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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인천해사고등학교 김명식 교장 |
●●●국립인천해사고등학교는 부산해사고등학교와 함께 국내 2곳밖에 없는 선원양성 전문 고등학교다. 개교 이후 34년간 국내 해운산업 인력 배출에 지대한 공헌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김명식 교장은 한진해운 출신의 해운 전문가다. 30여년간 해운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해상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해사교육기관의 수장이 돼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김 교장은 기자와 만나 인천해사고의 걸어온 발자취를 자세히 설명했다. 1979년 설립된 인천해사고는 발전을 거듭해 오다 지난해 3월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지정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이 학교 학생 수는 항해과 174명, 기관과 180명 등 총 354명이다. 마이스터고 전환 뒤 입학한 1~2학년은 240명이다. 교사는 교장과 교감을 포함해 4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천해사고는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기관인 마이스터고 전환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채비하고 있다. 전국 35개 마이스터고 중 해양계는 인천과 부산 해사고등학교 2곳 뿐이다. 올해부터 주무관청이 교육부에서 해양수산부로 바뀌면서 해사인력 전문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장은 부임 이후 필리핀해사대(MAAP)와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양 기관 협약으로 MAAP 학생 12명을 초청해 이 학교에서 2년 동안 교육하게 된다. 해외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인천해사고 학생들의 국제적인 감각도 고취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선사, 해사고 졸업생 외면
김 교장은 마이스터고로 전환했지만 정작 해운업계의 관심이 크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천해사고의 취업률은 70%가 채 안 된다. 마이스터고의 목표가 100% 취업이라는 점에 비춰 매우 낮은 수치다.
30%가량의 학생들이 졸업 후 3년간 익힌 해사분야로 취직을 못 하고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셈이다. 김 교장은 마이스터고 중 유독 해운분야만 산업계와 연계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느낀 건 해사고가 상선대 선원의 절반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해운업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해양·수산계 마이스터고 12곳 중 2곳만이 해사고예요. 그런데도 해운기업들은 해사고 졸업생들을 쓰는 데 인색한 모습을 보여 소원한 감이 듭니다.
취업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졸업 후에도 연계취업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요. 오히려 일본 선사들은 선원관리에 적극적이더군요. 케이라인 회장이 저에게 우리학교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랏돈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국내 선사에게 공급해야 하기에 안된다고 했죠.”
인천해사고 학생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박 항해술을 익히고 있다 |
현재 인천해사고와 채용약정을 맺은 해운사는 고려해운 KSS해운 신성해운 쌍용해운 등 30곳 남짓이다. 국내 빅3이라 할 수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은 약정 기업 목록에서 빠져 있다. 배석한 김상환 교무기획부장은 영국을 예로 들며 국내 해사고의 열악한 취업환경을 얘기했다.
“영국 자료를 갖고 학생과 수업을 하는데 영국은 정말 체계적으로 (해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교육은 우리가 바꿔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이 문제죠. 취업은 선사가 지원해줘야 합니다. 현재 마이스터고 중 해운만 대기업이 막혀 있어요.”
‘노크루 노쉬핑’…해사교육기관 늘려야
김 교장은 최근 해운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노크루 노쉬핑’(No Crew No Shipping)이란 말을 예로 들며 해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원 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대학교 정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해사교육기관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운발전의 가장 기본은 선원입니다. 인천해사고가 3년제로 전환되던 1980년대엔 국내 해운 규모가 작아 수요에 비해 선원 공급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반대예요. 국내 해운규모는 5위까지 성장했지만 인력배출은 그대롭니다. 필리핀은 1년에 5만명의 해기인력을 배출하는데 우리나라는 1980년대나 지금이나 배출하는 인력은 1000명뿐이죠.”
그는 해상직에 대한 급여나 복지체계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근무현장의 처우가 개선돼야 해상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고급인력들이 해사분야로 공급된다는 설명. 선사들이 연계 취업을 바라는데도 오히려 학생들이 배를 안 타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약정을 맺은 선사들을 공부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선사 이해도를 높이는 일도 인천해사고의 과외 커리큘럼 중 하나다.
“해상직에 대한 복지 지원이 육상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과거엔 해상직 임금이 육상직보다 3배 정도 높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낮아졌어요. 얼마 전 학생들과 연근해 선박을 타본 적이 있는데 ‘내 아들을 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 해운업계와 정부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김 교장은 취업률 개선과 함께 해사고의 전용 실습선 확보도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대 해양대학교는 모두 실습선을 자체 보유하고 학사일정에 맞춰 유기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사고등학교는 실습선이 없어 해양수산연수원 선박을 이용하고 있다.
국가에서 세운 전문 교육기관이 실습선이 없어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말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해운 5위국이 과연 맞는지 의구심까지 일었다. “실습선 도입에 100억원가량 드는데 선주협회와 해운조합이 전용 실습선 도입에 적극 나서줬으면 해요.”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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