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김형근 항만연구본부장 |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했다. 해운물류산업의 주무부처로 재등장한 해양수산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본지는 국내 유일의 해양수산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국내 해운물류산업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KMI의 해운, 항만, 국제물류, 해사정책 부문의 연구원을 소개하고 각 분야의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마지막 인터뷰의 주인공은 김형근 항만연구본부장이다.
평생 공부하면서 연구 할 수 있는 꿈을 키웠던 김형근 항만연구본부장은 지난 1990년 7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입사했다. 김 본부장은 한 우물만 파온 스타일이다. 남들보다 늦게 학업에 매진하며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석사와 박사학위 모두 경영학을 전공했다. KMI에 입사해 23년간 오로지 항만연구에 매진해왔다.
김 본부장은 항만물동량 수요예측, 터미널 적정하역능력 산정, 항만개발 규모 산정, 사업타당성 분석, 항만배후단지 조성 및 항만재개발사업 등 항만물류 분야 전반에 참여했다. 2007년부터는 항만수요예측센터가 설립되면서 매년 항만수요를 예측해 항만개발과 균형을 맞추며 연구에 임하고 있다.
Q. 해양수산부가 부활됐는데, 그 틀을 어떻게 잡고 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우선은 초장기 항만 발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비전 2050을 수립해 미래 경제 산업 및 물류분야를 예측하고 변화에 따른 항만물류 분야의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마스터플랜은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거치고 신전략을 개발해 체계화 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부가가치 창출형 항만 전략항만을 개발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항만에 대한 투자를 제고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유류중계 환적허브항만, LNG 벙커링 전용항만 등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투자해야 한다.
해양 및 육상 플랜트 물동량을 처리하고 관련산업이 항만구역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있도록 항만의 기능을 확대하고 강화해 국부 증대에 기여해야 한다. 아울러 항만배후단지와 산업단지 및 경제자유구역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유도함으로써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융합형 정책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 부처에서 독단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책체계는 사회적 갈등조정과 복잡다기한 사회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단순 협의체나 결정된 정책의 공청회 수준을 탈피하고 사전에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해양관광 항만의 개발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항만을 통해 국부창출을 이뤄야 한다. 해양관광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래 10대 관광행태 중 해양레저산업의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해양관광 관련 항만시설 기반을 조성하고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한 적극적인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는 해외항만시장 진출을 통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 계획에는 타당성 조사 지침과 추진전략에 대한 구상뿐만 아니라 건설사와 설계사 및 운영사 등을 연계해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가칭)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북한의 항만개발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항만개발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단계적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기초자료가 부족하고 장기적인 개발구상에 따른 투자우선순위 및 단계적 지원체계 미흡 등으로 장래 통일에 대비한 체계적인 계획 정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북한 항만개발 전략 수립 및 개발지원과 항만협력 추진으로 북한 항만의 민간투자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Q. 현재 하역업계는 항만시설 과잉으로 인해 하역료가 낮아졌다고 얘기하는데요.
우리나라는 10년마다 항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년마다 경제여건을 반영해 기본계획을 수정한다. 경제여건은 수시로 변하는데 5년마다 수정이 되면서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있었다.
