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0 10:31

인터뷰/ "바다에서 仁을 실천합니다"

해인상선 양진호 대표이사
상반기내 사선 추가 확보 매듭지을 터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한 해 만들 것

▲양진호 해인상선 대표이사

●●●지난해 팬오션(옛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새로운 벌크선사가 설립 등기를 마쳤다. 팬오션 출신 인력들이 세워 주목을 받은 해인상선이었다. 지난해 7월 정식 출범한 해인상선이 어느덧 설립 6개월째를 맞았다. 이 회사 양진호 대표이사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기간 동안 사선 1척을 도입해 장기용선계약에 투입한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계약 실적으로 2014년 들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반기 안으로 사선 1척을 늘린 뒤 용선선을 포함해 15척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대를 연말까지 25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Q. 해인상선은 어떤 회사인가?

해안상선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세계 해운시장에서 점차 그 영향력을 잃고 있는 한국 해운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자는 목표로 지난해 7월 17명(상근 인원 15명)이 합심해 자본금 5백만달러로 영업을 시작한 드라이벌크 전문 선사다. 작년 9월 2만8000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글로리아해인>호를 중고로 도입해 외항운송면허 취득 등 관련 절차를 마치고 같은 해 10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신생회사인 저희 이름을 시장에 알리고 영업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나름 의미 있는 시기를 보냈다고 자평한다. 여전히 해운시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저희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망 구축, 철저한 리스크관리 전략을 통해 단기 성과보다는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하는 계속기업으로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해인은 한자로 바다 해(海)에 사람 인(人)자를 쓴다. 어질 인(仁)자도 중의적으로 쓰고 있다. 풀이하자면 바다를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인(仁)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이 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많이 벌어서 (좋은 일을) 하려고 하면 못한다.(웃음)

Q. 해인상선의 선대 현황과 선박 투자 계획은?

현재 사선은 <글로리아해인>호 1척을 보유 중이다. 이에 더해 1년 이상 장기용선대 3척, 상시 단기용선 10여척 등 대략 선대 15척 내외를 운용하고 있다. 사선 추가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S&P(선박매매) 시장과 금융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추진 중인 중고선 도입 절차가 상당 부분 진척을 보여 조만간 추가 사선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에도 회사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중고선대 확보와 신조 발주를 위한 검토를 계속할 생각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로리스크 로리턴’(저위험 저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는 15척 내외로 (선대를) 운용할 생각이고 올해 하반기엔 10척을 더 늘려서 25척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리스크관리 목적에 맞춰 선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Q. 은행권이 해운사에 대한 금융을 제한해 선박 투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많은 해운사들이 회생절차(법정관리) 또는 파산에 이르면서 금융권도 많은 피해를 입은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최근엔 대형선사 몇 곳을 제외하고는 ‘해운’이라고 하면 금융권에선 아예 상담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저희는 출범 때부터 가장 큰 자산인 해운 전문 인력과 이 인력이 보유한 경험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금융권과 꾸준히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또 해인상선의 설립 이념과 행보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주시고 성공을 기원해 주시는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금융기관과 자본유치 또는 선박 금융 등 저희가 필요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희 노력과 많은 분들의 지원에 힘입어 선박금융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였던 작년 9월에 제1금융권으로부터 금융을 지원받아 사선 <글로리아해인>호를 도입할 수 있었다.

현재도 또 다른 금융기관과 2호선 도입을 위한 금융조건 협의를 진행 중인데, 이미 상당부분 진척이 됐다. 국내 모 금융기관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믿고 우리가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많이 평가하더라. 금융권에서 논의 되고 있는 수준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금융이 될 것 같다.

Q. 팬오션 출신들이 만든 회사로서 팬오션 꼬리표 떼기가 한 과제일 것 같다.

팬오션이 글로벌 건화물선 시장에서 수십년간 쌓아온 업력이나 명성을 고려할 때 팬오션 출신들이 모여 만든 선사라는 점으로 해인상선이 주목받은 건 당연한 일 아니겠나.

