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유류오염 손해배상

(4) 업종별 인과관계

1) 숙박업, 요식업, 판매업 등의 업종 가운데 관광객을 직접 주요 고객으로 상대해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관광업의 경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관광수요 감소에 따라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업종별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반면에 위 업종 가운데 지역 내 원주민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하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관광수요의 증감과 무관하게 수요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는 이 사건 사고와 업종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관광객을 직접 고객으로 하지 않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관광업 종사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해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관광연관업, 예컨대 관광숙박업체에 대한 세탁서비스 업체, 관광요식업체에 대한 식자재 공급업체 등의 경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관광수요 감소에 따라 관광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여파로 관광연관업의 매출까지 감소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으므로 역시 업종별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관광연관업 해당 여부는 관광업체와의 지리적 연관성, 관광업체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쉽게 다른 매출처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3) 택시운수업에 종사하는 채권자들은 관광객들이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를 이동하거나 태안군 내에서 이동할 때 택시를 주로 이용하므로 이 사건 사고와 택시운수업 사이에 업종별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나, 소명자료에 비추어 볼 때 위 채권자들의 매출은 관광객의 증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5) 개별적 인과관계

일반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소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권자가 주장하는 당해 사업장이 지역별, 업종별 인과관계를 충족하더라도, 채권자가 그 사업장에 실제로 영업을 영위 내지 종사하지 않았다거나 손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개별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는 채권자들이 제출한 손해사정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증명원,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소득금액 증명원, 세금계산서, 은행거래내역서, 신용카드거래내역, 사실확인서, 각종 장부, 사진 등 소명자료, 국제기금의 사정결과, 감정인들의 감정결과 등을 근거로 해 이를 판단했다.

나. 손해의 발생 및 배상범위

소극적 손해는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으나 불법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에 얻을 수 없게 된 이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건 비수산 분야의 채권자들에게 발생한 소극적 손해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얻을 수 없게 된 이익을 의미하고, 이는 다시 말해 채권자가 얻을 수 있었던 기대 매출액에서 채권자가 절감하게 된 비용을 공제한 금액이 될 것이다.

5. 수산 관련업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

가. 인과관계

어업 이외의 수산 관련업은 어업으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거나 어업에 필요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등 어업에 의존해 영위되거나 기타 어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종을 말한다. 수산 관련업에 발생한 손해와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각 업종이 유류오염손해를 입은 어업과 얼마나 경제적으로 의존관계에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

개별 채권자가 실제로 위 각 업종에 종사해 매출 감소 등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그들이 주장하는 손해와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것인바, 이에 대해는 사업자등록증, 허가증, 세무서에 제출한 소득신고 자료, 거래확인서(장부), 신청인 측이 실시한 면담조사 또는 현장실태조사 자료, 재직증명서, 근무확인서, 기타 신빙성이 인정되는 자료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나. 손해의 발생 및 배상범위

(1) 낚시어선업

낚시어선업의 손해발생기간은 관광업의 손해발생기간과 동일하다고 볼 것인바, 태안군 지역의 경우 이 사건 사고일인 2007년 12월7일부터 2008년 12월31일까지로, 그 밖의 지역은 2008년 9월30일까지로 한다.

정부가 발령한 조업제한기간 동안에는 영업을 전혀 할 수 없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조업제한기간까지는 피해율을 100%로 인정한다. 조업제한기간 이후부터 나머지 손해발생기간까지는 연도별 낚시어선 이용객수 감소율을 기초로 해 피해율을 산정한다.

나아가, 주요 피해지역인 충남지역의 이 사건 사고 이전 3년간(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1회 출항당 톤급별 표준용선료에 이 사건 사고 이전 3년간의 낚시어선 연평균 출항회수를 곱해 평년매출액을 구하고, 손해발생기간 동안의 영업비율과 피해율을 고려해 매출감소액을 구한다. 여기에 절약경비율을 적용해 경비를 공제함으로써 손해액을 산정한다.

(2) 수산물가공업 등

이 사건 사정재판 결정은 수산물가공업, 굴박신자, 중도매인, 어구판매업, 어획물운반업, 양식장 근무자, 면세유판매업 등에 대해 손해발생기간, 매출감소 등을 고려해 적정 손해액을 산정했다.

6. 방제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

방제조치 비용과 방제조치로 인한 추가적 손실 또는 손해 역시 유배법에 따른 유류오염손해에 포함된다. 유배법에서는 방제조치라 함은 사고가 발생한 후에 유류오염손해를 방지하거나 경감하기 위해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취한 모든 합리적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방제조치 비용 전부가 유류오염손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치가 합리적인 경우에만 유류오염손해에 해당한다.

합리적인 방제조치란 사고 장소, 시기, 기상상황, 기름의 형태와 양 등을 고려해 각 사고 당시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조치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방제조치가 유류오염사고 발생으로 인한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합리성의 유무는 그 조치가 취해질 당시의 사정을 기초로 판단되면 충분하고, 그 이후에 파악되는 정확한 사실관계까지 고려해 합리성을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후적인 시점에서 결과론적으로 보았을 때 다소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합리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합리성은 방제조치의 방법, 기간, 비용, 그로 인해 방지되거나 경감된 결과의 상당성 등을 토대로 판단돼야 할 것이다. 방제조치의 합리성에 대해는 채권자들이 제출한 각종 소명자료, 국제기금의 사정결과, 감정인의 감정결과 등을 근거로 해 이를 판단했다. <계속> < 코리아쉬핑가제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