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는 2월25일 말레이시아 정부신용등급을 외화기준으로 A/Stable, 자국통화 기준으로 A+/Stable로 유지했다.
말레이시아는 그 동안 다른 신흥국에 비해 비교적 건실한 경제운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해 4월부터 신흥국 자산에 대한 대량 매각 국면에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문제, 국채시장에서의 높은 외국인 비중 등이 부각되면서 잠재적인 위험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내 금융자산 규모는 2012년 말 기준 GDP의 131.6%로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83.1%에 비해 큰 규모이며, 2013년 3분기 말 기준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비중도 25.5%로 높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2012년 말 말레이시아의 가계부채 규모가 GDP의 80.5%로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며, 이는 시장금리 상승 시 가계부문의 부실화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스신용평가는 말레이시아 경제를 둘러싼 위험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소위 테이퍼링 이슈에 대해서도 말레이시아 경제는 양호한 경상수지 구조와 외환보유고 규모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말레이시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3년에도 GDP 대비 3.8%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환보유고 확보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잘 완화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서 외환보유고 규모가 2013년 말 기준 대외채무의 138.9%에 이르고 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높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민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높은 인구증가율과 명목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고려할 때 가계부문 부실화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정책 당국이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가계부문 부채증가율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의 인구 증가율은 연 1.3%에 이르고 노동가능인구 증가율도 1.7%로 높기 때문에 주택에 대한 신규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으며, 이는 주택가격의 급락 위험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높은 명목 GDP 증가율과 가처분소득 증가율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가계부문의 채무상환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낮은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을 가진 우리나라에 비해 말레이시아의 가계부채 문제는 오히려 다루기 쉬운 문제로 평가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말레이시아가 중단기적인 위험은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으나, 장기 성장성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제조업 부문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장기적 우려요인으로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기존 주력 수출부무인 전기전자 제조업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경쟁력에서 밀리고 후발 주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소위 넛크래커(Nut Cracker)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대체할 고부가가치 제조업 부문의 성장은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가 R&D 투자 유치 및 제조업 부문 고부가가치화를 중점과제로 선정해 각종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사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말레이시아 경제가 2014년에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의 수입수요 증가율이 정부의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요인이기는 하지만, 2013년 부진했던 수출 부문의 회복세에 힘입어 2013년 4.7%와 유사한 수준인 4.8%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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