회사 설립 초기 업계에서 생소한 이름을 갖고 비즈니스가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팬오션 출신이란 후광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은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짧게는 4~5년, 길게는 15년 이상 팬오션에서 많은 선배님들이 일궈놓으신 역사와 전통, 업무 노하우 등을 배워온 것 역시 사실이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 등 태평양 해운국가에선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회사를 잘 알고 있더라. 회사 직원들이 팬오션에서 오래 영업했던 터라 네트워크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나? 이들이 해운회사를 차렸다는 게 흥미로웠나보다.

하지만 팬오션 출신이라는 후광은 회사 설립 초기 신생회사에 대한 세간의 호기심과 관심의 일부일 뿐 그러한 사실이 회사의 성공을 담보해주는 건 아니지 않나. 저희가 업계에서 우량한 선사로 인정받기 위해선 해인상선 나름의 영업 전략을 갖고 글로벌 화주, 선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또 저희들 스스로도 이전 회사에서 가져온 습관이나 대기업 조직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버리고 해인상선이란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구조직과 업무환경, 업무 태도 등 해인상선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인상선에 맞는 조직과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 이후부터 꾸준히 임직원 워크숍 등을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1월엔 팬오션 출신이 아닌 업계 경력직원 3명을 충원하는 등 영업조직을 완전히 재편했다.  영업 관리팀을 구성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다.

Q. 첫 회사 경영이다. 경영상 어려움은 없나?

어려운 점이 한두 개겠나? 어제도 2시간 반 자고 나왔다.(웃음) 저도 큰 조직의 본부장 역할만 했었고 직원들 역시 대기업 조직에서만 일해 왔기 때문에 회사 출범 때부터 우리 스스로 대기업에서 몸에 익은 습관과 업무 패턴을 버리고 새로운 조직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저도 CEO(최고경영자)로서의 경험은 처음이기에 회사 경영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인상선은 전 임직원이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성공이 곧 내 자신의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다보니 몸은 힘들지만 전에 느끼지 못했던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구성원들이 대기업 소속으로 있을 때와는 다른 업무,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더 많은 근무시간과 더 다양한 직무로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무언가를 이뤘을 때의 보람은 큰 조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CEO인 저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이자 공동의 목표이기도 하다.

Q. 국내 해운기업의 법정관리로 잃어버린 해외 고객들을 되찾아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말씀드린 대로 지난해는 사선 도입 이후 실질적으로 3개월 정도의 영업활동을 해왔고, 현재도 저희 이름을 알리고 많은 해외 고객들에게 신생 한국선사로서 신용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설립 초기 저희와 거래를 꺼리던 대부분의 해외 대형 화주, 선주들과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미 많은 계약을 이뤘다. 사선 1척을 사서 CVC(연속항해용선) 계약을 바로 맺었다. COA(장기용선계약)도 2건 체결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유수의 화주나 선주들과 많은 계약을 했다. CVC COA 계약 뿐 아니라 정기용선 항해용선 등을 합하면 (계약 건수가) 100건 정도 된다. 실력이나 서비스 품질을 검증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잃어버린 한국 해운의 위상을 찾고 해외 고객을 되찾아오는 것은 당장의 단기 실적을 가지고 성과를 논하기보다는 해인상선이 존속해 영업을 지속하는 한 계속해야 하는 장기 과제이자 목표인 것 같다.

Q. 지난 6개월간의 회사 경영이 녹록치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7월8일 회사를 공식 설립해 회사 조직 정비와 영업망 구축 신생회사로서의 마케팅 등을 거쳐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한 지는 지금까지 약 4개월 남짓 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직 결산 수치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숫자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지난해에도 신생회사라는 어려움 속에서 적지 않은 매출이익을 달성했다. 현재 확보된 올해 1분기 매출과 수익 수진을 바탕으로 예상해보면 올해 1분기부터는 확실한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인상선이 출범 때부터 적지 않은 인원 수와 이에 따른 고비용 구조로 시작해 많은 분들이 걱정과 우려를 보이신 게 사실이다. 단기간의 욕심보다는 큰 시황 흐름을 읽고 안정적인 영업망을 확보하자는 초기 목표를 잊지 않고 매진한 결과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돼 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Q. 올해 해운 시황 및 회사 수익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선가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서 신조선가 중고선가 할 것 없이 많이 올랐다. 파나막스 10년형은 40%나 올랐다.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신조선 리세일 중고선 가격들이 원가분석을 하면 현재 시장이나 예상하는 기대의 폭이 원가를 넘어설 수 있느냐는 또다른 측면이다. 작년보다 좋아질 수 있지만 이걸 회복이 됐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황이 됐다고 말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바로 중고선을 매입하고 중장기 선대 용선 확보에 들어갔다. 2년짜리 1척, 1년짜리 2척, 1년 이하 8척을 확보했다. 그만큼 (시황) 상승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작년 10월과 11월에 수익확정을 많이 했다. 올해 1분기엔 화물을 많이 확보했다. 지금은 화물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

