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은 7일 새벽(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그리스 최대 선박그룹 테나마리스(Thenamaris)와 2억달러의 선박금융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김용환 행장은 이날 테나마리스 본사에서 콘스탄티노스 마티노스(Constantinos Martinos) 회장을 만나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선박 구매자금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직접대출 계약서에 서명했다.
직접대출이란 수출입은행이 국내 기업의 제품을 수입하는 외국 구매자에게 구매자금을 빌려주는 대출로, 선박의 경우 선박운용으로 발생하는 용선료 수입(Cash flow)이 주된 채권보전장치다.
수출입은행은 과거에도 직접대출 계약을 맺고 선박금융을 지원한 바 있다. 한국의 A조선사와 그리스 B선박회사 간에 추진하던 5억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B사에 금융을 제공해오던 유럽계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대출을 줄임에 따라 선박 구매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B사에 선박 구매자금을 ‘직접대출’ 방식으로 제공했다. B사가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융통해준 것이다. B사는 배를 인도받은 후 배를 운용해서 얻는 수익으로 수은에 빌린 선박자금을 갚게 된다.
그동안 선박금융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오던 유럽계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은의 이번 금융 제공으로 세계 1위 해운국인 그리스가 한국 조선소들에 추가적인 선박 발주를 하도록 물꼬를 텄다는 게 국내 조선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수은의 선박구매자금 직접대출은 국내 조선사들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안길 수 있다. 수은이 해외 수입자를 차주(借主)로 두는 직접대출을 함으로써 국내 조선사는 선박 수출은 하되 부채비율은 늘지 않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이날 서명식 직후 “수주 감소와 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산업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테나마리스처럼 해외 우량 선박회사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금융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면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 대한 직접대출도 늘려 국내 조선산업의 질적 차별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이와 별도로 다이나콤(Dynacom)사 등 그리스의 주요 해운회사 4곳을 잇달아 방문해 최고경영자(CEO)들과 릴레이 면담을 이어나갔다. 이 자리에서 “한국 조선사에 추가로 선박을 발주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수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수은은 올해 시추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해외 선박회사들에게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총 25억달러를 직접대출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테나마리스는 1970년 설립된 그리스 최대 선박회사로, 총 152척의 선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총 6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를 수송하는 LNG선 3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바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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