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의 다양한 유빙들 |
<지난주에 이어>
●●●앞서 살펴본 내용들이 북극해항로에 관한 국제기구 정책 및 국가간의 일반적인 문제였다면 북극해 같은 극저온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구조적인 안정성과 조선기기들의 내구성에 관한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한국해양대학교 최경식 교수는 ‘북극해항로 운항선박의 기술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미국 MIT대학에서 극지공학을 전공한 조선 전문가로 2010년과 지난해 극지연구소 북극·남극연구팀으로 아라온호 승선연구를 수행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주제발표에서 북극해항로는 빙해역임으로 저온과 얼음에 대한 특수한 기술과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히고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제품 연구 개발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선생산량 세계 1위, 해운 선복량 세계 6위의 해양 국가이지만 빙해역을 운항할 수 있는 쇄빙선박이나 북극해항로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상선 건조능력을 바탕으로 북극해항로를 통해 경제성 있는 해운시장이 형성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선종인 쇄빙선박 건조도 국내에서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조선사에서는 쇄빙선박의 건조를 경험삼아 극지자원 개발과 극지용 해양구조물 건조도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극지용 상선, 해양구조물 건조 시장 눈돌려야
최 교수는 빙해선박 기술 요구사항에서 아래 네 가지의 사항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우수한 쇄빙성능을 가지는 선형과 추진기다.
북극해의 다양한 빙상조건에서 저항을 최소화하는 선체형상을 갖춰야 선박의 항해 시 연비를 높임과 동시에 얼음의 착빙을 방지할 수 있다. 추진기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고 나가는 추진력을 제공해 선박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
북극해항로 운항 중 극심한 추위로 갑판이 얼음으로 뒤 덥힌 유조선의 모습 |
또 빙하 충격에 견디는 튼튼한 선체구조가 필수적이다. 거대한 유빙과 영하 50도 극한의 바다를 항해하다보니 저온용 특수강 사용 및 내충격 구조설계를 통해 용골 및 선체두께를 강화하고 이중선체구조로 건조해 선체 파손시 선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빙해역 안전운항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이다. 수시로 변하는 북극해의 특성상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한 최적항로를 인공위성 및 빙상정보를 추적하기 위한 레이더 등 항해장비의 장착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극한의 기온에 노출되는 선박 탑재장비의 저온성능 확보이다. 영하 50도의 극저온으로 인한 선박 탑재장비의 결빙과 해빙의 반복으로 장비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거나 고장의 우려가 매우 높기에 선박 갑판에 노출된 탑재장비의 저온성능 확보가 필히 이뤄져야 한다.
최 교수는 쇄빙선 확보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전체 북극해항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는 현재 10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건조된 지 30년 가량 된 세브모르푸트, 타이마루 등 6척만 운항 중이다. 나머지 쇄빙선들은 고장으로 인한 수리 또는 폐선중이라 가용 가능한 쇄빙선은 얼마 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노후한 쇄빙선대 상황은 북극해항로 확보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기에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수립한 ‘러시아연방 북극해 기본 개발 전략’을 토대로 약 2조원의 자금을 들여 오는 2020년까지 3척의 쇄빙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계획도 지난해 불어 닥친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 집행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지난 3월부터 러시아 북극해항로관리청(ANSR)에서 북극해항로 운항 규칙을 개정하면서 얼음이 얼지 않는 계절에는 내빙선(얼음이 떠있는 바다를 운할 할 수 있는 선박)이 아니어도 통행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한국선급 하태열 본부장은 ‘북극해 운항선박 관련 규정’에 대해 소개했다. 하 본부장에 따르면 북극권에 대한 세계 각국간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북동항로에 대한 사항으로서 북유럽-동북아시아의 최단항로로 기존의 수에즈 운하 경유 대비 약 40% 정도의 거리가 단축된다는 점이다. 즉 시간 및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둘째로는 현재 전 세계 자원의 25% 이상이 매장돼 있다고 알려져 있는 북극해 자원탐사 및 개발 참여 가능성 여부다.
마지막으로 북극해를 운항하는 선박 종류의 다양성이다. 얼음길을 개척하는 쇄빙선의 수요가 점차 증대하고 있으며 자원 개발에 따른 쇄빙상선 및 다양한 형태의 해양구조물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날 행사를 통해 북극권 통항 및 개발은 조선 강국인 우리에게 큰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가간 규정 달라 외국선박 북극항로 통항 어려움
우리나라에 앞서 북극권 인접 국가들 역시 오래전부터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극권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인접 국가들은 북극해 선박운항코드를 자국상황에 맞게 규정하여 선박의 안전, 화재 및 인명구조, 환격보호, 선박 기술의 발전에 앞서고 있다.
북극해에서 작업 중인 석유시추선 |
FSICR (핀란드, 스웨덴 선급), CASPPR(캐나다 선급), RMRS (러시아 선급), ABS(미국 선급) DnV(덴마크 선급), LR(영국 선급) 등 각국의 선급은 북극해 운항선박에 대해 각기 규칙을 제정 준용하고 있는 가운데, FSICR은 북극해에 비해 빙상조건이 훨씬 부드러운 발틱해의 겨울철에만 적용한다.
특히 러시아 및 캐나다의 경우에는 독자적인 규칙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 주변의 북극해에 적합한 독자적 규칙 개발의 결과로서 이들 국가의 얼음 등급은 북극해 빙상조건에 따라 등급의 범위가 넓고 엄격한 편이다.
특히 러시아의 북동항로 운항 규정을 보면 외국 선박의 통항에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외국선박의 자유항행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유엔 해양법 협약과 충돌되는 규정이다.
다음은 외국선박에 대한 차별 대우로 들 수 있다. 러시아는 모든 선박에 통항료를 징수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자국선박에는 미적용하고 있어 이 또한 유엔 해양법 제227조에 위배되고 있다.
또 영해 통항료 징수금지 규정 위반(영해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도 단순한 통항에 대한 통항료를 강제 징수, 협약 제26조 규정 위배), 외국선박의 환경오염에 대한 과도한 처벌(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환경오염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처리), 적용범위의 과도한 확대(배타적 경제수역 외측 공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유엔 해양법 제234조 위반) 등 북극해항로를 통항하는 타국적 선박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북극해 각국간 상이한 선박운항코드를 내포하고 있기에 IMO(국제해사기구)에서는 IMO Polar Code를 구성해 복잡하고 위험성이 많은 극지의 해양환경에서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도모하고 있다.
IMO Polar Code는 선박의 설계, 안전, 수색, 환경 대응 및 보호, 항해사의 교육 훈련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각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후 2014년 최종 Code를 확정해 승인 요청할 계획이다.
북극해항로는 단순한 항해로가 아닌 각국의 전략과, 경제, 안보, 자원, 환경 등 각국의 첨예한 관심사항이 내포된 항로다. 지난 2009년부터 서서히 관심을 가져온 북극해항로는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기에 현재 각국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 역시 북극해항로가 북유럽-동북아시아 간 단순한 항로의 최단거리임을 떠나 물류, 조선, 기자재, 항만정책 등 다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기관 및 해운, 조선, 금융 등의 상호 면밀한 협력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북극해항로 시대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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