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5 11:31

토니지 뱅크 설립…선박 공급 과잉 해소

KMI “공적자금 부족 따른 부실 선박 흡수”

●●●세계 해운산업은 세계경제의 긴 불황과 더불어 침체상태에 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도 선사의 유동성 위기, 선박 운항 중단, 선사들의 법정관리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황진회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현재 해운시장의 어려움은 일차적으로 선박공급량 초과에서 기인하고 향후에도 선박공급 과잉이 지속될 수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해상 물동량은 감소하고 선박의 공급 과잉으로 해상 운임이 급격히 하락했다. 해운 선사는 운항 수입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됐고 선사는 비용 측면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선박의 운항을 중지시키고 계선량을 늘렸다. 이와 함께 선박 해체량도 증가하게 되고 결국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는데 이는 조선 산업의 불황으로 이어지게 됐다.

우리나라 외항선대는 전년대비 17.3% 증가한 2783만G/T이고, 2000년 이후 연평균 8%, 2004년 이후 13.5%로 증가해왔다. 2011년 1월 기준 우리나라 실질 지배선대는 총 1166척, 5138만DWT로 세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선복량 증가세에 비해 물동량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외항해운기업은 사상 최대 숫자인 181개사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소규모 업체이며 상위 10위 선사의 선복량은 전체 비중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형선사의 경우는 정기선 컨테이너 영업의 비중이 다소 높지만 전체 국적선사에서는 벌크선의 영업비중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주요 문제점은 국적선사의 선박확보 관련 금융의 문제점, 해운수입이 화물운송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해운은 선박을 이용해 화물을 수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운임)를 받는 사업으로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그 첫째가 선박이라는 대규모 자산이 투입된다는 점이고, 둘째는 운임의 변동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선박금융의 발달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운 및 조선 산업의 입지에 비해 선박금융의 발전은 매우 미흡하다. 선박금융의 상품의 종류가 적고 금리가 높아 시황 안정기에는 중대형선사로부터 기피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불황기에는 외국으로부터 금융조달이 어렵고 국내 금융기관도 대출을 기피해 국내 선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심할 경우 파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제공된 선박금융의 자산규모는 약 12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선사의 선박확보의 방법으로는 국취부 나용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해운 호황기에 선박대출이나 투자를 하고 시황이 악화되면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금융기관에서 해운산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박금융의 발전과 성공적인 거래를 위해서는 해운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박금융기관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해운수입 원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선사들은 화물운송시장의 비중이 높은데, 화물운송시장은 대체적으로 부가가치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해운선진국은 주로 화물운송보다는 선박금융, 해사중재, 선박보험, 해운 컨설팅 등으로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선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세계 해운시장은 그간 대량으로 늘어난 선박으로 인해 세계 해운시장은 유례없는 선박공급 과잉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까지 전 세계 선박공급량이 해상물동량 성장세를 상회하면서 세계 해운시장은 극도의 불황기를 겪고 있다.

즉 해상물동량이 연평균 3.6% 증가하는데 비해, 선박(상선) 공급량은 5.9%씩 증가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선종에서 해상운임과 용선료가 폭락했다. BDI는 2008년 5월 11,677포인트에서 2011년 12월 677포인트, 2012년 2월에는 66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같이 세계 해운은 공급과잉이라는 긴 불황기를 벗어나기 위해 선대를 개편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운 불황 속에서 한국의 해운기업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위기 상황에 들어 있다. 해운업 불황으로 최근 4년간 80여 개 선사가 폐업 또는 등록을 취소했다.

글로벌 선사를 비롯하여 대다수 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했고, 단기 차입금도 2012년 상반기에 3조원을 초과했다. 대형선사 일부는 누적적자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고, 중소선사의 연쇄도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자금대출은 더욱 축소됐다. 신용등급 BBB 이상인 회사도 자금조달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중소선사의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의 불황이 2013년을 넘어 201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군다나 벌크선 시황이 매우 저조하고 장기 불황이 예상되는데, 한국선사의 대부분을 벌크선사가 차지하고 있어 국내 해운시장 정서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내부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운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부분 선사는 호황기 때 확보한 자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이다. 최근 컨테이너 해운의 시황 개선으로 원양 컨테이너 선사는 당면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겠지만, 벌크 선사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해운산업을 제쳐 두고 성장과 발전을 논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나라 해운은 세계 5위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선대규모와 해운역량을 해운위기시에 유실할 경우 수출입 물류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활용하는 수출입 해상운송망을 붕괴시키고 다시 현재 수준의 물류 네트워크를 민간에서 구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적으로 아시아-구주항로 정기선 서비스를 신규 개설시약 1조5000억~2조원 이상의 거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KMI는 선박공급 과잉 해결을 위한 토니지 뱅크 (Tonnage Bank) 설립을 제시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해운보증기금, 토니지 뱅크 설립 등은 이런 차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토니지 뱅크는 해운기업이 가진 ‘과잉선박’을 인수해 관리하면서 대선, 매각 등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선박관리 구조조정 전문조직(기관, 업체)이다. 과잉선박은 각 해운기업이 운영 중인 선박 중 손실이 발생하는 선박을 의미한다.

즉 높은 용선료를 지불하면서 낮은 운임을 받는 선박, 신조선 건조 후 인도받았지만 배선하지 못하는 선박, 기타 운항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선박 등을 포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손실이 나는 선박을 의미한다.

토니지 뱅크는 현재 선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한 축이 되는 선박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해운시장의 침체와 물동량 증가 둔화, 그리고 운임 하락에 따른 선박 운항 수입 저하 및 기업 채산성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자를 발생시키는 선박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조치이다.

토니지 뱅크 설립의 효과는 우선 공적자금 부족에 따른 부실 선박 흡수를 들 수 있다. KAMCO의 선박매입 프로그램은 해운기업 유동성 확보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취급 규모 부족으로 많은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토니지 뱅크 설립 운영으로 공적자금 부족에 따른 선박매입 규모 한도를 늘리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또 토니지 뱅크 설립으로 선박의 소유와 운항이 분리돼 해운산업의 분업화 및 선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 토니지 뱅크는 선박에 대한 소유와 관리 및 운항을 분리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선박관리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상의 선박가치 유지가 가능하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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