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6 16:04

기획/ 동남아항로 선복량 ‘위험수준’…이전투구 재연 우려

선사들 동남아 서비스 확충 지속돼
‘덤핑경쟁’ 가열, 운임회복 가시밭길

●●●동남아항로는 지난해 전년 대비 높은 물동량 성장세를 보인 반면, 하반기 들어 떨어진 운임이 연말까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해 선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선사들의 서비스개설 및 확충으로 인해 늘어난 선복량과 불안정한 해외경제상황도 불안한 시황을 가중케 했다. 올해도 동남아항로의 물동량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선복의 수급조절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동남아항로의 현 상황을 점검해 본다.

지난해 물동량 200만TEU 돌파…사상 최고치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 고지를 넘어섰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컨테이너 누계물동량은 210만8천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4만1천TEU에 견줘 8.6% 성장했다. 지난해 동남아항로의 누계 수출입 물동량은 모두 증가세를 띄었다. 특히 수입물동량은 전체 물동량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누계 수출물동량은 116만4386TEU로 전년 동기 110만2909TEU 대비 5.6% 성장했으며 수입물동량 역시 94만3622TEU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83만8241TEU에 견줘 두 자릿수 성장한 12.6%를 기록했다.

물동량 유치에서는 국적선사가 외국적선사에 앞섰다. 국적선사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73만2329TEU의 수출물동량과 13% 성장한 60만7269TEU의 수입물동량을 기록, 총 133만9598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실어날랐다. 외국적선사의 수출물동량과 수입물동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 11.7% 증가한 43만2057TEU와 33만6353TEU로 집계되며 총 76만8410TEU를 기록했다.

2013년 동남아국가 중 2012년에 대비해 가장 많은 수출 물동량 증가세를 보인 국가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로 두 나라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24% 21%의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발 베트남행의 지난해 총 수출물동량은 25만2천TEU로 2012년 대비 23.7% 증가하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국적선사의 베트남행 수출물동량은 18만5천TEU를 상회하며 외국적선사(6만7천TEU)와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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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실어 나른 컨테이너 화물도 국적선사가 외국적선사보다 높은 성장률을 시현했다. 국적선사의 말레이시아 수출 물동량은 7만TEU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고 외국적선사의 수출 물동량은 5만5천TEU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동남아항로는 2009년 149만TEU에서 2010년 169만TEU 2011년에는 185만TEU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올해도 동남아항로의 물동량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 관계자는 “올해도 동남아항로는 3~4% 성장률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물동량이 느는 것보다 선복량이 넘치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고 화물유치를 위해 저가운임을 실시하는 상황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곤두박질 친 운임, 3월 GRI ‘정조준’

지난해 동남아항로는 한국발 인도네시아행과 베트남행의 운임하락폭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남, 북부의 집화경쟁이 가열되며 호치민과 하이퐁에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행 수출 화물이 낮은 운임을 형성했다.

이에 일부선사는 자카르타행 화물에 한해 지난해 12월 운임인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올해도 베트남으로 향하는 우리 기업의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선사들의 서비스 증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베트남 투자가 지난해 들어 확대된 가운데 베트남 소비자들의 외제 승용차 등 고급 소비재 구매가 급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한해 무려 150% 이상 확대되며 동남아시아 최대시장으로 부상하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과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의 환율 불안정과 인건비 상승 등은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운임은 평소보다 15~20% 가량 하락했다. 이머징 마켓의 대표주자인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012년까지 고성장률을 기록했던 인도네시아는 오바마 대통령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사로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선사들은 늘어나는 물동량에 대비, 오는 3월에 운임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한 선사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 2월 비수기인 동남아항로는 3월부터 물동량이 증가하는 시기라 떨어진 운임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운임인상이 실시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동남아항로의 활성화와 관련해 선사들은 여러 목소리를 냈다. 선사관계자는 “선사와 화주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장선사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2012년은 STX팬오션이, 지난해에는 현대상선이 동남아정기선사협회의 의장직을 맡았다. 올해는 장금상선이 의장선사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선사관계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의장선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운임 안정화 등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라도 올해 의장선사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선사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다. 지난 2012년 주요 원가인 연료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컨테이너 선사들의 영업수익성은 시황에 따른 큰 폭의 변동과 함께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유가가 소폭 하향, 안정화 되면서 연료 유가는 t당 500~600달러선을 유지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연료유 가격이 어느 정도 하향되느냐에 따라 선사들의 채산성 개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안정화 해법은 ‘선복 감축’
 