예상하지 못할 돌발변수들이 너무나 많아 낙관하기엔 이르기에 리스크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급으로 시황을 많이 분석하는데 더 중요한 건 수요다. 수요는 날씨나 정치 등 다양하게 관련돼 있기에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과 신흥국가들의 경제위기 등 불안정한 세계 경제와 함께 글로벌 건화물선 시장 역시 실물시장과 페이퍼시장(선물·선도시장)의 괴리, 수역간 편차 등 쉽지 않은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긍정적인 전망이 맞지만 리스크도 크고 변동성도 있다.

저희는 시황 변동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모델 확보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하는 해인상선만의 영업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해 나갈 생각이다. 이미 확보된 수익에 더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계약 선복과 화물계약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성약시켜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엔 해인상선이 확실한 실적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중단기 사업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설립 초기 회사 이념으로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해인상선을 지속 성장과 영업이 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데 초석을 다지고 싶다. 이를 위해 그간 해운시황의 등락에 따라 흥망성쇠를 같이 한 많은 회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무엇보다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생각이다. 또 역사적으로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신조, 중고선 시장 상황을 활용해 적정 선대를 확보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매진할 생각이다.

작년 2013년이 해인상선을 업계에 알리고 영업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올해 2014년은 실질적인 성과를 일궈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향후 2~3년 간에도 외형의 성장보다는 장기 성장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시기로 생각하고 투자 유치와 선대 확보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추가 사선 도입을 진행 중이며 빠르면 1분기 안에 (사선 도입이) 될 것 같다. 펀드레이징(자금확보)이 되는 것 봐서 1척을 더 추가 도입하려고 한다. 연말 되면 사선을 3척에서 4척까지 늘릴 수 있을 걸로 본다.

양진호 대표이사가 해인상선 전 임직원과 포즈를 취했다.

Q. 마지막으로 정부당국이나 업계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금융기관이든 정부든 조선엔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규모도 큰데, 해운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임에도 지원은 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조선은 부동의 1~2위고 해운도 한 때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해운사들이 있었지만 붕괴됐다. 소프트웨어의 시대 아닌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있는 회사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해운산업은 그 특성이 자본집약적 산업, 노동집약적 산업일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운의 총본산인 런던에 기억할 수 있는 해운회사가 몇 개 있나.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모여 있다. 싱가포르 제네바도 마찬가지다.

업계엔 한국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한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제가 예전에 팬오션에서 영국 주재원으로 4년 있을 때 부러웠던 게 그들의 활발한 교류였다. 볼틱해운거래소라고 있지 않나? 브로커,  트레이더, 선사,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모임, 축구 동호회, 크리켓 동호회, 술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 등 회사가 다르고 업종도 다르지만 모여서 시황에 대해서 토론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활발히 만나더라. 우리는 회사가 다르면 잘 안 모이는데, 그들은 보험 벙커링 등이 다 모인다. 조선 해운은 한국 일본 중국에서 톱이지 않나. 그런데 이들 국가 출신은 (당시 파티에서) 구석에만 있더라. 그때 제가 한중일 출신들을 규합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그들에게 얘기하길 ‘한강익스체인지’를 만들거라고 했다.

작년 12월20일에 해인상선에서 망년회를 했다. 저희가 모든 비용을 대고 보험 회계사 브로커 선사 화주 분들을 다 불러서 조촐하게 1차를 하고 2차에선 해인상선 내 결성한 록밴드와 함께 클럽을 빌려서 2차를 했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캐주얼하게 (파티를) 하는 걸 보고 놀라더라. 개인적으로 국내에선 경쟁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내 해운사들도 서로를 경쟁사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서 한국해운 발전을 도모하는 파트너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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