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분야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항만분야 투자비는 하락추세에 있다. 지난해 항만분야 투자비는 1조4704억원으로 ’09년 2조1298억원보다 6594억원이 축소됐다. 전체 SOC 투자액 대비 항만분야 투자액 비중도 ’12년 기준 6.4%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확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항만투자가 줄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 보아 항만시설의 민간투자 활성화가 시급하다. 민자부두의 현황과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봤다.
민자사업 관심 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
지난달 27일 해양수산부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현대산업개발·현대상선 컨소시엄과 부산항 신항 2-4단계 ‘컨’부두 개발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이 체결된 개발 사업은 민자사업 도입취지에 가장 부합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 일부 민자사업에서 문제됐던 건설단계의 재정지원과 운영단계에서의 최소운영수입보장 없이 순수 민간자본으로 건설·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 해양수산부는 평택·당진항 국제여객부두 신규건설사업을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지정하고 사업시행을 위한 민간투자자 공모에 나섰다.
여객부두를 민간투자사업(BTO)으로 건설하면 준공과 동시에 시설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되고 사업시행자는 일정기간동안 시설관리, 운영권을 행사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국제여객부두를 BTO로 건설하면서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해수부는 인천항 개발과정에서 조성된 인천시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에 대해 최초로 ‘제3자 제안’ 방식의 민간개발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달 24일 첫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밖에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복합도심지구, IT영상지구 등에 대한 개발사업이 민간투자로 진행되고 있어 현재 GS건설 컨소시엄 등이 협약체결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2005년 이후에는 민간투자방식의 항만시설사업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 정부재정부담을 줄이면서 민간 창의성을 활용하고 대신 개발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항만민자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해운기업 및 민간건설기업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총 19개 항만 민간투자사업 중 건설 중이거나 건설 전인 항만사업은 5개이며 준공·운영 중인 항만은 1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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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민자사업 시행으로 인한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민자사업의 장점은 ▲항만의 생산성 향상 ▲부문 간 조정을 통한 재정투자의 합리성 제고 ▲민간부문의 역량강화 ▲경기 진작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재정사업과 비교해 효과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즉, 민자사업의 추진을 결정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등에 활용하기 어렵다. 또한 민자부두를 실제 운영시 물동량이 실시협약 때 체결한 추정 물동량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민자사업, 국가재정사업을 통틀어 항만시설 공급이 충분한데 반해 항만시설 수요가 줄어 항만신규사업의 수요가 주는 것이 항만 민간투자가 부진한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종필 항만연구실장은 “협약을 하기 이전에 보통 30년을 운영한다고 가정하고 향후 수익과 비용을 계산한다. 길게는 40년치를 예측할 정도로 앞을 내다봐야하기 때문에 예측치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통 사업과 달리 항만사업은 부두개발을 하기 이전에 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설계에서 운영이 되기까지 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예측한 물동량이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는데 물동량이 예측한 수요에 한참 못 미치면 결국은 시설과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폐지됐지만 후폭풍 거센 MRG
1998년 12월 외환위기 상황에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도입됐다. IMF 외환위기 직후 막대한 예산이 드는 SOC사업에 대한 민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정부 재정에서 손실 보전이 너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현재 MRG를 보전받고 있는 항만은 울산 신항 1-1단계, 포항 영일만 신항 1-1단계, 목포신외항 1-1 1-2단계, 평택항 다목적부두, 마산항 1-1단계, 인천 북항 일반부두, 인천 북항 다목적 부두로 총 8곳이다. 과거 11개 MRG 적용 항만 중 부산신항 1단계(`03년 5월), 인천 북항 1-1단계(현대·09년 4월), 인천북항 1-1단계(동국·`09년 7월)는 각각 폐지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폐지되기 이전에 협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이 현재 MRG를 보전 받으며 부두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특히 MRG 계약으로 최근 5년 동안 민자부두의 영업손실을 보상한 금액이 650억원에 달한다. 이들 민자부두의 계약기간이 15~20년임을 감안하면 추가 투입될 자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많은 MRG가 지급된 항만은 목포신항만이 운영하는 목포신항(1-1단계)으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동안 250억원이 지급됐다. 582억원의 투자비 중 43%를 지원받은 셈이다.
목포신항(1-2단계)도 민자사업자는 150억원을 투자해 2004년부터 8년 동안 투자비의 40%인 59억3천만원의 예산을 MRG로 지급받았다. 이들 목포신항 두 단계 사업자는 2004년부터 50년간 운영권과 20년 동안 최소수입을 보장받고 있어 앞으로 지원이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동부인천항만이 운영하는 인천북항(2-1단계)의 경우 2009년 개장 후 2년 만에 209억원의 MRG가 발생해 117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아이포트가 운영하는 울산신항(1-1단계)도 ’09년 개장 이후 2년만에 84억원의 MRG가 발생해 49억원이 지급됐다. 이들 민자항만업자에게 거액의 예산이 지급된 이유는 실시협약상 추정물동량에 비해 처리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MRG의 조항은 통상적으로 추정운임수입을 80~90%까지 보전해주는 것이지만 현재 보전가능기간과 보전율은줄었다. 민간 사업자의 과도한 수입보전을 위해 막대한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보전 폭이 상당부분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MRG를 보전 받고 있는 민자사업자의 재정상황 또한 좋지 않다. 축소된 MRG 보전을 받고 있지만 민자투자사업자의 대부분은 사업초기 과도한 건설비용과 무리한 금융비용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MRG 보전을 받고 있는 한 부두 관계자는 “처음 협약할 당시엔 90%까지 최소운영수입을 보전해주었지만, 정부가 MRG로 인한 비용이 많이 나가다보니 2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보전가능대역을 대폭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전가능대역을 대폭 줄이다보니 손실도 크다. 아직 협상기간도 많이 남아있어 앞날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BTL+BTO 혼합형’방안 모색 시급
최근 민자투자활성화를 위해 ‘BTO+BTL(임대형 민자사업) 혼합형’ 재원조달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BTL과 BTO의 혼합사업의 제안 허용은 곧, 인프라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면서 새로운 개발사업도 병행·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앞으로의 민자도로 및 민자철도사업은 노선이나 시스템보다, 그에 따라 부대사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실제 업계도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다양한 부대사업 발굴이 가능한 항만민자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항만 인프라만 건설하는 것에서 벗어나 배후부지를 개발하고 해운, 무역 등 여타 업종과 연계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에 대한 적용방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혼합형 방식을 사용하기에 앞서 사업을 추진할 지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분석할 기준이 명확히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신정부 출시 이후 ‘증세 없는 복지 기조’ 분위기가 감돌며 SOC재정이 많이 삭감됐다”고 밝히며 “재정확대가 안되기 때문에 민간유치를 하는 것이 좋은데 위험성이 높아 민간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한 마련책으로 가장 시급한 것이 BTL+BTO의 지침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BTL+BTO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부산항을 제외한 나머지 민자부두가 어렵다보니 아직 시행할 여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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