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1 06:14

수입화물 인도 사고 계속돼야 하는가

기고 / 동신선박 박호건 사장

자원부족국가로서 무역의존도가 지대한 우리나라는 그간 계속된 경제성장으로 이제는 연 수출입 무역고 1조달러를 초과하는 무역대국이 됐으며 다수다량의 원자재를 포함해 5천억달러가 넘는 수입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무역증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으로 각종 무역거래, 외환, 통관, 운송 등 관련 많은 규정이 제정, 보완, 수정, 폐기되며 원활한 수출입 물류의 기여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간에 수입화물의 화물인도 관련 적시 적절한 관련 제도와 규정의 미비로, 또는 이해 관계자의 과오로 97%가 넘는 수입화물을 선박으로 운송하는 해상운송인이 나쁜 수입업자의 사전 계획적인 사기행위로 인한 화물인도 사고로 상당한 손해를 보아 왔다. 아직도 수화주의 편리를 위해 규제 철폐와 보완된 제도를 악용하는 후진국형 사고가 계속 발생해 해상 운송인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됨으로써 정상적인 국제물류의 흐름과 국제금융거래 질서를 왜곡 또는 지연시키게 됨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러한 미진한 부분들이 해운업계와 정부와 관련기관의 협조로 과감히 시정 보완돼야 할 것이다.

그간의 수입화물 인도관련 사고 내역과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수입 컨테이너 화물

컨테이너 적입 수입 화물의 경우, 창고업자와 수입업자가 공모해 화주 자가 보세장치장 또는 화주 지정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화물을 운송한 선사의 동의나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약칭 D/O) 없이 임의로 반출해 운송선사나 선의의 선화증권 소지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고 또한 법에 의한 송사로 연결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각 선사가 보세창고 또는 장치장 설영주(設營主)에게 선사의 D/O 징구 없이는 화물을 반출하지 않겠다는 공증각서를 요구하고 사고 시 창고주에 그 책임을 전가하려 했지만 사법적인 의무조항이 아님으로 선사의 피해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선사가 거듭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는 세관에서 지정한 컨테이너 하선장소, 즉 선박 접안 터미널에 장치한 뒤 수화주로부터 B/L 원본 회수 또는 은행 발행 화물선취보증서(L/G )를 받고 해당 운임과 제 비용을 영수한 후 선박회사에서 승인된 D/O 또는 전자화물인도지시서(e-D/O)에 의해 화물을 컨테이너터미널로부터 반출하고 있어 인위적인 사기행위가 공모되지 않는 한 사고의 우려는 없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터미널들이 D/O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케이엘넷(KL-Net)에서 운영 중인 프리즘(PLISM) 서비스를 이용해 선박회사나 지정된 위탁 운송사의 컨테이너 반출 지시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화주에게 화물 인도 행위가 이루어지기에 전산에 의한 인도 지시 전 세심한 확인과 또한 계약운송사에 화물반출 지시 대행을 위임한 경우는 주의 의무 소홀이나 공모 사고 시 확실한 책임 전가를 위한 계약이 사전에 이뤄져야 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국내 컨테이너터미널에서는 과거 재래식 화물인도가 계속되고 있는바 사고의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2. 수입벌크화물

컨테이너 사용 화물이 아닌 일반 산적(bulk) 화물, 즉 수입양하 화물을 전용 터미널 또는 부두에 장치할 수 없는 경우, 철재류 등 건축자재, 금속원자재 또는 액체화물 등은 일반 벌크화물선에 의해 수송 양하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수화주의 지정 보세장치장(창고)으로 운송 장치되고 있다. 물론 선·화주간의 운송계약 원칙을 준수하려면 해당 화물의 양하 전에 발급된 선화증권의 회수와 제운임과 비용 등이 완결돼야 하나 사실상 적재 선박을 항구에 체선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더구나 항해가 단거리인 일본 중국 등 동남아 항구로부터 선적 수입되는 산적화물의 경우는 도착 전에 모든 은행을 통한 금융 결제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물이 본선에서 내려져 화주가 지정한 보세장지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실상 화물을 대신한 선화증권을 발급한 운송주체인 선사의 점유 이탈 상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장치된 화물의 통관에서 화주 편의 신속한 통관을 위해 관세청에 의해 통관 서류중 선사의 화물인도지시서(D/O) 제출도 오래 전 폐지됐으며 또한 관세 관련법규에도 보세장치장(보세창고)의 설영인에게 보세화물 출하 시 선사의 D/O를 징구해야만 하다는 의무 규정이 없다.

