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9 11:21

논단/유류오염 손해배상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태안 유류오염사고에 관한 최근의 사정재판 결정내용을 중심으로 -

나. 조업제한조치로 인한 손해

구 식품위생법(2009년 2월6일 법률 제9432호로 개정 되기 전의 것)은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 또는 그 염려가 있는 식품 등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채취·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 또는 운반하거나 진열하지 못하고(제4조 제2호) 이를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제74조의2)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부의 조업제한조치는 위 규정에 근거한 행정지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신청인으로서도 유류가 바다에 배출되면 노출된 수산물에 유류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들어 가거나 묻을 염려가 있고 이러한 수산물이 포획·채취돼 유통되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정부에 의한 조업제한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

한편, 조업제한조치가 시행된 지역에서 조업을 하던 어민들로서는 섣불리 조업제한조치를 위반하고 조업을 했다가 이를 판매하지도 못하고 위 수산업법 규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바, 그러한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조업을 감행하리라고는 통상적으로 예견하기 어렵고 조업제한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조업제한기간에 조업을 하지 아니한 것에 어민 측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조업제한조치가 기술적·과학적으로 전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업제한조치가 시행된 기간 동안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는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판단되고 달리 정부의 조업제한조치가 기술적·과학적 근거 없이 시행됐다고 볼 자료도 없다.

다. 손해발생기간

채권자가 당해 사업장의 손해발생기간에 대해 구체적인 개별 소명자료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채권자 중 손해발생기간을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아니하거나 그 소명자료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아니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경우에 국제기금은 손해발생기간을 2008년 9월까지로 보았는데 이에 대해 일부 채권자들은 손해발생기간을 2008년 12월 이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비수산 분야의 손해가 소비자, 특히 관광객의 부정적인 인식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점에 비춰 관광객 관련 통계는 그 손해발생기간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위 소명사실을 종합해 볼 때, 태안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2008년 10월 이후 관광객 수가 전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봄이 상당하고 태안군은 2009년 이후에도 2007년의 방문지 관광객 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9년 태안해상 국립공원의 방문지 관광객 수가 2007년의 관광객 수보다 많은 점 등에 비추어 2009년에는 관광객 수가 회복됐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태안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일반적인 손해발생기간은 2008년 9월까지로, 태안군 지역의 일반적인 손해발생기간은 2008년 12월까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라. 추계에 의한 손해 산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여러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손해의 액수를 판단할 수 있는바(대법원 2007년 11월29일 2006다3561 판결 등 참조), 채권자로서 손해의 발생사실은 소명됐으나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액에 대한 소명이 곤란한 자에 대해 추계의 방법으로 재산상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은 위 법리에 따라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마. 보험자대위

채권자 중 일부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물적 손해를 입은 자의 보험자로서 보험자대위의 법리를 들어 이 사건 절차에 참가하거나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삼성중공업 주식회사 측 예인선단 선주들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사고가 신청인과 위 선주들의 공동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장래의 구상금 채권에 대해 보험자대위의 법리를 들어 이 사건 절차에 참가했다. 책임제한절차법 제42조 제3항은 “제한채권에 대해 장래 제한채권자를 대위하게 되거나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에 대해 구상권을 가지게 되는 자는 자기의 제한채권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 이에 의해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다만, 제한채권자가 이미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한 경우에는 그 참가한 한도에서 다시 참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자는 제한채권에 대해 장래 제한채권자를 대위하게 되는 자인 점,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내부 부담 부분을 초과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경우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해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는바, 위 조항에서 정한 ‘장래 구상권을 가치게 되는 자'에 공동불법행위자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채권자들의 경우 이 사건 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공동불법행위자의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인데,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는 복수의 책임주체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해 공동의 면책을 얻게 했을 때에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6년 1월27일 선고 2005다19378 판결 참조),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및 기상상황 확인, 항해 계속, 예인줄 파단, 피항 등 비상조치 시행 등과 관련해 예인선단 측이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그 정도, 비상조치 시행 등과 관련해 신청인 측이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그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예인선단 측의 부담 비율을 80%, 신청인 측의 부담 비율을 20%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삼성화재보험 주식회사가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의 보험자로서 지급할 액수는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의 부담 부분을 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채권자가 신청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 신고채권은 제한채권으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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