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제작금융 지원을 위해 외국선사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려왔던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모처럼 국내 해운사 지원에 나선다.
수은은 장금상선 자회사인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도입하는 5척의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탱커) 신조사업에 1억13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지난해 11월 세계 3대 에너지 기업인 로얄더치셸(Royal Dutch Shell)과 석유화학제품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으며 용선계약 이행을 위해 현대미포조선에 5만2000t(재화중량톤)급 탱커 30척을 발주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첫 20척을 발주한 뒤 4월 10척을 추가 발주했다.
척당 선가는 31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인도시기는 첫 20척이 2014~2015년 사이이며, 나머지 10척은 2015년 10월까지다.
수은은 시노코페트로케미컬에서 지난 1월 옵션 행사한 10척 중 5척의 선박에 대해 금융을 지원한다. 시중은행 한 곳에서도 수은과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한국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탱커 10척 신조를 위한 2억94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제공받은 바 있다.
셸은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사로 지난해 기준 포브스 선정 세계 2000대 기업 중 매출 1위 기업, 국제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 Aa1(무디스), AA(S&P 및 피치)를 받은 글로벌 오일메이저다.
수은의 금융 제공은 국내 해운사에 선박구매자금 1억1300만달러와 함께 국내 최초로 이 금액에 대해 선박채권보증을 제공한 게 특징이다.
향후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채권발행금리와 보증료율을 합한 비용이 대출금리보다 낮다고 판단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채권발행에 나설 경우 수은이 이 채권을 보증하게 된다. 수은이 제공한 선박금융은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이 채권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이용해 상환하게 된다.
선박채권보증은 국내 해운사가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선박구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Bond)을 발행할 경우, 수은이 이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제도다.
수은은 지난 10월 초 미국 선사인 스콜피오탱커스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선박수출거래에 채권보증을 도입한 이래 이번에 국내 해운사의 선박 구매거래에 채권보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김용환 수은 행장은 “지속되는 해운시장 침체로 국내 시중은행들의 선박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선박채권보증은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선박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되는 동시에 국내 해운사가 보다 양호한 금융조건으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면서 “선박채권보증을 포함한 선박금융 패키지 지원은 세계경기 침체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국내 해운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수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은은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선박금융부를 ‘조선해양금융부’로 확대 개편하고 국내 외항 해운사 지원을 전담하는 ‘해운금융팀’을 독립·신설했다.
수은은 해운금융팀 신설을 통해 국내 해운사 현실에 맞는 ‘맞춤형 해운금융 패키지’를 제시하는 한편, 취약부문인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내 상업은행 및 정책금융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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