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7 09:48

기자수첩 / 왜 물류기업이 ‘을’인가?


얼마 전 기자는 ‘화주-물류기업 공생발전’을 주제로 취재를 하면서 한 물류 전문가에게 의미심장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현재 화주와 물류기업의 관계를 논할 때 화주기업이 ‘갑’, 물류기업이 ‘을’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물류업계 종사자로서 이는 불쾌한 표현이다. 물류기업 스스로 ‘갑’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갑-을 관계….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갑’과 ‘을’이 존재하는 시대다. 하지만 쉽게 고칠 수도 또 쉽게 바꿀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갑’과 ‘을’을 누구 맘대로 정하는가?”라는 사실이다. 국내 물류업계에서 화주는 ‘갑’으로 통한다. 그 이유는 화주가 물류기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 산업의 구조를 살펴보면 물류기업은 화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격파괴 등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주는 자사 계열의 물류회사를 끼고 있기 때문에 제 3의 물류기업을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일반 물류기업은 화주의 요구에 맞춰야만 일감을 따낼 수 있다. 화주가 ‘갑’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물류기업을 정하는 데 있어 ‘회사의 모든 정보를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라’, ‘보안을 철저하게 지켜라’ 등 ‘갑’ 행세를 제대로 했다. 이에 대해 한 물류기업 담당자는 “아무리 물류기업을 본인들이 선택한다고 해도 너무한다. 물류기업이 봉인가?”라고 불평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류기업 스스로 이런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물류기업이 ‘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물류기업 A사의 경우 화주기업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화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최상의 서비스를 할 수 없으면 과감히 ‘NO’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식으로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이 업무 협약을 한다면 화주기업은 ‘갑’이란 지위를 앞세워 말도 안 되는 횡포를 부릴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한 물류기업이 특정 분야에 있어 둘도 없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난다면 자연스럽게 화주 기업이 자사의 물량이 맡기고 싶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많은 화주 기업이 이 물류기업에 물류위탁(3PL) 요청을 하게 될 것이고 이 물류기업은 업무 처리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몇몇 화주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갑’이라고 떠들며 큰 소리 내는 화주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물류기업은 스스로 마인드를 변화시켜 ‘을’이 아닌 ‘갑’이 될 수 있도록 자구책을 세워 노력해야 한다. 물류기업이 ‘을’이 아닌 ‘갑’이 된다는 것.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논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을’이 아닌 ‘갑’이 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달려들어야만 그 기업이 더욱 성장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재 전 산업 군에서 ‘갑’과 ‘을’이 존재하고 있다. 공생과 상생을 위해 정부 및 각종 기관에서 다양한 정책을 세워 노력하고 있지만 평행을 이룬다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기업이든 ‘갑’이 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항상 ‘을’이라는 생각으로 불평만 하며 끌려 다녀서는 기업이든 산업이든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평생 ‘갑’도 평생 ‘을’도 없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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