하지만 2007년 항만수요예측센터가 설립되면서 동시에 트리거룰(Trigger Rule: 물동량 연동 항만개발제도)이 시행됐다. 항만기본계획을 수립해 고시됐지만 매년 수요를 반영해 항만시설 투자 예산을 짜고 있다. 수요예측이 맞지 않으면 개발 시기를 조정해 공급과 수요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이전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 계획한 방향대로 투자를 했었지만 지금은 변동성을 반영해 우리나라 전체의 항만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항만마다 공급과 수요간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면서 터미널 운영사들은 공급시설 과잉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계획이 모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은 한계가 있어 항만계획과 실제 투자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A항은 이미 명성이 알려져 물동량 처리실적이 공급대비 높지만 B항만은 그렇지 않다고 가정해 보자. A항만은 시설이 부족하고 B 항만은 공급이 과잉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항만물동량을 따지면 한쪽 항만에서 덜 처리한 만큼 다른 쪽 항만에서는 더 처리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항만마다 불균형이 있을 수 있는데다 또 기항 선사의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선사들이 선호하는 항만은 더욱 시설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공급과잉, 공급부족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Q. 터미널 처리능력을 너무 높게 잡아 공급불균형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터미널 처리능력에 대해서는 대중교통을 예로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의 정원이 30명이라고 하면 평소에는 20명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러시아워에는 60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다. 60명까지 태울 수 있다고 해서 정원을 60명으로 할 수는 없다. 공급자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지 이용자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미널 하역능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터미널 운영사들은 물동량이 적정하역 능력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데, 애초에 적정하역능력을 낮게 설정해 하역료 덤핑을 야기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부산항의 하역료가 TEU당 8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만원 수준이다. 상하이항이나 도쿄항 터미널 운영사들은 우리나라 하역료의 2~3배 이상을 받는다. 운영사들은 과잉공급이라고 하지만 운영사들이 선사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서 서비스 수준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경쟁하다 보니 하역료가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하역료가 떨어지다 보니 운영사들은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해도 수익성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운영사들이 항만시설이 많아졌기 때문에 하역료를 덤핑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운영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업계는 대부분 시설과잉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시설공급 투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현재는 부산항은 고정임대료제도로 하역사들이 BPA에 터미널시설 사용료를 내고 나면 나머지의 수익은 운영사들의 몫이다. 이렇다 보니 하역사들은 덤핑을 해서라도 물량을 많이 처리하고 있다. 업계에서 자정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구조적으로 힘들고, 정부에서 하역료 신고제에 대해 항만운송법상 규제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익공유제로 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부산항 북항 내에 감만-신감만 부두의 통합이 논의 중인데요?
지난해부터 운영사들끼리 자율적으로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통합을 통해 협상력도 키우고 부두운영도 효율화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타개해보자는 취지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각 운영사마다 입장차이가 있어 시일이 걸리고 있는 상태다. 운영사들이 정부의 과잉공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통합이 되면 덤핑 하역료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는 된다. 하지만 하역료의 안정화 차원이 될지는 미지수다. 북항의 나머지 터미널은 통합에서 제외돼 남아 있고 부산항 신항과의 관련도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되면 운영의 효율화나 규모의 경제, 선사와의 협상력 강화 등이 생길 것으로 본다.
Q. 부산항을 제외한 항만들의 입지는 높지 않다. 투 포트 정책의 광양항도 마찬가진데…….
정부에서는 부산-광양항을 중심으로 투 포트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광양항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부산항에는 주 358항차의 선박이 기항하고 있으며, 광양항은 주 80항차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화주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선박이 기항하는 부산항을 더 선호한다.
또한 광양항의 경우 운송업체들이 화물을 싣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때 공차로 올라올 위험이 커 화주들이 운송업체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한번 부산항을 이용하기 시작한 화주의 마음을 광양항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광양항에서는 물동량 증대를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선사들에게 비용절감 혜택을 내세웠지만 부산항이 비슷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효과도 크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전국을 수도권, 강원권, 중부권, 호남권 및 동남권의 5개 권역으로 나눈다면 전체에서 26%를 차지하는 수도권과 8.4%를 차지하는 중부권은 광양항과 부산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호남권과 동남권의 비중이 각각 20.2%와 44.8%이기 때문에 수도권과 중부권의 물량이 전부 광양항을 선택하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부산항과 광양항의 물동량 처리 균형은 맞출 수 없게 된다.
광양항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호남지역인 광양항 주변에 대규모 항만배후단지 등을 만들어서 제조 및 물류기업이 들어와서 새로운 물동량을 창출하게 해야 한다. 국가 및 지방산업단지도 만들어서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물량이 가까운 항만에 가는 것이 가장 크게 물동량을 이끌어낼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안정성이 보이면 물류업체들도 화주들도 광양항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