장기침체에 빠진 국내 대형선사들은 지난해 동남아항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유럽이나 미주항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며 국내 대형선사들은 아시아시장 서비스강화를 통해 실적회복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현대상선은 천경해운과 공동으로 지난해 6월 한국-중국-베트남항로를 개설, 하이퐁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인천항을 기점으로 한 신규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 ‘HPX-2’(Haiphong Express-2)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진해운도 지난 4월 고려해운, 대만 국적선사인 TS라인과 공동으로 인천항을 기점으로 한 신규 컨테이너 항로 ‘NCI’를 서비스를 지난 4월 개설했다.

한·일, 한·중항로를 주력으로 서비스하던 선사들도 동남아항로로 눈길을 돌렸다. 동영해운과 동진상선은 STX팬오션이 빠진 틈을 노려 동남아항로 진출을 단행했다. 동영해운은 천경해운과 현대상선이 개설한 HPX 서비스에 지난해 7월3일 선복 용선 방식으로 합류하며 동남아항로에 진출했다. 지난 4일엔 남성해운이 지난 2007년에 개설한 인천·하이퐁서비스(IHS) 서비스에 선복 용선 방식으로 합류하며 한국과 베트남 하이퐁을 잇는 서비스를 확대했다.

동영해운은 지난해 2월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1천TEU급 컨테이너선 <페가서스 테라>호를 오는 3월에 인도받는다. 인도받은 자사선은 IHS 서비스에 투입될 계획이다. 동진상선도 지난해 8월 남성해운과 천경해운이 공동배선 중인 KVT에 선복을 빌려 호치민서비스를 시작했다. 창립 이후 한일과 한중항로에서 해운사업을 벌여왔던 동진상선은 동남아항로 진출을 통해 사업 확대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동진상선은 내달 천경해운과 현대상선이 공동운항하고 있는 하이퐁익스프레스(HPX)에 선복 용선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동진상선은 인천항에서 내달 8일, 부산항에서 9일 각각 첫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해 고려해운은 STX팬오션과 서비스 해오던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노선에 단독으로 배를 띄우며 수혜선사로 떠올랐다. STX팬오션이 가지고 있던 선복을 흡수하며 고려해운의 동남아항로 시장점유율은 전보다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관계자는 “고려해운 입장에서는 일정량의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며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화물를 유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동남아시아를 잇는 서비스 개설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난무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사들은 서비스 개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금도 선복량이 충분히 넘치는 상황인데 서비스개설은 시장 안정화에 악영향이라는 것.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의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90%의 물량을 채워도 적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늘어난 선복량으로 인해 운임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복량이 줄거나 물동량이 대폭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운임하락은 피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항로 강화 움직임을 반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다른 선사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역내 자유무역협정(FTA)이 활기를 띠고 있고 신규항로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교역량이 늘면 자연스레 물동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선박들의 대형화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 5위 항만 부산항에 접안한 10만t급 이상 선박은 2012년에 432척으로 전년 대비 100%에 가까운 수치로 확대됐다. 선박의 대형화는 지속되고 있지만 동남아항로 투입은 아직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역내 국가 중 대형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항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선이 입항하려면 수심확보와 선석 길이 등 현대화 된 항만인프라가 요구된다. 따라서 동남아항로의 소형선박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지역의 특성상 소형 선박의 효용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허브&스포크방식(물류의 모든 거점을 한 곳으로 통하도록 하는 방식)의 수송패턴도 아직까지 활발한 상태라 주변의 항구로부터 허브(Hub)항까지 화물을 모아줄 수 있는 소형선박들의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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