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STX팬오션의 퇴직자들로 구성된 해인상선이 핸디사이즈 벌크선박을 인수하고 부정기선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인상선은 영업을 본 궤도로 올려 놓은 뒤 신조선 발주 등의 추가선박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인상선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TPC코리아의 마지막 사선인 2만8392t(재화중량톤)급 <티피씨타우랑가>(TPC Tauranga)호를 공매입찰을 거쳐 인수했다.
TPC코리아의 파산관재인인 권순철 변호사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진행한 <티피씨타우랑가>호 공매 입찰엔 16곳의 선사 및 선주사에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인상선은 입찰에서 가장 높은 600만달러 안팎의 선가를 써내 선박을 인수할 수 있었다.
이 선박은 지난 1996년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에서 지어졌으며 한국에 선적(船籍)을 두고 있다. 해인상선은 이달 중순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해인상선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동급 선박 중 <티피씨타우랑가>가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항구에 계선돼 있던 터라 안전성에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20곳에서 진행한 검선 결과 문제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해인상선이 인수한 <티피씨타우랑가>호. |
해인상선은 자본금 56억원을 출자해 지난달 8일 정식 설립했으며 STX팬오션 신시장개발본부장을 지낸 양진호씨와 싱크로해운 대표이사인 신식우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양진호 대표이사는 STX팬오션이 지난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친구인 신 대표이사와 의기투합해 해인상선을 창립했다.
창업 과정에서 STX팬오션 출신 영업인력 13명이 옮겨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들이 지고 있던 STX팬오션 우리사주 매입 대출금의 절반가량을 지원하는 등 해인상선은 회사 이직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TX팬오션 직원들은 개인 평균 1억원가량의 우리사주 매입 대출금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인상선은 사선을 확보함에 따라 해양수산부에 부정기외항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뒤 선주협회 가입도 추진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해인상선으로부터 외항 면허 발급 신청서가 접수됐다”며 “서류 검토를 거쳐 면허 발급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인상선 관계자는 “도입한 선박은 동남아 등지의 핸디 시장에 투입하고 1년물 또는 2년물로 선박을 용선해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미 화물도 확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인상선은 또 내년 말까지 500만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해 선대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인상선은 1~2척의 신조선 발주를 우선순위로 검토 중이며 신조선 발주가 여의치 않을 경우 중고선 또는 리세일 선박 인수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관계자는 “저선가 시점이라 선박 신조 발주에 적기이긴 하지만 선박금융도 어렵기 때문에 선박확보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높은 유가를 고려해 그린에코쉽(친환경선박) 신조로 갈 지, 중고선을 인수할 지 시장 추이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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