따라서 수입화물의 대금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선화증권 원본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업자와 창고업자가 결탁해 화물을 무단 반출함으로써 운송한 선사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 손해로 인한 이해 당사자의 송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고가 발생해 법적인 송사가 진행 중인 한 사건을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4월 한국의 수입업자 H스틸은 일본의 수출업자 N사와 신용장(L/C) 조건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수입업자 H사는 철근 약 3000t을 한국적 T선사의 선박으로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선적해 인천항으로 수송했으며 FIO(하역비 화주 부담) 조건으로 하역회사 겸 보세창고업자인 C사를 지정, 화물을 양하 후 즉시 보세 창고에 입고했다.

이와 관련 일반적인 수입화물 보세창고 입고 후 관행이지만 T선사는 특별히 창고업자 C사에 운송인(선사)의 D/O나 동의 없이는 화물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 놓았다. 그러나 창고주 C사는 각서 내용을 무시하고 수입화주인 H사의 끈질긴 요청으로 수차례에 걸쳐 수입 철근 전체를 창고에서 반출했으며 H사는 국내업자에게 매각했으며 회사 대표는 은행에 결제도 하지 않은 채 대금을 챙겨 중국으로 잠적해 버렸다.

물품이 창고에 보관돼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T선사가 물품의 밀반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2개월 후 일본의 수출업자 N사로부터 선화증권(B/L) 원본 회수 후 화물을 인도했는지 문의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면서였다.

따라서 선화증권 원본을 소지하고 있는 일본의 수출업자 N사는 물품대금 전체(약 1억7천만엔)를 B/L 발급선사인 T선사에게 변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또한 송사 중에 있다. 동시에 T선사도 수입물품을 무단 반출한 위법을 들어 수입업자 H사와 창고업자 C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나 H사는 거의 파산 상태고 창고업자도 회사 문을 닫은 상태로 알려진다.

그러나 본 사건의 내용을 더 상세하게 파악해보고 또한 법적인 최종 판결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유사사건의 과거 판결들은 일단 운송인(선사)은 발급한 선화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운송물을 인도한 행위는 선의의 선화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의 침해로써 불법행위이며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선의의 B/L 소지인에게 모든 보상이 수반되며 그 후 운송인은 해당화물의 불법인도에 따른 이해 관계자와 손해배상 또는 법적인 송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이해관계자가 파산 또는 도주로 운송인이 그 손해를 부담해야만 한다.

3. 수입화물 인도사고 대책

같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책이 거론됐지만 아직도 수입화물의 통관과 인도와 관련된 모든 관계법규는 이해당사자간 공평성의 원칙에 입각한 실질적이고 원활한 국제 물적유통을 위해 개정 내지는 보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더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요구되지만 반복되는 화물인도 사고의 방지를 위해 아래와 같은 제의를 해본다.

첫째, 화물의 통관 시 운송인(선사)의 반출 동의서나 D/O를 제출토록 하는 법 규정 도입이 다시 요구된다. 전체 수입화물이 어렵다면 컨테이너로 수입한 화물을 제외한 화물 통관에 적용할 수 있다. 사실 1970년 7월 관세청의 통관 시 D/O 제출 제도 폐지는 일방적으로 화주와 관세청의 편의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기존 보세장치장, 보세운송인, 해상운송인의 채권 확보 등의 의견 수렴 및 조정 보완이 없었다. 따라서 수입화물의 점유와 관련해 이해당사자간에 불편한 관계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다수의 운송인이 연루되는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 세관의 허가로 보세장치장(보세창고)에 입고된 화물은 관세법에 의거 화주 또는 그 반입자가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는바 화물의 창고 반출 시는 필히 운송인인 선사의 D/O를 징구하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불이행시 창고 설영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세창고 설영 허가 요건도 창고주가 화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담보 또는 보증보험에 의해 강화돼야 될 것으로 본다.

