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1 05:03

기획/ 시황 곤두박질 근해항로 운임회복 ‘배수진’

동남아·한중항로 내달 중순 일제히 GRI
한일항로 부대운임 인상 동참

 

 

●●●지난해 중반 근해항로 취항선사들은 팬오션(옛 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동남아항로를 중심으로 급격한 시황 부진에 빠져들었다. 상반기까지 흑자 경영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주요 근해선사들은 4분기 이후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등 시황 침체는 예상보다 혹독했다.

문제는 올해다. 주력항로인 동남아항로의 반토막 난 운임을 회복하지 않는 한 2011년처럼 많은 선사들이 적자 경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운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물동량 ‘견실’  vs  운임은 ‘하락’

지난해 근해항로 물동량은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한일항로는 지난해 수출 103만5184TEU, 수입 74만6074TEU를 기록했다. 수출 3.8%, 수입 4.4%의 증가율이다. 전체 물동량은 178만1258TEU로 4.1% 늘어났다.

한중항로는 수출  126만4532TEU, 수입 143만3332TEU를 달성, 각각 10.0% 0.1%의 증가율을 보였다. 수출물동량의 두 자릿수 성장세가 눈길을 끈다. 전체 물동량은 269만7864TEU로 4.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남아항로 물동량도 210만8008TEU로, 8.6%의 증가율을 보였다. 시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양선사들이 최근 들어 아시아역내항로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수출 116만4386TEU, 수입 94만3622TEU를 기록해 각각 5.6% 12.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입물동량의 두 자릿수 성장률은 곧 생산기지의 동남아 지역 이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동량은 늘어났지만 선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동남아항로의 이전투구식 경쟁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동남아항로의 침체는 선복과잉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비록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오션이 항로에서 철수하긴 했지만 후속 진출이 너무나 많았다.

지난해 동진상선과 동영해운이 비록 선복용선(슬롯차터) 방식이긴 하지만 동남아항로에 새롭게 진출했으며 천경해운은 사선서비스를 2개나 늘렸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팬오션 등은 그동안 고려해운이 독점해오고 있던 인도네시아항로에 진출, 시장 확대를 꾀했다.

팬오션이 동남아항로에서 철수한 후부터는 현대상선이 장금상선 흥아해운 천경해운 등과 잇달아 손을 잡으면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서비스에 속속 뛰어들었다. 고려해운은 한진해운 대만 TS라인과 손잡고 경쟁선사들의 시장 확대에 맞대응해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강화했다.

선사들의 시장 확대전략에서 엿볼 수 있듯 지난해 동남아항로에서 운임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인도네시아항로와  베트남항로다. 현재 부산-베트남항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250달러안팎까지 하락했다.

일부 외국선사들의 경우 200달러대에서 화물 집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선사들의 덤핑 영업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500달러대까지 호가했던 베트남항로 운임이었다.

시황 부진으로 흥아해운과 장금상선 현대상선은 지난해 개설한 PJX를 잠시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을 정도다. 세 선사는 최근 가진 회의에서 해당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항로 진출을 검토했던 남성해운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로 시황은 급변했다.

반면 한일항로는 선적상한제도(실링제)의 안정적인 운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링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항로와 한신(고베·오사카)항로 운임은 TEU 기준으로 200달러안팎의 운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지방항(로컬포트)에선 집화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주력항로의 탄탄한 운임 수준은 선사들의 노선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한중항로는 수십 곳에 달하는 운항사들의 경쟁으로 운임이 바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동량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선사들의 공급선복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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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00弗 인상 벼른다

근해항로 취항선사들은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에서 운임회복(GRI)에 나선다. 발효시기는 모두 3월 중순이다. 선사들은 3월14일부로 동남아항로 수출입운임을 TEU당 1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00달러 인상키로 결의했다. 아시아역내항로협의협정(IADA)에서 정한 운임 인상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한중항로 운임은 3월15일을 기해 TEU당 50달러, FEU당 100달러 인상될 예정이다. GRI는 동남아항로와 마찬가지로 수출과 수입항로 공히 적용될 예정이다. 선사들은 GRI와는 별도로 현재 100달러(TEU 기준)가 적용되고 있는 유가할증료(BAF)를 기본운임과 별도로 철저히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BAF를 기본운임과 함께 적용해온 것이 운임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운임수준이 비교적 양호한 한일항로는 GRI 형태의 운임인상은 예고되지 않았다. 대신 올해 들어 폐지된 30달러의 통화할증료(CAF)를 대신해 일본 현지 터미널조작료(THC)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익 보전에 나설 방침이다. THC 인상 폭은 TEU 기준 2만4200엔에서 3만엔으로, FEU 기준 4만2200엔에서 4만5000엔으로 인상된다. 서류발급비(DF)도 건당 3만원에서 3만5천원으로 오른다.

한일항로 선사들은 이에 더해 실링제도를 간몬(하카다·모지)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링제 확대는 이 항로 선사 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 올해 사업계획에 포함됐다. 현재 이 항로엔 동진상선과 흥아해운 장금상선, 고려해운 등이 선박을 띄우고 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가 유지되면서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 운임이 회복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라며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기에 운임회복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선사들이 현재 운임 수준이 바닥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기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취재팀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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