가량 중국내 타 지역으로 판매하고 해외로 300만t을 수출하고 있다. 헤이룽장성에서는 생산되는 석탄 2천만t 중 1천만t은 수출 또는 남방지역으로 운송되고 있다. 나진 인근의 은덕 탄광에서 연간 석탄 200만t, 중국부산광산 및 주위 광산에서 철광석 연간 400~800만t, 동광·금광 연간 10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동북지역은 기타 지역에 비해 면적(8.2%) 및 인구(8.1%) 대비 교통물류 인프라 수준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동북지역은 철도가 상대적으로 발달돼 있으며 주요 운송수단이다. 동북진흥전략이 추진된 이후 동북지역의 교통물류 인프라는 비교적 빠른 발전을 해왔으며, 특히 최근 들어 고속도로의 성장추세가 뚜렷하다. 화물운송의 경우 동북진흥전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북지역은 화물의 50%가 철도로 운송됐지만 현재는 화물 운송량에서 차지하는 도로의 비중이 철도를 추월하는 추세다.

러·북 항만이용 못해 물류기업 진출 ‘발목’

소비력과 어마어마한 자원 보유로 개발조건을 잘 갖춘 동북 3성. 많은 물류기업들이 진출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막상 국내 물류기업 진출은 아직 더디다. 현대상선이 포스코와 손잡고 지린성 훈춘에 150만㎡(45만평)규모의 국제물류단지를 구축한 게 그 진출의 시작이다. 포스코와 현대상선은 훈춘 물류단지를 통해 동북 3성을 포함한 몽골 러시아 접경지역 진출 기회를 선점하고 북한의 개방에 대비한 대북 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물류단지 1기 완공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물류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일본의 물류기업들이 동북 3성 진출을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우리 물류기업이 서둘러 시장을 선점해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루비노항과 나진항의 통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창지투 개발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루비노와 나진항에서 발목이 잡히다보니 물류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 나선(나진·선봉)지역을 중심으로 북·중·러 접경 삼각지대가 물류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형국인 것.

우선 훈춘에서 나진항까지는 53km로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수원 거리다. 훈춘에서 화물을 보낼 때 다롄항을 통할 경우 1천km이상 걸리지만 나진항을 통하면 거리와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나진항을 통하는 모든 화물이 규제를 받고 있다. 세관을 통과할 때마다 뒷돈을 내고 화물을 통과시키거나 아예 화물이 못나가는 경우가 많은 데다 ‘5·24 조치’(대북제재 조치) 이후 대북교역이 중단되면서 나진항을 통한 화물 처리는 멈춘 상태다.

훈춘-자루비노항은 62km 거리지만 세관이 문제다. 서류절차의 복잡성, 세관 통관시 장시간 소요 및 불투명한 법규적용 등 까다로운 통관으로 악명이 높다. 러시아 정부는 지속적으로 관세행정 개혁 로드맵(2012.5월)을 발표해 빠른 통관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세관원들의 부패 등은 여전해 통관상의 어려움이 많다. 화물을 끌어 모아도 통관에서 번번이 밀리면서 물류기업들의 진출이 꺼려지고 있는 것. 철도를 이용하는 화물 외에는 주를 통과할 때마다 화물 검역이 이뤄지면서 제때 화물 운송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시차문제도 안고 있다. 훈춘과 자루비노의 시차는 3시간이다. 훈춘의 업무시간 기준으로 자루비노에서는 4~5시간만 업무를 보게 되는 꼴이다.

훈춘-자루비노, 훈춘-나진항이 수월하게 열리지 않는 이상 동북 3성으로 물류기업들이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KMI 이성우 실장은 “러시아 정부가 세관통관 절차를 끌어올리고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항만 부두를 매입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며 “나진과 자루비노 2개 루트에 대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루비노항과 나진항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물류기업들의 진출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 실장은 동북 3성에 진출하려는 물류기업에게는 우선 다롄과 단둥, 잉커우에 물류기반을 두고 훈춘, 옌볜, 목단강 지역으로 진출해 볼 것을 조언했다. 바로 동북 3성에 진출하기보다는 교역이 많은 항만인근에 터를 잡고 점차 내륙으로 진출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이미 다롄과 단둥 랴오닝성에 진출한 기업은 점차 내륙으로 발을 넓혀 시장을 잡을 때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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