셋째, 수입업자(화주)가 화물의 양하 전 또는 화물이 운송인의 사실상 점유를 벗어나기 전에 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특히 운송인의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에 장치할 수 없는 화물에 대해서는) 화주의 지정 대신 운송인 선박회사의 지정 보세장치장에 해당화물을 장치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 제의 중 어떠한 사항이 보완되더라도 운송인이 화물의 무단이탈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 토론에서 관세청 담당관은 위와 같은 제의에 화물의 인도 문제는 수송인과 화주와의 민간의 문제이지 행정청이 관여할, 또는 법제화할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물류의 현장에서 수입대금도 결제되지 않은 물건이 정상으로 세관 통관을 거쳐 보세창고에서 반출되고 또한 해상수송을 담당하고 선화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이 고스란히 그 책임을 지는 것이 정상 시스템으로 보아야만 하는가? 또한 정상적인 외국의 수출업자나 결제은행이 화물을 대표하는 운송인의 선화증권을 소지하고도 위와 같은 견제 없는 밀반출로 물품대금도, 화물도 확보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계속 송사로 이어진다면 자유무역시대에 원활한 국제 물류 유통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4. 위조서류

위조한 운송서류, 위조 B/L 또는 위조 L/G에 의한 화물인도 사고로 인해 선사가 큰 피해를 본 경우가 있었다. 정교한 위조로 B/L 원본은 양하지 선사나 대리점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제출돼 선사 담당자가 위조를 인지 못하고 D/O를 발급해 화물이 인도돼 운송선사가 피해를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B/L 원본의 비밀인식 표지나 세심한 점검으로 사고가 미연에 방지되고 있다.

1988년 7개 은행의 L/G 양식을 입수한 뒤 정교하게 위조해 국내 20개 해운회사와 해운대리점사로부터 74회에 걸쳐 약 900만달러 상당의 구리봉과 알루미늄판을 인도받아 처분하고 잠적한 희대의 동원실업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 후 B/L 원본 소지인인 각 은행과 해당 선사들이 연합해 2년여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는 송사를 진행했지만 대법원은 운송인이 선화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운송물을 인도한 행위는 선화증권의 '정당한 소지인'(bona fide holder)에 대한 권리침해로써 불법 행위이며 또한 보증도나 어떠한 서류에 의해서 B/L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경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 운송인은 B/L 소지인인 은행측에 피해액의 70%를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은행측엔 L/G 양식 관리, 거래처의 신용관리 소홀 등을 들어 30%의 과실을 인정했다.) 당시 영세한 많은 해운 대리점사가 불법 행위에 연루돼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위 사고 후 선박회사측과 은행측 협회의 수차례 협의로 L/G 통일양식 제정과 발급 L/G의 진위 여부 확인절차 등을 보완해 현재는 잘 진행되고 있지만 의도적인 사기행위에 당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근본적으로 수입화물 전체의 대금결제·통관·인도 절차와 관련 제반 문제점들을 국제물류의 흐름과 금융거래의 왜곡과 지연이 없도록 타 선진제국의 관행, 법률체계 등을 참고해 전면적으로 검토 분석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화물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이해 당사자 간에 불편한 관계가 초래되지 않도록 통관제도를 무역대국에 걸맞게 글로벌 수준으로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He is ? 박 호건 사장

-1950년 충북 제천 生
-부산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해운경영학 석사, 한국해양대학교 해운경영학 박사
-1974년 동서해운(주) 입사, 현재 동신선박(주) 대표이사 사장, 한국선박대리점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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