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얼마 전 본지 ‘물류센터를 찾아서’라는 코너를 준비하면서 인천공항 내 자리 잡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국제우편 물류센터를 취재 차 방문했다.
세계 각국으로 보내지는 우편물과 각국에서 들어온 우편물이 이 곳 국제우편 물류센터를 거치게 된다. 이 곳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EMS 발송 건수는 750만8000통에 이르며 도착 건수는 183만7000통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한국 우정사업본부와 교환 국수만 해도 143국이나 된다.
그런데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국제우편 물류센터 관계자는 “이 곳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우편이나 소포박스의 포장상태만 봐도 그 나라가 물류선진국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기자는 이곳에선 중국에서 국내로 보내온 한 소포박스를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스 안에는 음식물부터 의류까지 다양한 물품이 두서없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소포박스는 비행기 화물칸 안에서 찢어지고 파손돼 내용물이 육안으로 보였으며 밖으로 약간 삐져나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보다 더한 소포박스는 아예 터진 경우도 있었다.
동남아시아 쪽의 소포박스는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규정된 소포박스가 없어 개개인이 맞춤형 포장을 했는데, 비닐을 이용한 경우도 있고 천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그 안에 있는 물품들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런데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일본의 소포박스였다.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듯한 일본의 소포박스는 사각형 모양 그대로였다. 물론 그 안의 내용물은 보이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파손될 리도 없었다. 역시 물류선진국다웠다. 그 외 유럽이나 미주 등 선진국들의 소포 박스의 상태 역시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다.
대한민국 소포박스 역시 튼튼한 편에 속했다. 다들 한번 정도는 우체국에 가서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소포를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EMS 소포박스는 튼튼한 재질을 이용해 내구성이 강하며 테이프를 이용해 묶음처리만 잘 하면 도착하는 곳까지 파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 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물류에서 포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지는 국내 물류의 역사에 있어 그리 깊지 않다. 하지만 이제 포장은 물류에 있어 다른 무엇과 비교해도 그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운송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고객이 조금이라도 흠집이 난 소포나 택배를 받는 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이제는 물류에서 수송포장에 더욱 초점을 맞출 때가 됐다. 우정사업본부 뿐 아니라 민간 택배기업이나 물류기업도 수송포장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번쯤은 시골에서 어머니가 보낸 김치박스가 터져 한숨이 터져 나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포장 상태가 매우 양호해져 이런 경우가 줄어들어 가고 있지만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배송에서 포장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 물류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서 ‘포장’의 중요성과 국내 수송포장의 수준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때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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