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다음달 1일부터 고중량 소포 요금을 500~15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국내소포 우편요금 및 소포이용에 관한 수수료 안’을 내놓으면서 이를 신호탄으로 택배업계의 단가인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국내언론 및 증권가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모바일 쇼핑 등 판매채널 확대에 힘입어 작년보다 11% 증가한 16억6천박스로 추정되며 시장규모도 4조원에 육박할 것이다”며 “우정사업본부의 택배 단가 인상을 시작으로 택배 단가는 올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택배 단가 인상 현실화 조짐에 힘입어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주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인다.
이트레이드 증권 김민지 연구원 역시 올해 택배 단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검토 등이 올 택배시장의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택배 단가 인상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며 “매년 상하향 운임 가이드라인을 정해 운영하는 택배 표준 운임제 도입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올해 운임이 인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배 단가 인상을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국내 굴지의 택배사 관계자는 “지난해 택배물량은 15~16억에 달하는 등 매년 택배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90%이상의 택배물량이 개인고객이 아닌 기업고객이 대다수다”며 “택배사가 기업의 물량을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하는 만큼 단가 인상을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택배 다가는 2490원으로 2012년과 비교해 16원정도 내려갔다. 특히 지난해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 단가를 250원 인상했지만 대다수의 택배사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아 전체적인 평균 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며 “물량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저가 수주 영업은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홈쇼핑을 비롯해 기업이 택배사에 발주하는 물량은 연간 평균 10만건에 이르는 등 입찰여부에 따라 택배사 전체의 매출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택배 단가 인상을 결정하기가 녹록치 않다.
또 다른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 표준 운임제 도입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택배 단가를 인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택배 단가 인상을 위해서는 택배업계 대표들이 모여 담합을 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단가 인상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국내 언론 및 증권가에서 올 택배 단가 인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90% 이상이 기업의 경쟁 입찰을 통해 택배 물량을 수주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단가 인상은 장밋빛 전망에 불과해 보인다.
택배업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택배기사를 비롯해 현장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더 악화되고 이는 곧 택배서비스저하로 연결된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택배업계의 과당경쟁을 법으로 방지할 수 있는 표준운임제 또는 기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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