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3 10:19

칼럼 / 물류합리화의 출발은 표준화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지난 10월 30일부터 이틀간  「International Forum for Logistics Technology and Standards - ICT Convergence Technology and Standards for Smart Supply Chain」가 제주에서 개최되었다.  여기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 교수이신 Marshall S. White 교수를 비롯해 중국, 일본 전문가들과 우리나라의 기술표준원, 대학, 연구단체, 기업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깊이 있는 발표와 활발한 토론을 전개했다. 이와 함께 한중일 물류정보표준화 회의와, ISO TC122 WG13(순환물류체계) 국제회의, 한국포장학회 학술대회가 함께 열렸다.

그리고 11월 11일엔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술표준원, 물류신문이 후원하는 제 10회 파렛트의 날 행사(2013년 유닛로드시스템 컨퍼런스 및 제 10회 한국파렛트컨테이너산업대상)가 과천 기술표준원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본 행사는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가 유닛로드시스템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우리나라 파렛트 표준인 T-11형을 상징하는 매년 11월 11일에 개최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표준화 추진현황과 우수기업의 사례발표가 있었고 우수 사용업체와 물류기기 생산업체에 대한 포상이 있었다. 물류표준과 관련된 두 행사에 참석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물류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비용을 절감시키는(Cost down)것과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Service level up) 것이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서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에 있는데 이것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자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물자의 흐름을 빠르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물류인들이 끊임없이 도전하여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유닛로드 시스템(Unit Load System)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냈고 유닛로드시스템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생산재와 소비재는 유닛로드(Unit Load)의 형태로 보관되고 유통되고 있다. 유닛로드의 대부분은 파렛트에 적재된 후 지게차를 이용하여 움직이고 있는데 수출입 화물은 해상용 컨테이너를 통하여 수송된다. 이동시켜야 할 물건을 단위화한 다음 도구를 이용하여 한꺼번에 움직이는 유닛로드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품마다 포장규격이 다르고 기업마다 사용하는 파렛트와 하역장비, 물류설비들의 규격이 제각각이라면 유닛로드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유닛로드시스템은 물류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포장용기. 하역장비, 운송장비, 창고설비들의 규격이 정합성을 갖는 물류모듈(Module)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파렛트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1, 2, 3, 4····등 정수로 분할한 포장단위의 칫수를 기준으로 포장이 디자인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표준 파렛트의 규격은 1100㎜ × 1100㎜이고 가로와 세로의 1100㎜를  KSA 1002에서 포장칫수 규격으로 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맞도록 제품 포장 규격과 파렛타이저, 컨베어, 창고의 랙과 기둥간격이 설계되어야 적재효율이 높아지고 물류업무의 스피드가 향상 될 것이다.

유닛로드시스템은 개별기업을 넘어 물자가 흘러가는 제조및 유통산업계 전체가 하나의 공급망(Supply Chain)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문제는 파렛트가 지역별, 업종별로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디자인 되어 도입되었고 산업발전 단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여 왔다는 것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원가절감과 이용 효율을 고려하여 파렛트를 설계하고 제작해서 사용하여 온 것이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은 물론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권이 제각각 탄생 배경에 맞는 규격과 운영형태를 갖고 발전하게 되었다. 파렛트를 이용하기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글로벌화가 진행 될 것이란 것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부문의 흐름까지 고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화가 일반화 된 지금, ‘Global Supply Chain’ 각 부문의 물류표준이 정합성을 갖추지 못하고 제각각 발전되어 온 것이 비효율과 문제를 야기 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SO 표준은 아래와 같이 다양하고 서로 정합성을 갖지 못하여 비효율적이다.

ISO 668 시리즈 1 Freight Containers - 10, 20, 30, 40 × 8 Feet
ISO 4117 Air and air/land cargo pallet - 96 inches wide
ISO 3394 Packaging - Dimensions of rigid rectangular packages
 - Multiples of 400 × 600㎜
ISO 6780 Flat pallets - Principal Dimensions and tolerances
 - 1200 × 800㎜, 1200 × 1000㎜, 1140 × 1140㎜,
48 × 40 inches, 42 × 42 inches, 1100 × 1100㎜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국제교역물동량이 가장 많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되어 2006년 6월설립된 APSF(Asia Pallet Federation : 아시아 파렛트 시스템 연맹)가 아시아 10여개국(한, 중, 일, 태국, 필리핀, 말레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의 합의를 통하여 파렛트 표준규격을 T11(1100 × 1100㎜), T12(1200 × 1000㎜)형으로 정하고, 국제표준을 관장하는 ISO에 당당하게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물류와 경영 9월호 P 50 참고). 그리고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를 통하여 표준파렛트의 공동이용과 무관세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 변화에 걸맞게 이번 제주포럼의 화두는 물류의 국제표준과 스마트한 공급망(Supply Chain)이었다. ‘Global Supply Chain’을 통해 움직이는 제품들을 보다 싸고,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하게 흐르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국제물류표준을 통하여 찾아보자는 포럼이었다. Global Supply Chain 전체의 물류 흐름을 고려하여 Package, Crate, Pallet, 상하차 선적 기기(Unit Handling Equipment), Container등이 디자인되고 통일 된 운영 시스템이 첨단 정보기술을 이용해 구축된다면 전체의 물류 흐름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며, 서비스 수준 또한 크게 높아 질 수 있을 것이다. 포장비용이 절감되고 제품의 파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절감과 폐기물 감소, 작업자와 소비자의 안전도 향상시킬 수 있다. RFID를 도입하면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제품의 위치추적이 더욱 손쉬워지고 물류 Visibility가 향상될 것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 국제물류표준에 대한 논의는 현상을 파악하고 입장 차이를 확인한 정도이지만 공급망(Supply Chain)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물류표준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변화해 갈 것이다.  다른 부문의 업무에 대한 조사와 부문간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개별포장과 파렛트, 물류기기는 서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부문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부족한 실정인데, 이런 인재들을 육성해 공급망(Supply Chain) 부문간의 기계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설계기술(Software)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 국제표준은 공급망(Supply Chain) 각 부문의 설계자들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개선시키는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국제교역량은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물류의 표준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반대로 국제 물류관련 표준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고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문제 해결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ISO를 통해 문제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이 부문에 관한한 일본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을 리드해 나아가는 입장에 있다. T-11형 표준 파렛트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이 이들 나라들보다 비교적 발달하였고 국제기구인 우리나라는 APSF의 창설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이끌고 있다. 그동안 민간 레벨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동남아 여러나라의 물류표준과 관련된 공무원들과 단체에게 유닛트로드시스템에 대한교육과 홍보를 끊임없이 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앞서 말한바와 같이 유럽과 미국이 주도해온 ISO 국제물류표준관련 회의에서 아시아의 통일 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직도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물류, 포장, 정보등 유닛로드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부문 전문가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다. 이번 파렛트컨테이너산업대상 행사만을 보더라도 국내 글로벌 기업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일반기업이나 전문가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 또 국내 유수 언론사들의 취재 모습도 발견할 수 없었다. 행사의 규모가 크지 않고 최고의 상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어서 대기업의 관심이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표준파렛트의 이용과 확산에 보다 많은 기업들의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준다면 국제물류표준 제정 및 운영관련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더욱 당당하게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류합리화의 출발이 되는 Unit Load의 표준화!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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