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논쟁이 해운업계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선 이번 사고와 무관한 외항선사들의 이익단체인 선주협회까지 싸잡이 비난하는 양상이다. 근거없는 여론몰이로 해운업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될까 자못 우려스럽다.
사고가 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실종자의 생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대신 사망자의 숫자만 늘어갈 뿐이다. 사상 최악의 여객선 참사로 전국이 집단적인 우울감에 빠져 있다. 구조된 승객뿐 아니라 그 과정을 지켜 본 일반 국민들까지도 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선박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화물의 과적과 적게 실은 선박평형수(밸러스트수)에서 찾고 있다. 선박은 복원력을 통해 거친 바다에서도 전복되지 않고 운항하게 된다. 선박의 복원력은 평형수를 통해 유지된다.
선박의 바닥 부분에 위치한 탱크에 들어가는 평형수는 제1항해사가 출항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1항사는 출항 전 선박의 화물과 평형수가 규정에 적합하게 실렸는지 확인한 뒤 이를 선장에게 보고한다. 보고를 받은 선장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지를 최종 점검한 후 출항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 같은 일련의 운항 프로세스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단된다.
<세월>호는 지난해 2월 객실을 늘리는 증축공사를 마쳤으며 한국선급은 이를 승인했다. 한국선급은 선박 검사를 승인해주면서 여러 단서를 달았다. 증축 전까지 370t(출항 기준)만 싣던 평형수를 1700t까지 늘리고 화물과 여객은 1500t에서 1070t으로 줄여 실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조건부 승인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 같은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측에 신고된 <세월>호의 사고 당시 적재 화물량은 3600t에 이른다. 규정보다 무려 3배 이상을 더 실은 것이다. 청해진해운은 평형수를 한국선급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훨씬 적게 싣는 방법으로 화물 과적 사실을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평형수를 빼 선박의 재화중량 규정을 맞춘 것이다.
선박은 화물의 중량을 흘수선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선박에 실린 화물량만큼 선박이 바다에 가라앉는 정도도 다르기에 그에 맞춰 선박 외벽에 눈금을 매긴 게 흘수선이다. 화물 한계치만큼 실었을 때 잠기는 선박의 수심을 표시한 게 만재흘수선이다. 이 이상 화물을 실으면 안전한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신고한 화물량에 미뤄본다면 사고 당시 <세월>호에 실린 평형수는 200~300t에 불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정도의 평형수 양이라면 안전 운항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해운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군산 앞바다에서 이미 <세월>호가 15도 정도 기운 채로 운항을 했다는 탑승객의 증언에서 출항 당시부터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청해진해운은 규정보다 화물을 2000t 더 실어 8000만원의 수익을 챙겼다고 한다. 돈에 눈이 먼 한 해운회사의 막가파식 경영과 선장의 무책임이 이번 참사를 부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언론의 ‘해운업 때리기’가 점입가경이다. 한국선급의 선박 증축 승인도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른바 ‘봐주기식 선박검사’가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상당히 위험하다. 충분한 안전성 검사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내려진 승인을 두고 부실검사 또는 직무유기로 매도하는 처사는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연안여객선 사고를 기화로 해운업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 또한 온당치 않다. 해양과 마피아를 합성한 ‘해피아’란 신종 용어가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선주협회의 사옥인 해운빌딩이 해피아의 거점으로 매도당하는 형국이다.
수출 주도의 우리나라 산업계 특성상,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지리적인 특성상 해운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큰 축을 담당할 것임은 분명하다. 해운산업을 ‘마녀’로 모는 포퓰리즘식의 여론몰이는 중단돼야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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