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8 10:21

여울목/ 상생 기반 물류정책 지속 추진돼야

그동안 우리나라 물류 정책은 대기업 위주로 작동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종합물류기업인증제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정책 등이 전형적인 대기업 중심의 물류정책이다.

물류산업을 대형화 글로벌화해서 세계 유수의 물류기업들과 경쟁토록 한다는 기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DHL이나 페덱스 등 공룡기업들에 맞서 세계 물류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기 위해선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매몰돼 중소물류시장이 소외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는 중소물류기업들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정책들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공동물류 사업유형 발굴·지원 사업, 화주기업 제3자물류 전환 컨설팅비용 지원, 우수화물운수사업자인증, 화물운송시장 선진화제도,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건립 지원, 우수물류창고업체 인증제도, 화주기업-물류기업공생발전협의체 등이 정부의 대표적인 중소물류기업 활성화 정책들이다.

하지만 정책도입 효과가 시장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우수화물운송사업자인증제도나 공동물류 등에 대한 지원정책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형 화주기업들의 잇따른 물류자회사 설립도 중소물류기업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가 경제정책의 슬로건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물류시장만을 놓고 봤을 때 아직까지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폐단은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대그룹 중 현대자동차그룹 등 4개 그룹의 내부거래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그룹들은 여전히 내부거래를 자회사 성장의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가 2자물류기업들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키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대표적 2자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월 20억원을 투자해 ‘물류산업진흥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중소 물류업체 대상의 컨설팅·직무교육, 상생협력포럼·물류산업 진흥 컨퍼런스 개최, 물류정책 연구개발, 우수 중소 물류업체 포상 등의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물류업계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대형 물류자회사가 중소물류기업들에게 함께 성장하자고 손을 내민 첫 사례다.

하지만 중소물류업계는 보여주기식 제스처가 아닌 2자물류기업들의 근본적인 상생 전략을 원한다. 바로 일감몰아주기 관행의 개선이다. 모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 물량까지 싹쓸이해가는 2자물류기업들의 브레이크 없는 일감몰아주기 성장전략이 아직까지 피부에 와 닿을 만큼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 현대글로비스가 3자물류 비중이 늘어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100억원 가까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것에서 2자물류기업들의 바뀌지 않은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물류업계는 정부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별도로 중소물류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협동조합과 공동물류 등 중소물류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정책 도입에 공을 들여왔다. 현재 일본내 화물운송협동조합 수는 641개로 소속 운송업체수만 1만400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청,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항만공사 등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개별적으로 공동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공동물류활성화 전략 및 물류부문 성과공유제 등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물류업계에서 제시되는 이유다. 물류당국은 중소물류기업이 살아나야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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