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8 09:33

여울목/ 인천항 내항에 상가·아파트 건설 안 된다

●●●인천항은 부산 북항과 더불어 우리나라 근대 항만의 산 역사로 통한다. 부산항보다 7년 늦은 1883년 제물포항이란 이름으로 개항한 이래 130년간 우리나라 수출입 산업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인천항의 역사는 곧 내항의 역사다. 내항은 인천 남항이 문을 연 2001년 전까지 인천항의 유일한 항만시설이었다. 내항은 자동차 양곡 잡화부두 등 총 8개부두 48선석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인천항 내항은 전국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를 갖고 있다. 지난 1974년 갑문 준공과 함께 대한통운 (주)한진에서 개장한 인천항 4부두는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한 항만으로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첫 컨테이너 전용터미널로 잘 알려진 자성대부두보다 4년이나 앞서 컨테이너선 하역서비스를 시작한 셈이다.

인천항 내항은 서해의 심한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지어진 갑문(閘門)에 의해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확보하게 됐다. 우리가 흔히 독(Dock)이라고 부르는 구조물이다. 1만t급과 5만t급 2개의 갑거(수로)에 각각 4개씩 지어진 갑문은 40년의 세월동안 인천항의 핵심 시설로 제 역할을 해 왔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부산항 북항이 그러하듯 인천항 내항도 새로 개발되는 남항과 신항에 기능을 점차 내주게 됐다. 재개발이란 화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 건 물론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5월 말 인천항을 방문해 내항 재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내항 8부두를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재개발사업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5월까지 이를 확정한다는 내용이다. 로드맵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사업시행자를 지정해 재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내항 재개발 시민단체의 요구를 정부가 전격 수용한 것이다.

지난 2일엔 인천항만공사(IPA)가 내항 재개발 연구용역 기관으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KMI는 향후 1년간 인천항 부두기능 재배치, 내항부두 운영사 재편, 항운노조 고용방안 마련 등 본격적인 내항 재개발을 위해 풀어야 할 선결과제 해소를 위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내항 재개발에서 쟁점은 상업시설 입주 여부다. 정부는 국토해양부 시절부터 8부두에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내항을 민자 개발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해양수산부도 로드맵에서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인근에 유치할 계획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전임 인천시장은 내항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항만 재개발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시민단체와 항만물류기업들은 상업시설 유치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국가의 기간시설에 상업시설을 지어선 안된다는 당위성과 함께 인천항 내항이 우리 해운항만산업과 역사를 함께 해온 상징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인천 항만업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닦아 놓은 국가 기간시설인 인천 내항을 수익 논리를 앞세워 난개발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김일동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세계 어딜 가도 항만 바로 옆에 아파트와 쇼핑몰이 들어서는 경우는 없다”며 인천항 내항의 주거·상업시설 입주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은 인천 송도와 청라신도시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내항 재개발의 방향은 재개발 여론이 왜 불거져 나왔는 지를 따져보면 쉽게 결론내릴 수 있다. 주변지역 주민들은 오랜 세월 겪어왔던 소음이나 분진 등의 환경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내항 재개발을 공론화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항만을 시민들의 쉼터로 돌려주는 것이지 돈벌이나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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