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렵사리 해운보증기구의 연내 설립에 합의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키로 했다. 정부는 해운보증기구의 명칭을 (가칭)한국해운보증으로 잠정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이 같은 내용의 해운보증기구 설립안을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했다. 이로써 지난 1년여를 끌어온 해운금융기관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해운보증기구는 당초 해수부와 해운계가 제시한 기금 형태가 아닌 보증보험회사 형태로 설립될 예정이다. 해운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위해 별도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보증보험회사의 형태로 추진하게 됐다고 해수부측은 밝혔다. 기금은 별도의 법률 제정 또는 개정과 기금운용계획 수립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까닭이다.
해운보증기구는 선박 도입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보증을 지원하게 된다. 선박의 담보가치(LTV)나 선박 운영수익을 반영해 선박 구매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고무적인 건 국내 건조선박뿐 아니라 국내 해운사가 외국에 발주한 신조선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국내 해운사들이 경쟁력 있는 선가로 선박을 지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게다가 불황기에 낮은 가격으로 선박을 사는 경기역행적 투자도 가능해진다. 해운업이 발전하면 후방산업인 조선, 항만과 관련 금융 분야도 동시에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기구의 자본금과 위치 문제가 설립 전까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해운보증기구 설립 소식을 전하면서 자본금 규모가 55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도했다. 지난해 해운보증기금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2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해수부 측은 아직까지 해운보증기구의 자본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이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이 밝힌 내용인 만큼 신빙성은 크다.
물론 보증 형태의 지원은 자본금의 10배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5500억원으로 자본금이 확정된다면 5조5000억원까지 보증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박 가격이 다른 자산에 비해 매우 비싸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요즘 대세인 1만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한 척당 1억달러를 호가한다. 32만t(재화중량톤)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도 비슷한 가격대다. 갈수록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는데다 최근 친환경선박 수요 상승으로 신조선 발주를 통한 선사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보증기구의 자본금 축소는 아쉬움이 크다.
해운보증기구의 부산 설립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포착된다. 서병수 의원 등 새누리당 부산시당 의원들은 해운보증기구의 부산 설립을 기정사실화했다. 해양금융종합센터와 해운보증기구를 쌍두마차로 부산을 동북아 선박금융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선박금융, KSF선박금융, 캠코선박금융 등 선박운용사들도 부산 이전이 잠정 결정됐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 측인 해운사들은 부산 설립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이들의 사업 기반이 대부분 서울에 위치해 있는 까닭이다. 물론 거래 은행들도 모두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원활한 금융을 위해 부산에 본사를 뒀던 해운사들도 최근 들어 서울로 본사를 옮기고 있는 추세다. 지역적인 거리는 곧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는 걸 아는 것이다.
해운보증기구의 설립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부산 설립은 해운사의 뜻이 아니다. 해운산업 발전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건 업계나 정부나 득 될 게 없다. 해운보증기구 설립을 두고 다시 한 번 정부와 해운업계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할 듯싶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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