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7 11:02

국내 물류산업 거버넌스 구축 ‘시급’

인터뷰/재능대학교 박창호 교수
미래물류는 규모 아닌 범위에 초점 맞춰야

재능대학교 박창호 교수.

글로벌 물류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미래 물류를 전망하는 ‘제1회 미래물류전망라운지’가 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지난달 19일 열렸다. 이 자리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재능대학교 박창호 교수는 미래물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국내 물류 발전을 위해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Q.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이 주관한 ‘제1회 미래물류전망라운지’에 패널 토론으로 참석했다. 앞으로 미래 물류의 방향을 전망한다면?

A. 앞으로 물류산업은 ‘친환경 물류’를 기반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정책과 온실가스규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기후변화 협약에 대응, 물류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 녹색 물류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태양열을 비롯한 천연 에너지 활용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가 중심이 돼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 기술을 싱가포르 항만에 적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절감은 곧 국가재원으로 비축돼 이는 재투자에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앞으로 물류산업은 리사이클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친환경 물류’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해 다각도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투자는 곧 에너지 절감이라는 비용절감의 효과를 발생시키고 이는 국가의 재원으로 되돌아온다. 이처럼 선순환의 구조 아래서 물류서비스의 질은 더 높아지고 새로운 투자와 시도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물류에도 ‘유비쿼터스’가 중요한 가치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물류는 규모가 아닌 범위에 초점을 맞춰 고객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될 것이다. 이는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물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Q. 토론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국가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어떤 내용인가?

A. 바야흐로 글로벌 물류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 중심의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류시장은 정부의 막강한 권한으로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정책변화에 민감한 기업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물류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국내 물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거버넌스는 학계, 사회단체, 산업계, 유관부처, 정부기관 등이 함께 결합해 기존의 정부주도형 체제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거버넌스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로 기후변화로 새롭게 대두되는 ‘북극항로’ 이용 관련 문제는 외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학계, 기업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만약 북극항로와 관련해 외교부 단독으로 러시아정부와 협상을 할 경우 해양·물류·기후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하지만 거버넌스 구축으로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협상과정에서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을 내세워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계, 사회단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더 폭넓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물류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간을 마련해 물류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적인 사항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Q. 국내 항만의 변화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국내 항만물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A. 국내 항만은 국가산업과 국민 생활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회간접 자본임에도 불구하고 화물의 유통과 수산업 지원 등 기본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제한된 공간으로 이용됐다.

앞으로 우리나라 항만재개발에 대한 수요는 더 많이 늘어날 전망인데 이에 대비한 항만재개발의 모형을 개발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하거나 조건이 비슷한 도시를 벤치마킹하는 등 배후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앞으로 항만은 해양관광 및 레저, 전통문화의 계승과 체험, 지역경제 활성화와 복지향상 등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중심공간의 역할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City port로써 항구가 도시를 지원해주는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미래항구는 생산, 도매, 소비 단계가 하나의 영역에서 최적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가치 최적화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항구를 경유하는 다양한 공급체인을 만들어 가치 사슬의 최적화와 네트워크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항구 발전은 물론 도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돼 규모의 성장을 넘어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범위의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물류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국내 물류 종사자들에게 “글로벌 물류의 패러다임을 읽으라”고 전하고 싶다. 물류는 경제의 암흑대륙, 빙산의 일각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물류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앞으로 물류시장은 규모 면에서나 범위 면에서나 더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물류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이번에 참석한 제1회 미래물류전망라운지에는 물류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이철영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가 참석해 상당한 관록과 전문성으로 미래물류를 전망했다.

이철영 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물류업계의 거장들과 함께 미래물류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꾸준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또 물류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 많은 전문성을 가진 학자, 실무자들이 양성되길 기대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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