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6 10:39

STX팬오션, 계열사 발주 몰아주기가 부실원인

1차 관계인집회…존속가치가 청산보다 7099억 많아
회생채권 8조4031억 중 1조4189억만 시인
내달 25일까지 회생계획안 제출

STX팬오션이 지난 5년 동안 전체 신조 발주량 중 90%를 STX조선해양과 STX다롄 등 계열사에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3별관 1호실에서 열린 STX팬오션 1차 관계인집회에서 조사위원을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STX팬오션이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008년부터 2012년에 이르는 과도한 선박발주라며 이 같이 밝혔다.

STX팬오션은 이 기간 동안 전체 발주 선박 59척 중 87%인 50척, 총 발주선가 32억1200만달러의 90%인 28억9400만달러를 STX조선해양측에 발주했다.

5년간 STX조선에 29억弗 폭풍 발주

이 중 STX다롄에 발주한 자동차선(PCTC) 4척과 STX유럽(루마니아)에 발주한 1만5000t(재화중량톤)급 케미컬탱커 4척, 옛 STX OSV(현 바르드조선소)에 발주한 해양작업지원선(PSV) 3척은 손실 발생 또는 투자금 회수 지연 등으로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3월28일 STX다롄에 발주된 자동차선 4척은 선가 3억달러(척당 7500달러)로, 인도일 지연으로 255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STX팬오션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반환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8년 11월14일 STX유럽(루마니아)과 1억400만달러(척당 2600만달러)에 계약한 1만5000t(재화중량톤)급 케미컬탱커 4척은 대서양 수역 운항을 염두에 두고 내빙선으로 지어졌으나 실제로는 동남아 수역만을 운항해 900만달러의 운항손실을 봤다. 또 저가 매각으로 2372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PSV 3척은 2010년 7월29일 1억7200만달러(척당 5700만달러)에 STX OSV에 발주됐으며 STX팬오션은 이 선박으로 인해 매각손실 4700만달러를 냈다.

또 경제적인 손실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지난 2009년에 계약한 발레(Vale) 선박 8척과 2010년 계약한 피브리아(Fibria) 선박 20척은 발주금액에서 최대 규모로 파악됐다. 이 역시 모두 STX조선해양에 발주됐다.

발레와의 장기용선 계약에 투입될 40만t 초대형벌크선(VLOC)은 지난 2009년 11월12일 8억8000만달러(척당 1억1000만달러)에, 피브리아 우드펄프 수송에 쓰일 5만7000t급 오픈해치 일반화물선(OHGCC)은 2010년 7월29일 총 선가 9억1200만달러(척당 4560만달러)에 각각 발주됐다. 발레 선박은 STX조선에서 8척을 수주받은 뒤 이중 4척을 STX다롄에 하청을 줬으며, 피브리아 선박은 STX조선과 STX다롄이 10척씩을 나눠 수주했다.

이날 조사결과를 보고한 한영회계법인 김정배 대리인은 “계열사에 대한 선박발주건들은 일부 손실이 발생하거나 투자금 회수 지연 등으로 자금 부담에 따른 유동성 악화에 기여했다”며 “과거 경영진의 과도한 선박발주는 해운업과 조선업의 경기 불황과 맞물려 결과적으로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이사회 의사록 등 관련 증빙검토와 관련 임직원 인터뷰 결과 지배주주와 임원들의 공격적인 경영의사결정이 해운업과 조선업의 경기불황과 맞물려 결과적인 경영실패로 이어져 회생절차 개시에 이르게 된 것이지 배임이나 횡령 등에 의한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계속기업가치 1조3960억…법정관리 유지

한영회계법인은 이날 STX팬오션의 계속기업가치를 청산가치(6861억원)보다 7099억원 많은 1조3960억원으로 평가했다. 회생기간 동안의 영업가치 5801억원, 회생기간 이후 잔존가치 5192억원, 비영업자산 처분가치 2965억원 등이 반영됐다.

한영회계법인은 “STX팬오션의 재산 상태 조사 결과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기에 회생절차가 유지되지 않는 경우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온 만큼 사업을 영위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산상태에 미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상 주주 지분권자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발행주식의 2분의 1 이상을 소각하거나 2주 이상을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의 감자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STX팬오션은 현재 총 자산 4조3271억원, 부채 6조2921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1조9650억원 웃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날 STX팬오션은 신고된 회생 채권 중 1조4000여억원만 인정했다.

조사위원에 앞서 보고한 김유식 관리인은 법정관리 원인은 전 세계 경기침체와 선복량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악화와 고시황기에 확보한 장기용선계약으로 인한 손실, 유류비 등 각종 비용부담의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손실, 신규선박 도입 등에 따른 부채 및 상환원리금 증가 등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법정관리 당시 용선 선박 73척이 평균 7년의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있었으며 이들 선박은 현재 시황기준에 미뤄 척당 하루 8000달러 이상 손실을 냈다고 말했다.

김 관리인은 이어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 규모에 대해 보고했다. STX팬오션은 신고된 회생담보권 55건, 2조8834억원 중 524억원만을 시인하고 나머지 2조8310억원을 부인했다. 부인한 채권 1297억원은 회생채권 시인액에 포함됐다. 또 신고된 회생채권 1만2510건, 8조4031억원 가운데 1조4189억원만을 시인하고 나머지 6조9842억원은 부인했다.

선박 매각 등 고강도 경영정상화 추진

김 관리인은 회사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선대 처분과 용선선박 반환, 장기계약 유지 등을 제시했다.

법정관리신청일 당시 사선 94척 용선 184척이었던 STX팬오션의 선대 규모는 8월31일 현재 사선 92척, 용선 15척으로 크게 줄었다. 대부분의 용선 선박이 반선된 것이다.

STX팬오션은 보유 중인 선박 18척을 추가로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경쟁력과 수익성이 없는 사업영역은 정리할 계획이다. 또 무수익자산과 해운사업의 연관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하고 회사 채권도 조기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보고를 마친 뒤 법원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점을 인정해 다음달 2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회생계획안엔 채무자의 존속, 주식교환, 주식이전, 합병, 분할, 분할합병, 신회사의 설립 또는 영업의 양도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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