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통관용역의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발급’으로 국제물류주선업계와 관세사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발행 주체를 두고 물류업체와 관세사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그동안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는 화주와 수출입화물 운송을 포괄계약하고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를 직접 발급해왔다.
A 화주의 통관을 포함한 국제운송을 위탁받은 B 포워더는 C관세사에게 통관을 의뢰하고 C관세사는 통관 업무를 대행한 후 통관수수료를 B 포워더에게 청구해왔다.
B 포워더는 A 화주에게 통관수수료를 포함한 전체 운송비용을 청구하고 C관세사에게 통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물론, 화주도 직접 통관(수출입신고)을 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업무 편의를 위해 포워더에게 일괄적으로 위탁해왔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관세청은 통관수수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법’ 제 16조에 따라 실제 용역을 공급받는 자(수출입화주)에게 발급하도록 하는 ‘관세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를 내놨다. 관세청은 관세사의 독립적 업무수행과 수출입통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포워더 “세금계산서 발행 당연히 우리가 해야”
국제물류주선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동안 화주로 부터 일괄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는데 통관수수료 세금 계산서 발급이 관세사의 고유 업무로 포워더의 세금계산서 발행을 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A 국제물류주선업체 대표는 “포워더가 화주에게 일괄적으로 수출입 운송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제하고 관세사가 화물 통관에 따른 수수료를 앉아서 받고만 있지 않느냐”며 “화물의 운송 및 통관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을 시 화주는 관세사가 아닌 우리에게 먼저 연락해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로 화물운송에 따른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포워딩업체는 앞으로 그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져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한국국제물류협회도 관세청과 국세청에 통관용역의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발급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7월1일부터 관세미지급인도조건(DDP), EXW(공장인도조건) 등의 무역조건과 상관없이 관세사는 무조건 포워더에게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금지하고, 실제 용역을 공급받은 자인 화주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라고 공지했다.
국제물류협회측은 7월4일 회원사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세청의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급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회원사들은 관세청의 부가가치세법에 근거한 세금계산서 발급 대상에 대한 해석에 대해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지난달 8일과 10일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부에 관세청의 문제를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향후 관세청이 근거로 제시한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고 통관취급 허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세사회, 물류업체에 세금계산서 발행하면 제재
여기에 한국관세사회는 통관용역의 세금계산서 발행을 못 박기라도 하듯 7월1일분부터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발급 업무처리 지침까지 만들어 회원사에 배포했다. 협회는 화주 이외의 자에게 발급된 세금계산서 정보는 자동전송 되도록 통관프로그램을 수정하고 관세청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 관세사와 포워더에게도 제재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관세사의 경우 기존처럼 포워더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업무를 유치하는 경우에는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업무 일부 정지 등의 강력한 징계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구하는 포워더에게는 매입세액을 불공제해 추징하고, 관세청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세금계산서 부정 발급 및 소개알선 대가 수수 신고센터도 만들었다.
관세사회의 선전포고에 국제물류협회는 한국관세사회나 소속 관세사들이 수입화물의 DDP(DDU)조건, 수출화물의 EXW조건으로 진행하고 해당 통관용역에 대해 세금계산서 대신 거래명세서(또는 거래내역서)로 청구한 사실이나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발급을 거부하는 업체에 대해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의 갈등에 정부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류정책기본법에 저촉이 되는 사안보다는 각 업계 간의 업무충돌로 인한 문제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물류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화주에게 포워더가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서 국세청으로부터 어떤 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관세청이 잘못됐다며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중소 관세사에 오히려 ‘독’ 될 수 있어
한편, 관세청의 조치가 마냥 관세사들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관세사의 경우 DDP(DDU)조건, 수출화물의 EXW조건으로 진행하고 화주에게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수수료를 받기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포워더가 여러 화주의 통관 업무를 모아 일괄적으로 넘겼는데, 지금은 일일히 화주를 상대해야하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세금계산서 발행 주체 사건을 계기로 대형 포워딩업계는 자체적으로 관세사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벌써 몇몇 대형 물류업체들은 관세사를 채용해 자체적으로 통관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 여파가 중형 포워더에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매월 관세사측에 지급하는 통관수수료 정도의 금액이면 차라리 별도의 관세법인을 설립해 비용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보통 포워딩업체당 물품가격에 따라 일괄적으로 관세사에게 지급하는 0.2%의 통관수수료는 많게는 수 천만원에 달한다. 물류업체는 이번 기회에 관세사 별도 법인을 만들어 화주에게 통관까지 일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소형 관세사업체의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관세사를 두고 있는 한 물류업체는 “이미 관세사를 영입했기에 관세청의 조치로 인해 손해 볼 일은 없다”며 “오히려 관세사 수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통관수수료 관련해서는 업계에 문제가 대두된 부분인 만큼 숨죽이고 있다”고 밝혔다.
포워더 vs 관세사 입장 “달라도 너무 달라”
물류업체와 관세사업체간의 위상은 불과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영업형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관세사는 화주와의 업무를 통해서 포워딩업체를 선택하고 화물의 운송을 진행해왔었다. 하지만 2PL, 3PL, 4PL로 갈수록 진화하는 국제물류의 흐름 속에 관세사업계는 화주들의 니즈에 맞춰 진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포워딩업체 쪽에서는 업무인원 확충 및 지속적인 물류서비스 개선을 통해 화주별 맞춤형 토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되면서 이제는 역으로 포워딩업체에서 관세사를 선택해 통관 업무를 맡기게 된 것”이라고 세금계산서 발행의 주체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고 말했다.
반면, 관세사업계는 영업권을 쥐고 횡포를 부리는 포워더에 맞서 생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개업해 업무를 해오고 있는 한 관세사는 “운송주선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영업력도 없다 보니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운송주선업자들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밖에 없어 관세사업계는 본의 아니게 운송업자들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처지가 됐다”며 “이번에 적법한 절차를 걸쳐 시행되는 계산서 발급 건에 대해 함께 윈윈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조심스레 말했다.
부산의 한 관세사는 “특히 일부 포워딩업체는 통관수수료를 가지고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들 포워딩업체는 화주로부터 지급받는 통관수수료의 6~70%를 리베이트로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어 관세업체쪽에서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국제물류업체가 과당경쟁, 부당청구 등 물류업체 제살깎아 먹기 식의 영업활동으로 갈수록 영세해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두 업계 간의 이번 대립이 서로의 입장을 더 어렵게 하지 않을까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B 외국계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화주와의 화물운송 계약에 따른 모든 제반 경비는 실질적으로 모두 포워딩업체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또 화주들의 갈수록 높아져가는 운송서비스 니즈에 맞게 대응하다 보면 직원 수도 예전에 비해 늘어나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에 포워더 쪽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관세사업계 역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만큼 서로 조금씩 양보해 공존하는 길을 함께 모색하길 기대 한다”며 양측의 극한 대립을 피하길 당부했다.
<부산=김진우 차장 jwkim@ksg.co.kr>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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